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시장은 대표적인 정보 비대칭 시장이다. 가령, 대출을 떠올려보자. 통상 대출 금리는 조달비용+가산금리로 구성된다. 이 중 가산금리 산정식은 고객이 알 방법이 없다. 매년 정치권 일각에서 “가산금리 산정 근거를 공개하라”는 외침이 나오지만 그때마다 금융기관은 ‘영업 비밀’이라는 논리로 반박한다. 결국 대출을 원하는 개인은 대출 금리 확인을 위해 금융기관이 요구하는 서류를 제출, 일방적 심사 관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언제부턴가 이 같은 정보 비대칭 문제를 겨냥한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금융 비교·중개 플랫폼 핀다도 그중 하나다. 핀다는 ‘대출 주도권은 소비자에게 있다’ 구호를 앞세워 대출 비교·중개 시장을 키웠다. 2025년 1월 기준 75개 금융사를 제휴사로 확보한 핀다의 누적 대출 조회 건수는 2000만건, 누적 중개 대출액은 12조원에 달한다. 앱에 가입한 누적 회원 수도 150만명에 이른다. 최근엔 대출 중개를 넘어 카드와 상권 분석 부문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핀다는 2022년 인공지능(AI) 상권 분석 서비스 오픈업을 인수했다. (핀다 제공)](https://wimg.mk.co.kr/news/cms/202502/07/news-p.v1.20250207.3d3aa1dad3794297830f3f9d66044840_P1.jpg)
네카오부터 토스까지
경쟁 심화에 실적 고민
2015년 핀다를 설립한 이혜민 핀다 공동대표는 N차 창업가(연쇄 창업가)다.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졸업 후 STX 지주회사 신사업전략기획실에서 근무하다 창업 전선에 뛰어들며 스타트업을 이끌었다. 화장품 구독 서비스 기업 ‘글로시박스’, 유아용품 구독 서비스 ‘베베엔코’, 건강관리 앱 서비스 ‘눔코리아’ 등 이력도 화려하다. 핀다는 이 대표의 네 번째 도전인 셈이다. 이 대표가 핀다를 만든 이유는 단순하다. 직접 겪은 불편함 때문이다. 이 대표는 “담보대출을 알아보던 중 스타트업 창업자로서 소득이 없으면 은행 상담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창업과 폐업을 거치면서 대출 과정에서 겪은 불편함과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싶은 갈증이 생겼고, 핀다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핀다는 빠르게 성장했다. 2019년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대출 비교 플랫폼 1호로 선정돼 가장 먼저 대출 비교·중개 앱을 내놨다. 성과는 확실했다. 2020년 3854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대출 금액은 2021년 2조4599억원으로 5배 성장했다. 자금 조달 시장에서도 핀다를 주목했다. 2019년과 2021년 연이어 시리즈A(45억원)와 시리즈B(115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2023년 JB금융그룹과 해외 벤처캐피털 500글로벌을 상대로 시리즈C(470억원) 투자 유치도 마쳤다. 이 중 JB금융그룹은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다. JB금융지주와 전북은행이 각각 5%, 10% 핀다 지분을 인수했다. 핀다 누적 투자액은 644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핀다를 둘러싼 업황은 썩 좋지 않다. 대출 비교·중개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사업 모델이나 운영 방식이 유사하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서비스 격차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플랫폼 지위가 공고한 빅테크 플랫폼이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대출 비교·중개 플랫폼 시장은 기존 토스(비바리퍼블리카)·카카오페이뿐 아니라 카카오뱅크·네이버페이도 뛰어든 상태다. 핀다 입장에선 국내 주요 빅테크와 경쟁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핀다의 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시선도 나온다. 핀다의 대환대출건을 제외한 대출 비교 시장점유율(취급액 기준)은 10% 정도로 알려진다. 일각에선 2023년 매출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든 요인 중 하나로 경쟁 심화를 꼽는다. 핀다는 2023년 282억원의 영업수익(매출)을 냈다. 2022년(434억원) 대비 35% 감소했다.
이 대표는 “2024년 연간 매출은 2023년 대비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국내 금융사의 대출 물량 제한과 경쟁 심화가 매출에 영향을 주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 비용을 최소화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핀다는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 2억4376만원을 기록,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이혜민 핀다 공동대표 (핀다 제공)](https://wimg.mk.co.kr/news/cms/202502/07/news-p.v1.20250207.888347064f4941acb915c53828eec2a8_P2.jpg)
![사진설명](https://wimg.mk.co.kr/news/cms/202502/07/news-p.v1.20250207.76bf534c2bfe4386801f48b15530cab2_P2.jpg)
‘니치 마켓’ 공략 본격화
소상공인 겨냥 ‘챌린저 뱅크’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한 상황에서 핀다는 소상공인 등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일종의 ‘챌린저 뱅크’다.
챌린저 뱅크는 전통 금융권의 시장 지배력에 도전하는 소규모 특화은행이다. 예를 들어 중저금리대출이나 소상공인대출 등 기존 은행의 비주력 분야에 특화됐다는 게 특징이다.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형태다. 은행 라이선스를 직접 확보하겠다는 건 아니다. 이 대표는 “은행 라이선스 확보는 자본도 많이 들고,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 대표는 핀다가 다양한 뱅킹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충분히 챌린저 뱅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플랫폼만 가질 수 있는 유연성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핀다만의 차별화된 뱅킹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핀다는 지난해 9월 KB국민은행의 개인사업자 맞춤 서비스인 ‘KB사장님+ 전용관’을 핀다 앱에 신설했다. 자영업자 전용 카테고리가 생긴 건 핀테크 업계 최초 사례다. 또 핀다는 KB소상공인 신용대출과 KB소상공인 보증서대출 등 사업자대출 상품 2종도 새롭게 선보였다. 덕분에 지난해 개인사업자 고객들의 누적 대출 약정 금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핀다는 전용관 신설과 대출 조건 개선 등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이 대표는 소상공인 등 사업자대출 시장을 겨냥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국내 자영업 인구가 600만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실제 핀다 고객군도 과거 직장인이 다수였지만, 현재는 직장인 비중은 초기 대비 절반 수준”이라며 “소상공인과 프리랜서 등으로 직군이 다양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선도하기 위해 맞춤형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인수한 인공지능(AI)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도 소상공인을 겨냥한 서비스다. 오픈업은 1억3000만개가 넘는 빅데이터를 토대로 전국 70만개 상권을 AI로 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 상권 분석 서비스와 달리 개별 사업장별 추정 매출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자영업자들이 자발적으로 매출을 공개하겠다며 핀다 측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핀다는 오픈업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출 추정 모델과 폐업 예측 모델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한 대안신용평가모델을 구축했다. 이미 케이뱅크와 전북은행은 핀다의 빅데이터를 사업자대출 심사 과정에서 참고 자료로 쓰고 있다. 이 대표는 “사업자대출의 경우 신용평가모델이 워낙 보수적인 탓에 우량한 사업자도 좋은 조건의 대출을 받기 힘들다”면서 “오픈업 데이터는 금융권 평가 체계의 공백을 채우고 있는데, 앞으로도 여신(與信) 전략 부문에서 오픈업과 핀다의 시너지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6호 (2025.02.12~2025.02.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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