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창원 공장에서 수출·내수용 다양한 열차가 제조되고 있다 [창원 한창호 기자]](https://wimg.mk.co.kr/news/cms/202502/24/news-p.v1.20250221.5b0f3e3dc89747fe976d80a8426b9abd_P1.jpg)
‘국가핵심기술’ 신규 지정
유출방지 위한 보안 강화
대만·호주 물량도 제작중
“기술력으로 고객 요구 반영”
“현대로템은 복잡한 고객 요구를 모두 반영해 열차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전 세계에 몇 안 되는 기업입니다.”
지난 20일 경상남도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만난 이도현 철차생산관리팀 매니저는 “현대로템은 동력집중식과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기술을 모두 갖고 있는 기업”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특히 100%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차세대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기술 유출을 철저히 방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7월 창원공장의 고속철도차량 제조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신규 지정하면서 생산시설에 대한 보안과 경비가 한층 강화됐다.
여러 차례의 보안 검사를 거쳐 들어간 열차 제조 현장은 철판끼리 쾅쾅 부딪히는 소리와 용접기기가 돌아가는 굉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열차 제조는 차체를 제조하는 차체공정, 색을 칠하는 도장공정, 열차 내부를 채우는 의장공정, 열차 하단에 동력장치를 비롯한 핵심 장비를 만들고 적용하는 대차공정, 완성된 차를 시험하는 시험 시운전까지 5단계로 나뉜다.
공장 한편에서는 작업자들이 약 20m 길이의 얇고 긴 알루미늄 판 4~5개를 용접해 열차의 한 면을 만드는 차체공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천장과 양 벽면, 바닥까지 4개 면이 만들어지고 나면 각각의 면을 서로 용접해 하나의 열차가 만들어진다. 작업에는 열차 한 칸을 360도 회전시키며 안정적으로 용접을 돕는 기계가 사용되고 있었다. 지하철과 KTX를 타면서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차지만 거대한 열차 칸이 통째로 돌아가며 형태가 만들어지는 모습은 무척 낯선 동시에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는 2004년 KTX를 개통하며 일본(1964년), 프랑스(1981년), 독일(1991년)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고속철도를 운영하는 나라가 됐다. 프랑스 고속열차 TGV에서 시작한 한국 고속철도는 자체적인 기술력을 확보했고, 그 선두에 현대로템이 있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우즈베키스탄에 약 2700억원 규모의 한국형 고속철도 차량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수출하는 고속철은 ‘UTY EMU-250’ 모델 42량(7량 6편성)으로 한국에서 운행 중인 KTX-이음을 우즈베키스탄 현지 실정에 맞춰 개선한 모델이다.
창원공장에서는 우즈베키스탄으로 수출될 열차가 제작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외부 도장까지 완료한 차량 내부에 단열재와 창문을 다는 공정이 한창이었다. 이 매니저는 “우즈베키스탄 고속철도는 우리나라보다 운행 거리가 길고 환경도 척박해 그에 맞춘 외부 도장과 내부 세팅이 필수적”이라며 “긴 운행 중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비스트로’ 칸도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로템은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모두 반영해 열차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과 노하우를 모두 확보하고 있다”며 “우즈베키스탄 고속철도를 수주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현대로템의 철도사업 부문은 지난해 매출 1조4956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철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56.2%, 2023년 43.3%에서 지난해 34.2%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방산 부문 실적이 최근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방산은 철도에 비해 수익성이 높지만 수요 예측이 어려운 반면 철도는 수익성은 좀 떨어져도 꾸준한 수요가 있다는 점이 차이”라며 “양쪽 비중을 적절히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철도 부문의 신규 수주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4조7784억원의 신규 수주를 따냈다. 수주 잔액만 14조646억원에 이른다.
KTX 교체 시기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현대로템에는 호재다. 우리나라의 철도차량 노후화 기준은 30년이다. 2004년 운행을 시작한 KTX-1 46대 약 900량의 경우 2033년 내구연한이 도래해 수명을 다한다. 지난해 1835억원이던 차량 유지보수 비용이 올해 2377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돼 노후 차량 교체 의견도 느는 모습이다.
KTX 교체가 시작되면 차량 구입비만 4조~5조원으로 예상된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철도 부문 일거리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며 “새로운 KTX 차량을 만들 때 좌석이 좁다는 등 승객의 불만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개선하는 등 향후 수주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로템은 ‘트램’ 분야에서도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현대로템이 개발한 수소전기트램은 일반 철도 하단에 위치하는 주요 부품을 상단에 배치하는 방식이라 운행을 위해 필요한 토목공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수소전지를 활용하는 있는 만큼 친환경 운송 수단이라는 강점도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7월 2028년 개통 예정인 대전광역시 대전도시철도 2호선에 약 34편성 규모의 수소전기트램을 납품하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울산광역시에서도 지난 10일 울산 도시철도 1호선 기본계획을 국토교통부에서 승인받아 2029년 개통을 목표로 현대로템의 수소전기트램이 설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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