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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경영지원본부] 의사결정 관점에서 본 실행이 안되는 이유

  • 정양범
  • 기사입력:2025.05.07 09:57:13
  • 최종수정:2025.05.07 09: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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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의 실행력을 점수로 환산한다면?

A과장은 답답하다. 중요한 보고서이고 시간적 여유가 없는데, 설명을 마치자 팀장이 놓고 가라고 한다. 상황을 이야기하니,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고 한다. 4시가 지나면 회사에 손실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 빠른 검토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점심시간이 1시간이나 지났는데 팀장이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늦으면 곤란할 듯하여 문자를 보냈으나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전화를 하니, 곧 들어간다고 한다. 결국 3시가 다 되어 보고서를 주는데, 검토해야 할 사항에 대한 지침이나 답변이 없다. 그 자리에서 하나씩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었다. 말로 대답하며 A과장이 알아서 하라고 한다.

실행력이 강한 회사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과거 조직장들은 “실행하면서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요즘은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완벽한 계획 후 실행하라고 한다.

B대표는 10일차에 반드시 제출해야 할 제안서를 C상무에게 지시 내렸다. C상무는 대표님 지시사항이라며 D팀장에게 업무 지시를 했다. D팀장은 팀의 선임인 F차장에게 요청했다. F차장의 최종 제안서는 몇 일차에 CEO가 검토할 수 있도록 해야 할까?

다음 실행력 체크리스트를 보고, 각 문항별 10점 만점으로 본인 회사의 총점을 산출해 보자

1) 조직간 정보와 자료의 공유와 협업이 이루어지지 않음

2) 한 건 한 건이 힘들게 진행되는 등 일이 매우 늦게 진행되고 있음.

3)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고, 의욕 없이 일하며 마지못해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느낌도 받음

4) 위급하고 긴급한 상황에서 합심을 해도 부족한데 조직 이기가 발생

5) 계획과 점검에 너무 많은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가?

6) 도전, 응집은 옛날 문화가 되었음. ‘나를 따르라 하면 너 먼저 가’ 식으로 일에 대해 서로 미룸

7) 본인의 Insight 기반의 주장을 하니 불필요한 논쟁으로 결정이 안되고 시간만 낭비하는 경향

8) 경영층의 의사결정의 지연으로 실행의 어려움 증가

9) 사장 지시 사항이라며 일 부여 및 독촉

10) 방향, 큰 그림, 틀 없이 마감 만 있는 상명하달식의 업무 지시

60점 이상이면 망해가는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왜 관리자가 의사결정을 연기하는가?

관리자 또는 경영자가 의사결정을 미루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리더의 가장 중요하고 잘해야 할 일은 의사결정이다. 중요하고 회사와 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신중해야 한다. 문제는 ‘장고 끝에 악수’ 라고 타이밍이 중요하다. 담당자가 설정한 데드라인을 넘겨서는 곤란하다. 안되는 일을 하게 할 때에는 무리가 따른다. 리더의 의사결정은 항상 길고 멀리 보며 선제적 조치가 되어야 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상사의 의사결정 지연의 가장 큰 이유를 책임으로 봤다. 다음이 조직 분위기 그리고 전문성 부족 아닐까 생각한다. 이를 실행의 관점에서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실패에 대한 문책이나 질책은 크고, 성공 시 보상은 적거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책임질 일을 하지 않거나 미루게 된다. 타 부서의 업무 요청을 지원해줬는데, 이 업무가 실패했다고 공동 책임을 지게 했다면 다음에 돕겠는가?

둘째, 회사 문화가 간섭하고 지적하며 튀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타 부서의 일에 관심도 갖지 않고, 좋은 것이 좋다는 식의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경영 회의를 하는데, A본부의 발표에 아무도 질문을 하거나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별도 의견이 있을 때에는 개별적으로 찾아가 논의하는 정도이다. 이 회사의 경영층의 생각은 ‘내 일에 간섭하지 마라. 나도 너희 일에 간섭하지 않겠다’이다. 경영층의 생각과 행동이 이런데, 관리자가 타 팀의 일에 적극 개입하고 반대 의견을 말하겠는가?

셋째, 조직장의 전문성 부족도 한 몫 한다. 많은 회사들이 관리자, 경영자 육성을 위해 직무 순환을 자주 진행한다. 어느 기업은 관리자들의 평균적 한 부서 재임 기간이 2년이 되지 않는다. 여러 직무를 수행하여 감과 눈치는 빠르지만, 깊이 있는 문제에 대한 실행 역량은 떨어진다. 자신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협의회나 전문가 집단 또는 오래 근무한 직원에게 시키거나 미루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의사결정이 안되면, 실행과 성과는 멀어지게 된다. 조직과 임직원이 열린 마음으로 터놓고 의견을 말하고, 자신이 한 말에 불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회사일수록 의사결정이 빠르다. 컨설팅이나 자문, 강의를 할 때, 심리적 안정감과 성숙도가 높은 회사가 성장함을 보게 된다.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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