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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간 갈등 격화되는 KDDX, 수의계약설 솔솔

  • 반진욱
  • 기사입력:2025.02.15 09:00:00
  • 최종수정:2025-02-15 16: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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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X 조감도. (HD현대중공업 제공)
KDDX 조감도. (HD현대중공업 제공)

오랜 기간 끌어온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결정이 3월 중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방산업계 관계자 사이에선 방위사업청(방사청)이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것이란 소문이 조심스레 나온다.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면 기본설계를 담당한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를 맡게 된다. 이를 두고 방산업계에서는 설왕설래가 오간다. 업체 간 갈등에 부담을 느껴 시간을 끌다 ‘공동 개발’ 카드까지 나선 방사청이 말을 바꿔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서다. 결국 해군 함정 도입 시기만 늦춰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KDDX 사업은 배 선체부터 전투 체계, 레이더 등 무장을 국내 기술로 만드는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한다. 사업비만 총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사업은 총 개념설계 → 기본설계 →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 후속함 건조 순으로 이뤄진다. 개념설계는 2012년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수주했고, 기본설계는 2020년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관행에 따르면 군함은 선도함(1번함)과 나머지 양산함의 건조업체가 별도로 지정되고, 선도함의 경우 건조 직전 단계인 기본설계를 가져간 업체가 수의계약으로 건조를 맡는다. 나머지 양산함은 경쟁입찰 등으로 건조업체가 결정된다.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은 예정대로라면 이미 2024년에 입찰이 끝났어야 한다.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을 불법 탈취, 후속 기본설계 사업을 낙찰받아 공정하게 경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사이에서 다툼이 벌어졌다. 이후 사업이 차질을 빚었다. 양 사 간 신경전이 워낙 치열한 탓에 산업부와 방사청조차 갈등을 중재하지 못했다.

지난해 수의계약 진행 여부로 업체 간 갈등이 심화하자 방사청은 공동설계, 분할수의계약 방안을 내놨다. 양 사의 갈등을 빨리 해결하고, 힘을 합쳐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말을 바꿨다. 신현승 방사청 함정사업부장은 2월 4일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공동설계가 쉽지 않다”며 기존 입장과 선을 그었다. 동시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방사청이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것 같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조선과 방산업계에선 방사청 입장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미 국내외에서 협력해 성공적으로 개발한 사례가 많아서다. 일례로 영국 해군 사상 최대 함정 ‘퀸 엘리자베스호’는 BAE시스템즈, 탈레스그룹 등 세계적인 방산업체들이 연합해 건조했다. 수상함 ‘프렘’ 역시 프랑스와 이탈리아 회사 양 사가 협력해 군함을 성공적으로 건조한 사례다.

업계 일각에서는 해외 사업에서 ‘협력’을 외치는 정부가 국내 사업에서는 ‘갈등 조장’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동 건조를 비롯해 양 사 간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데도, 진흙탕 싸움이 벌어질 만한 방안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물론, 공동 개발 주장에 대한 반론의 목소리도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시제품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전력화를 전제로 하는 함정을 ‘협약’을 맺고 또다시 예산을 쏟아부어서 업체간 공동으로 변경 하자는것은 방위사업법 체계를 흔드는 사업방식”이라며 “그렇게 하려면 KDDX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수립할 2018년 당시부터 협약을 맺고 사업을 했어야지 실제 설계와 함 건조를 눈앞에 두고 공동설계를 하자는 것은 다소 현실성이 결여된 방안”이라고 말했다.

갈등을 중재해야할 방사청이 스스로 불신을 초래, 업계의 분열을 초래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왕정홍 전 방사청장은 KDDX 수주전과 관련해 기본설계 사업자를 선정하기 전 HD현대중공업에게 유리하도록 내부 벌점 규정을 바꾸는 등 직권을 남용한 정황으로 수사를 받았다. 해당 사안은 무죄가 났지만 수사 식이 알려지면서 방사청을 향한 시장 신뢰도는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KDDX가 적기 전력화하기 위해 다툼보다는 상생의 자세가 필요하다. 국내외 다양한 협력 사례들이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의 전향적인 결정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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