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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 초비상…생산거점 베트남에 덮친 46% 관세 쓰나미

생산전략 재조정 나선 재계 재계 “IMF사태이후 최대위기” 삼성·LG, 긴급회의 열고 논의 거점별 대응·공급망 분산 검토 車·배터리는 美현지생산 확대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 불가피 대미수출 비중 낮은 석유화학 상호관세 제외된 정유는 안도 글로벌 경기·수요위축은 우려

  • 김동은,이상덕,박승주,추동훈
  • 기사입력:2025.04.04 00:00:52
  • 최종수정:2025.04.04 00: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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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전략 재조정 나선 재계

재계 “IMF사태이후 최대위기”
삼성·LG, 긴급회의 열고 논의
거점별 대응·공급망 분산 검토
車·배터리는 美현지생산 확대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 불가피
대미수출 비중 낮은 석유화학
상호관세 제외된 정유는 안도
글로벌 경기·수요위축은 우려
사진설명

미국 정부의 전방위 고율 상호관세 부과 발표에 국내 주요 기업이 일제히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수수방관 하다간 글로벌 공급망 자체가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베트남, 인도, 한국 모두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상호관세가 부과됐다”며 “한국이 외환위기를 계기로 자유무역시장에 뛰어든 이후 맞서게 된 가장 심각한 수준의 위기”라고 우려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박순철 최고재무책임자(CFO) 주재로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공급망 점검 회의’를 열고 △공급망 분산 방안 △현지 정부 대응 수준 여부 △부품 수급 현황 점검을 주요 논의 안건으로 다뤘다.

삼성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발표로 사업부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TV·생활가전 생산시설이 밀집한 멕시코가 추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고, 반도체 품목이 관세 품목에서 유예된 점에는 안도했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기지인 베트남이 46%에 달하는 상호관세를 부과받은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북부에 있는 박닌·타이응우옌에 공장을 두고 있다. 이들 공장의 월간 최대 생산량은 스마트폰·태블릿 기준 1000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 지역에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이 생산시설을 갖고 있다.

LG전자 역시 전사 차원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계열사별 대응 방안 마련에 돌입했다. LG전자는 베트남 하이퐁에 위치한 생산기지에서 북미향 TV와 생활가전의 상당 비중을 제조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생산국별 제조원가 경쟁력을 고려해 생산지를 유연하게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 국가에서 제품 생산이 어려워지거나 비효율적일 경우 다른 국가로 생산을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자동차의 경우 상호관세는 피해 갔지만, 수입차와 부품에 부과하기로 결정한 25% 관세가 한국 시간 3일 오후 1시를 기해 발효됨에 따라 자동차가 대미 수출 품목 1위, 자동차 부품이 4위인 한국으로선 큰 타격이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중장기적으로 미국 현지 생산량을 50만대 이상 늘릴 계획이다. 이는 현대차그룹 미국 현지 수요의 60~70%에 해당한다. 다만 이 경우 미국으로 수출하던 한국 생산 차량과 기아 멕시코 공장 생산 차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 차량 판매가격을 인상하는 방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언제, 얼마만큼 가격을 올릴지를 두고 글로벌 자동차 업계끼리 눈치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현지에 배터리 대량생산을 위한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내 생산이 가능해 당장 상호관세의 직접적인 여파는 제한적이다.

문제는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소재와 원자재 상당수를 한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배터리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비롯해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까지 4대 소재의 북미 수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19억달러(약 2조7000억원)로 추정된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관계자는 “대미 수출 감소와 현지 생산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동시에 유럽연합(EU)을 포함한 대체 시장 발굴 노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 업계는 미국에 주로 수출하는 항공유를 비롯한 석유제품이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만큼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관세 부과로 일부 국가의 보복조치 가능성과 함께 글로벌 무역장벽 강화가 우려된다. 이는 결국 세계 경기 위축과 석유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와 협력해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업황이 부진한 석유화학 업계 역시 북미 수출 비중이 전체 물량의 7%에 불과한 만큼 상호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지만 전 세계 교역량 감소와 시장 수요 위축 가능성이 큰 만큼 신중하게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철강 업계는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안도하면서도 기존 품목별 관세(25%)의 부담을 줄여 나가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무역확장법 232조 규제로 미국 수출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국가별 협상에서 철강 관세가 인하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역확장법 규제는 지난 3월 발효된 연 263만t 무관세 혜택 폐지와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를 뜻한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업체들이 전자제품 등을 많이 생산하는 베트남에서 상호관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관세 부과가 장기화된다면 전자제품용 원자재를 공급하는 철강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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