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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ESG 경영평가' 도입 임원 성과급서 비중 겨우 5%

  • 기사입력:2025.04.23 16:10:49
  • 최종수정:2025.04.23 16: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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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아스 에핑  HEC파리 교수
마티아스 에핑 HEC파리 교수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성과와 연계된 임원 보상에 많은 관심이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가령 포스코홀딩스 등 대기업 임원 성과급 평가 기준에 ESG 경영 요소가 반영된다. 온실가스 배출량, 사고율 등 ESG 지표들을 임원 보수 평가에 포함한다.

하지만 지난해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임원 보너스를 ESG 성과와 연계해 평가한 한국 기업은 4분의 1도 채 안 된다. 이는 임원 보수에 ESG 기준을 반영키로 한 정책 의도와 실제 실행 간의 격차를 보여준다.

해외에서는 ESG 성과가 임원 보수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될까. 마티아스 에핑 HEC파리 교수 외 3인은 이에 대한 연구 결과를 논문 '말만 거창한 것인가? 임원 보수에 ESG 평가 반영 실상(All Hat and No Cattle? ESG Incentives in Executive Compensation)'을 통해 발표했다.



대니얼 브라운 HEC파리 수석 에디터
대니얼 브라운 HEC파리 수석 에디터


이들이 2013년부터 2020년까지 73개 유럽 기업 소속 임원 674명의 보수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자사의 ESG 성과지표를 1년짜리 단기 임원 성과급에 반영하는 기업들의 수는 늘었다. 단기 임원 성과급 책정 기준에 최소 한 개의 ESG 성과지표를 포함한 기업 비중은 2013년 40%에서 2020년 기준 60%로 증가했다. 하지만 실제로 명확하게 ESG 성과를 임원 보수에 반영한 기업은 제한적이었다.

대개 기업들은 ESG 평가 기준 기반 인센티브를 상징적 기준으로 세운다. 해당 연구에서는 기업들이 ESG 성과지표를 임원 보수에 포함시키겠다고 공표하는 시점은 회계연도가 시작될 때지만 실제로 임원 보수에 ESG 지표를 얼마나 반영할지 확정하는 시점은 회계연도 말이기에 실제 ESG 성과지표 가중치는 매우 낮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이 회계연도가 시작할 때 ESG 지표 반영 비중을 미리 결정해 놓는다 하더라도, 회계연도 말 실현된 임원 단기 성과급에서 ESG 성과지표의 반영 정도는 2013년 2%, 2020년 5%에 그쳤다. 결국 대부분 경우 임원 총보수에 ESG 성과지표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다는 뜻이다. 이는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위해 임원 성과 평가에 ESG 요소를 적용하는 것의 진정한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한다. 반면 임원의 단기 보수를 결정하는 기준 87%는 전통적 평가 요소가 차지했다.

또한 연구진은 최고인사책임자와 최고기술책임자 등 전문성을 지닌 임원 보수 책정에 ESG 평가 항목들이 부족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기업들은 각 임원 직무에 맞게 ESG 평가 항목을 세우지 않고, 최고경영자(CEO)와 같이 드러나는 리더들에게 ESG 목표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산업 부문에 따라서도 임원 보수에 ESG 평가 기준 반영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에너지, 설비, 제조업 기업들이 임원 보수 구조에 ESG 성과지표를 더 체계적으로 반영한다. 해당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산업보다 더 꼼꼼한 ESG 기반 보수 체계가 갖춰졌다.

현재 ESG 관련 규제 기관들과 투자자들의 정밀 검토가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에서는 지속가능금융 관련 규제 프레임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투자자들 역시 무늬만 ESG를 대변하는 기업이 아닌, 실제로 ESG 경영을 실천하는 곳들을 분별하고 있다. 한국 기업, 특히 재벌은 과거 기업 거버넌스 관련 문제들을 겪어 왔다. 기업들은 임원 보수에 지속가능성 관련 성과지표를 포함했지만, 실제 지급되는 보수에 연계되는 확률은 낮을 가능성이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한국 기업들은 반드시 야심 차고, 투명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ESG 성과지표를 연계한 보수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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