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서비스 내놓겠다” 공언

2000년대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국민 서비스 싸이월드가 다시 한번 부활을 시도한다. 싸이월드는 한때 3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모으며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2010년대 들어 서비스는 쇠락의 길을 걸었고 2020년대에는 한차례 부활에 실패하기도 했다. 그렇게 싸이월드는 다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 보였다. 이때 지난해 말 싸이월드 서비스를 위한 특수목적법인 ‘싸이커뮤니케이션즈(싸이컴즈)’가 새롭게 등장해 “2025년 하반기 서비스를 내놓겠다”라며 사업권을 인수했다. 반복된 서비스 실패를 지켜본 싸이월드 세대는 반신반의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자”라며 부활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반면 어떤 이는 “대학시절의 추억이 돌아왔으면 좋겠다”라며 기대감을 품는다. 싸이월드는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대표적인 국민 서비스로 불렸지만 왜 몰락을 피하지 못했는지, 이번에는 정말 싸이월드가 ‘복원’을 넘어 진정한 서비스로 돌아올 수 있을지 짚어봤다.

대표적인 1세대 국민 SNS로 부를 수 있는 싸이월드는 1999년에 첫발을 뗐다. ‘인맥형 인터넷 커뮤니티’를 주제로 연구하던 카이스트 학부생들이 이를 실제 서비스로 연결 지은 것이 시작이었다. 싸이월드는 첫 2년 동안에 거의 매출을 거두지 못하는 등 큰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2001년 이용자들 각자의 온라인 가상 공간을 콘셉트로 한 ‘미니홈피’ 서비스가 나오면서 싸이월드가 본격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특히 당시 또 다른 대표적인 커뮤니티 서비스였던 ‘프리챌’이 유료화에 실패하면서 싸이월드로 이주하는 이용자들도 많았다.
다만 당시 싸이월드는 소규모 벤처기업이었던 만큼 늘어나는 이용 트래픽에 서비스가 종종 다운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때 포털 사이트 네이트닷컴을 운영하던 SK커뮤니케이션즈가 등장한다. 네이버, 다음, 야후 등 경쟁이 치열했던 포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싶었던 SK커뮤니케이션즈가 2003년 8월 75억원에 싸이월드를 인수한 것이다. 합병 이후 양 서비스의 시너지가 본격화되면서 싸이월드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합병 약 1년 뒤인 2004년 9월에는 싸이월드 가입자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공간인 ‘미니홈피’를 기반으로 친구들과 싸이월드 속 관계인 ‘일촌’을 맺고 교류했다. 사람들은 다양한 관계마다 색다르게 일촌명을 짓고 친구의 미니홈피에 들어가 방명록을 남기며 서로 소통했다. 또한 좋은 사진이나 동영상에 ‘퍼가요~’를 남기며 자신의 미니홈피로 게시물을 복사해오기도 했다. 싸이월드 내 사이버머니이자 상징적인 요소인 ‘도토리’도 빼놓을 수 없다. 이용자들은 유료 재화인 도토리를 충전해 자신의 2D 캐릭터인 ‘미니미’를 꾸미고,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구매해 미니홈피 배경음악(BGM)으로 설정했다. 싸이월드는 승승장구를 이어가며 2004년 1500만 명, 2007년 2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한때 300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 같은 전성기는 2009년까지 이어졌다. 당시 싸이월드는 도토리 판매 수익만으로 1년에 1000억원 이상을 거두기도 했다.

상황은 2010년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면서 사용자들의 서비스 이용 환경이 웹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는데, 싸이월드는 2012년에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놓는 등 대응이 늦었다.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 트위터 등 해외 소셜미디어가 국내서 이용자를 빠르게 확보해 나가며 싸이월드 이용자는 빠지기 시작했다. 이후 싸이월드는 SK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2014년 별도법인으로 독립했으나, 2015년 방명록 등 주요 기능을 종료하고 2019년에 서비스의 끝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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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를 먼저 다시 꺼내 든 것은 엔터테인먼트 회사 스카이이엔엠을 주축으로 한 컨소시엄이 설립한 법인 싸이월드제트였다. 싸이월드제트는 2021년 서비스 운영권을 양수해 싸이월드의 첫 부활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다만 싸이월드제트는 실패로 돌아갔다. 2022년 4월 재개 당시 모바일 앱 신규 설치만 한 달간 287만건을 기록하는 등 관심을 모았으나 실 이용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서비스 시작부터 출시 일정을 계속 번복하며 일정이 미뤄진 데다, 이용자들의 과거 사진첩을 제공하는 것 외에 단순 ‘추억’을 넘어서는 서비스를 싸이월드제트가 선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메타버스 앱인 ‘싸이타운’을 내놓긴 했으나 이 또한 부족한 기능으로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싸이월드제트로부터 다시 사업권을 인수받은 싸이컴즈는 지난해 하반기 싸이월드 인수를 위해 설립된 법인이다. 다음과 게임사 펄어비스 등을 거친 함영철 투바이트 대표를 주축으로 다음 출신의 류지철 최고기술책임자(CTO), 카카오게임즈 출신의 박유진 최고제품책임자(CPO) 등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력들이 의기투합했다.

2024년 12월 진행한 간담회에서 싸이컴즈는 “3200만명의 싸이월드 회원과 170억건의 사진 데이터 등 방대한 데이터 복원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라며 “2025년 1분기 중으로 복원 범위를 공유하고 하반기에는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고 목표 시점을 제시한 바 있다. 이날 함 대표는 싸이월드 복원을 결정한 이유로 “누군가 새롭게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만들어서 100만명, 200만명 이용자를 확보하려면 엄청난 거금이 들어갈 텐데, ‘싸이월드’라는 브랜드가 있다는 것은 큰 자산”이라며 “저 또한 이용자였지만 이제는 우리 팀이 아니면 (부활을) 해낼 사람이 없겠다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싸이컴즈는 ‘미니홈피’ ‘도토리’ ‘미니미’ 등 기존 싸이월드의 정체성을 가져가되 현 시점에 맞게 재해석한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개인 공간 중심의 ‘미니홈피’를 기반으로 다른 이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클럽’과 유기적으로 서비스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미니홈피는 네이버 블로그처럼 개인의 기록을, 클럽은 네이버 밴드처럼 다른 이용자들과의 커뮤니티 기반 소통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15~20년 전 사용했던 당시 프로필을 그대로 사용하는 선택지 외에도, 현재에 맞게 다시 자신만의 프로필을 꾸밀 수 있도록 일종의 멀티 프로필과 같은 기능도 새롭게 갖출 것으로 보인다. ‘도토리’라는 재화도 그대로 이어간다. 또한 이용자 각자의 캐릭터인 ‘미니미’는 부활하되 기존처럼 도트 그래픽이 아닌 3D 비주얼로 변화를 꾀한다.
다만 여러 번 실패를 겪었던 서비스인 만큼 아직 많은 의문부호가 싸이월드에 따라붙는다.
우선되는 과제는 이용자들이 기대하는 기존 싸이월드에 남았던 사진이나 영상 등 추억이 모두 복원될 수 있는지다.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싸이월드에 접속하도록 하는 가장 큰 유인은 각자의 추억 찾기이기 때문이다. 싸이컴즈는 앞서 이전 법인으로부터 받은 데이터가 ‘페타바이트(PB)’ 단위로 방대하고, 게다가 오랜기간 여러 번 사업 주체가 바뀌고 백업되면서 데이터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아직 싸이컴즈가 복원작업을 진행 중인 단계이기에 복원 범위 확정은 어렵다. 우선 당시 이용자들이 저장했던 사진과 동영상 등은 복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활발히 사용됐던 플래시 파일이나 피처폰으로 촬영한 영상 등은 별도 변환 작업도 필요하다.
다만 일촌이나 방명록, 댓글과 같은 데이터는 복구가 어려울 전망이다. 방명록 등의 데이터는 이전의 법인 간 백업 과정에서 한 차례 소실이 발생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일촌의 경우 시간이 많이 지난 만큼, 연락이 끊긴 관계를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새로운 관계 맺기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는 것으로 싸이컴즈는 구상하고 있다. 싸이월드를 기억하고 경험한 3040 세대를 붙잡는 것을 넘어 소셜미디어의 주 이용자층인 1020 세대를 유입하는 것도 큰 숙제다. 국내 소셜 미디어 시장은 월 이용자가 2000만명을 넘는 인스타그램이 사실상 평정한 상태다. 특히 인스타그램은 숏폼인 ‘릴스’를 무기로 이용 시간 측면에서도 꾸준히 국내에서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텍스트 기반의 엑스(X)나 스레드도 인기다. 싸이컴즈는 유사한 서비스로 직접 경쟁하는 대신 ‘나만의 공간’이라는 싸이월드의 정체성을 살려 서비스를 차별화한다는 구상이다. 화려한 순간을 공유하는 것 대신 개인적인 기록을 중심으로 하는 네이버 블로그의 이용자가 최근 들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또한 싸이컴즈는 싸이월드에 미니게임 등 게임 요소를 접목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별도 설치 없이 싸이월드 앱상에서 바로 즐길 수 있는 게임 서비스를 넣어 이용자들에게는 즐길 거리를 제공하면서, 서비스 측면에서는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BM)을 만든다는 것이다. 결국 추억을 찾으러 온 기존 싸이월드 세대가 한 번만 이용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계속 붙잡고, 나아가 신규 이용자까지 유인시킬 만한 차별화된 서비스가 싸이월드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대학생 시절 싸이월드를 이용했던 직장인 정모씨(43)는 싸이월드가 다시 돌아오면 어떨지 묻자 “일단 대학생 때의 추억이 다 있으니 해볼 것 같다”라며 “싸이월드는 ‘내 공간’이라는 것에 지인들이 찾아오는 것이니까 너무 공개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싶다. 사용이 편리하고 좋은지가 중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모씨처럼 여전히 싸이월드 서비스를 기억하고 회상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 싸이월드가 아직 기댈 수 있는 브랜드 파워다. 이전 법인인 싸이월드제트가 일정 번복 끝에 2022년 4월 서비스를 재개했을 당시에도 싸이월드 모바일 앱의 월 신규 설치 수는 287만 건에 달하며 높은 관심도를 방증했다. 그렇다 보니 신규 법인인 싸이컴즈가 내건 이용자 수 목표치도 높다. 싸이컴즈는 올해 하반기 서비스 정식 출시 후 월간활성이용자수(MAU) 200만 명을 1차 목표로 잡고 있다. 이어 내년에는 500만 명, 내후년인 2027년에는 950만 명을 돌파하며 주요 소셜미디어 서비스로 안착하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여러 번 좌절을 겪었던 서비스인 만큼 싸이월드가 다시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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