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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오더’ 무료로…속셈은 따로 있네

배민·야놀자·토스에 ‘쿠팡’까지 참전

  • 최창원
  • 기사입력:2025.02.07 13:06:16
  • 최종수정:2025.02.07 1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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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야놀자·토스에 ‘쿠팡’까지 참전

테이블오더 시장이 국내 빅테크의 새로운 전쟁터로 떠오르고 있다. 테이블오더는 식당 테이블에 설치된 태블릿PC 단말기 혹은 큐알(QR)코드를 활용해 고객이 직접 메뉴를 주문하고 결제까지 하는 시스템이다.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과 야놀자, 토스(비바리퍼블리카)에 이어 최근엔 쿠팡까지 참전했다. 단순 수익 창출보단 테이블오더를 통해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QR코드 기반 테이블오더 설치도 늘고 있다. (토스플레이스 제공)
QR코드 기반 테이블오더 설치도 늘고 있다. (토스플레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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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테이블오더

인건비 부담 완화+외국인 응대

테이블오더를 찾는 음식점주는 급속도로 늘고 있다. 배경은 단순하다. 날로 오르는 인건비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올해부터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렸다.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깊어진 내수 침체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까지 커진 것. 자영업자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인건비가 부담스러워 홀로 일하고 있다” “있던 직원도 해고했다”는 글이 줄을 잇는다. 통계청 자료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는 415만7000명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만2000명가량 늘었다. 이른바 나 홀로 사장이 늘면서 직원 역할을 대신할 테이블오더 시장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뿐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음식점에서도 테이블오더 인기는 상당하다. 대부분 테이블오더가 다국어 지원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태블릿PC 형태의 경우 고객이 직접 조작해 원하는 언어를 선택할 수 있다. QR코드 기반 테이블오더는 더 간단하다. 고객 스마트폰 언어 설정에 따라 자동으로 변동된다.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와 일본어까지 다양한 언어가 제공되니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 쉽게 주문할 수 있다. 특히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테이블오더 선호도가 높다. 테이블오더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싱가포르 같은 곳은 한국보다 QR코드 기반 주문이 더 보편화돼 있다”면서 “젊은 관광객은 QR코드 기반 음식 주문이나 결제를 더 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 음식점주 입장에선 굳이 비용을 더 주고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뽑느니, 테이블오더를 도입하는 게 수익성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테이블오더 수요가 늘자 기업도 빠르게 뛰어드는 분위기다. 쿠팡은 최근 모바일 테이블오더 솔루션 사업을 본격화했다. 우선은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문의를 받고 있다. 쿠팡은 태블릿PC 형태 테이블오더가 아닌 QR코드 기반 테이블오더를 선택했다. 손님이 스마트폰으로 테이블 위 QR코드를 촬영하면 메뉴 확인·주문 화면으로 넘어가는 형태다. 쿠팡은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 ‘쿠페이’를 결합해 고객 결제 편의성도 높였다.

쿠팡 외에도 수많은 국내 테크 기업이 테이블오더 시장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9월 배민오더를 선보였다. 태블릿PC와 QR코드 두 가지 형태를 모두 제공한다. 비바리퍼블리카 자회사 토스플레이스도 지난해 3월 QR코드를 기반으로 자사 결제 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는 테이블오더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상공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유니콘 기업 한국신용데이터(KCD)의 계열사 아임유도 포스와 연동되는 테이블오더 솔루션을 내놨다.

기업은 왜 뛰어드나

핵심은 ‘데이터 확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테이블오더 시장은 분명 미래 전망이 밝고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당장 수익을 담보하는 시장은 아니다. 시장 자체가 작은데 경쟁 업체는 즐비하기 때문이다. 현재 테이블오더 시장점유율 1위는 티오더다. 주요 테크 기업이 빠르게 추격 중이지만, 2019년 일찌감치 시장에 진출한 선점 효과를 앞세워 자체 추산 점유율 약 6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시장 규모를 역산할 수 있다. 감사보고서로 확인 가능한 티오더의 최근 매출(2023년)은 586억원이다. 국내 테이블오더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1000억원인 셈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무인 주문기 활용의 외식업체 매출과 고용 영향 분석’ 자료를 봐도 알 수 있다. 2023년 국내 외식업체의 테이블오더 등 무인 주문기 사용 비중은 7.8% 수준에 그친다.

그럼에도 여러 기업이 우후죽순 뛰어드는 배경은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수익성 때문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돈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다는 의미. 실제 테이블오더 시장 진출 기업 중 일부는 무료 설치와 운영을 내세운다. 대표적인 게 토스다. 토스는 QR코드 기반 테이블오더 무약정·무료 설치를 진행 중이다.

테이블오더 시장의 진짜 가치는 데이터에 있다. 테이블오더는 고객의 주문 내역뿐 아니라 각종 요청 사항이나 주문 패턴까지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잘만 활용하면 음식점을 찾은 고객 취향이나 소비 패턴까지 분석 가능하다. 고객이 음식점에 들어와 주문을 시작한 시간부터 음식점을 나가기까지 모든 소비 데이터가 테이블오더에 기록되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도 “수익성보다는 오프라인 데이터를 확보해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편의점이나 커머스 업체가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상품(PB)을 제작하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테이블오더 업체 관계자는 “일부 업체는 테이블오더로 확보한 다양한 결제 정보와 손님 몰리는 시간 등을 활용해 광고와 마케팅뿐 아니라 대안신용평가 모델 구축, 자영업 대출 시장 진출까지 모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테이블오더 도입 원하는 사장님 주목!
VAN이냐 PG냐…결제 방식 따라 수수료 천차만별

테이블오더 시장이 떠오르면서 그 어느 때보다 공급이 폭증하는 상황이다. 선택지가 워낙 넓어진 탓에 테이블오더 도입을 원하는 점주 입장에선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관련 업계에선 ‘결제 방식’만큼은 꼭 비교하고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테이블오더 수수료 비용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테이블오더는 부가통신업자(VAN) 또는 온라인 전자결제대행(PG)과 가맹 계약을 맺고 결제를 진행한다. VAN은 카드사 등 금융기관과 가맹점 사이에서 네트워크망을 구축, 수수료를 받고 가맹정 결제 데이터를 카드사로 전달하는 역할이다. 가맹점과 카드사를 잇는 파이프라인인 셈이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카드 수수료만 내면 끝이다. 반면 PG는 카드사로부터 매출 대금을 받아서 가맹점에 일괄 정산하는 방식이다. 가맹점과 카드사 사이에서 중개인 역할을 하는 것. 가맹점 입장에선 카드 수수료에 PG 수수료까지 더해지는 셈이다.

가령 월매출 3000만원, 카드 수수료 1% 매장의 경우 VAN 방식에선 1% 수수료(30만원) 외엔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PG 방식에선 1% 수수료(30만원)에 통상 2% 수준의 PG 수수료(60만원)가 합산될 수 있다.

테이블오더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자영업 커뮤니티 등에서 크게 논란이 된 이후 현재는 대부분 업체가 VAN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면서도 “신생 업체가 우후죽순 생기고, 이들이 저렴한 이용료를 미끼로 고객을 유치한 후에 PG사 수수료와 카드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게 문제다. 점주 입장에선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6호 (2025.02.12~2025.02.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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