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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때 방사선 걱정이었는데”...신소재 반도체로 해결한다는 이 중소기업

MK히든챔피언 의료용 반도체 중기 ‘비투지’ 미래 소재 질화갈륨 활용해 차세대 CT 웨이퍼소자 개발

  • 이윤식
  • 기사입력:2025.02.05 19:44:51
  • 최종수정:2025.02.05 19: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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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히든챔피언
의료용 반도체 중기 ‘비투지’
미래 소재 질화갈륨 활용해
차세대 CT 웨이퍼소자 개발
비투지 연구원들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위치한 R&D팹에서 GaN 웨이퍼 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비투지
비투지 연구원들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위치한 R&D팹에서 GaN 웨이퍼 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비투지

“질화갈륨(GaN)을 응용한 포톤 카운팅 CT(PCCT) 디텍터(감지기) 기술·공정을 개발해 부산에 짓고 있는 새 공장에서 2027년 생산을 시작합니다. 방사선 과다 피폭 위험 없이 고해상도·컬러 X선 화면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의료기기 센서·반도체 중소기업 비투지의 신정훈 대표는 5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신소재인 질화갈륨을 활용한 차세대 컴퓨터단층촬영(CT) 기술 개발로 독일 지멘스가 독점하고 있는 전 세계 6조원 규모의 CT 시장에 대변혁을 일으키겠다”고 강조했다.

2013년 창업한 비투지는 X선용 TFT(박막 트랜지스터 액정) 센서·모듈 제조 분야에서 국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비투지는 질화갈륨을 이용한 포톤 카운팅 CT용 모듈을 개발·생산해 전 세계 CT 시장을 사로잡는다는 구상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초고해상도 CT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 ‘광자계수형 X선 디텍터’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센서에서 감지한 X선을 에너지 수준에 따라 분리해 인식할 수 있어 고해상도·컬러 CT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 글로벌 의료장비 기업들은 카드뮴텔룰라이드(CdTe) 소자 등을 활용해 이 기술을 구현하고 있는데, 독일 지멘스가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비투지는 독성 우려와 발열 이슈가 있는 카드뮴텔룰라이드 대신 질화갈류을 활용해 PCCT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과 일본의 중소기업·대학이 힘을 합쳐 ‘기술 동맹’을 결성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한국광기술원과는 웨이퍼 위에 물질을 올리는 성장 기술(에피)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는 칩 구조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일본 시즈오카대, 웨어퍼 가공 전문업체 옥사이드, 질화갈륨 기판 제조 전문업체 후루카와전기와는 부산 기장군 동남권 방사선의과학 일반산업단지에 신규 공장을 짓고 있다.

해당 CT 기술의 개발이 완료되면 의료용뿐만 아니라 반도체 검사장비, 공항용 검색장비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반도체 패키징 단계에서 접합 불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CT 장비는 현재 60㎛ 수준 해상도를 지니고 있는데, 질화갈륨 응용 기술을 적용하면 30㎛ 수준으로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대표는 “접합 형태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별 구분도 가능해진다”며 “만약 공항 검색장비에 도입된다면 CT로 각 물질 구분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마약 탐지도 CT를 통해 바로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질화갈륨은 동작 원리를 반대로 이용하면 효율성 높은 전력반도체로 사용할 수 있다. 전력반도체는 전기를 변환하는 부분에서 전압, 전류, 주파수, 직류(DC)·교류(AC) 같은 전기 형태를 변환하는 기능을 한다.

비투지는 이미 ‘수직형 질화갈륨 반도체 소자’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에는 내구성이 좋고 높은 전압을 견딜 수 있다는 이유로 실리콘 위에 질화갈륨을 올리는 방식이 주로 이용됐지만, 질화갈륨과 실리콘 사이에 전류가 수평으로 흐르는 구조라 전류 손실이 크다는 한계가 있었다.

비투지가 개발한 수직형 방식을 활용하면 반도체가 견딜 수 있는 전압과 전류 밀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반도체칩 크기도 줄일 수 있다. 질화갈륨 전력반도체는 전력 손실이 적어 전기차와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인공위성과 방위산업에도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신 대표는 “한국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 소재 쪽이 제일 약한 편”이라며 “이번 질화갈륨 응용 반도체 기술 개발로 세계 의료용 CT 분야는 물론, 전력반도체 분야에서도 한국의 소재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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