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전자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큰 부담을 덜어낸 만큼 경영의 고삐를 바짝 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컨트롤타워를 복원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2017년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뒤 현재는 각 계열사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업무를 조율하는 사업지원TF가 운영되고 있다. 예전처럼 대대적인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글로벌 전략 수립을 하지는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삼성은 단기적으로 위기 상황을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이른 시일 안에 컨트롤타워를 재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동시에 뉴 삼성 비전을 구체화하고 급변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혁신적인 미래 전략을 수립·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그룹 의사결정 중심에 늘 컨트롤타워가 존재했다. 1959년 이병철 창업주가 참모를 모아 만든 비서실이 연원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구조조정본부로, 2006년 전략기획실로, 2010년에는 미래전략실로 바통을 넘겼다. 하지만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검찰 수사가 강화되자, 오늘날 계열사별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다만 컨트롤타워 복원은 큰 방향이지만, 옛 미래전략실과 같은 단순한 부활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처럼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를 비롯한 핵심 산업에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기에는 무엇보다 빠른 기술 발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딥테크 연구개발(R&D)과 트렌드 파악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도전과제는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재점검이다. 이 회장은 2018~2019년 뉴 삼성을 선언하면서 △인공지능 △차세대 통신 △바이오 △전장 부품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을 삼성그룹의 5대 미래 사업으로 선정했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리더십을 유지하면서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 경쟁력을 강화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을 확장하며,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성 네트워크 기술을 확보해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또 차량용 사업으로는 인포테인먼트 시대에 대비하고 자율주행기술을 확보한다는 구상도 그렸다. 특히 일찌감치 AI 시대를 예감하고 글로벌 연구 거점에 인재 1000명을 확보해 연구 역량을 확충한다는 밑그림까지 끝냈다.
하지만 삼성전자 실적은 최근 들어 정체를 겪고 있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2018년 58조8900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32조7000억원으로 하락했다. 이 회장이 미래 사업으로 선언한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에서 수조 원대 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복귀하면 선단 공정 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자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글로벌 행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4일 한국을 방문하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의 회동이 대표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한국을 방문하는 올트먼 CEO를 직접 만나 '신사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무죄 판결 후 첫 글로벌 행보인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오픈AI와 오픈 파트너십을 맺는 방안을 양사 간 조율하고 있다. 오픈 파트너십은 글로벌 AI 기업과 손잡고 첨단 기술을 삼성전자 제품과 서비스에 통합하는 개방적인 협력 프로그램이다. 또 양사는 AI 반도체에 대해서도 협력할 여지가 크다. 오픈AI는 딥시크에 맞서고자 AI 전용 기기와 AI 칩을 개발하는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TV·PC·가전·반도체를 모두 아우르는 삼성전자가 최적의 파트너인 셈이다. 오픈AI는 대규모 투자를 위해 신규 투자를 유치 중인 만큼 삼성전자를 향해 투자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M&A 가능성도 있다. 2014년 11월 삼성테크윈(방산·항공기 엔진 사업), 삼성탈레스(방산전자),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을 한화에 매각했고 2014~2016년 글로벌 유망 기업을 잇달아 인수한 것 역시 이 회장이 주도했다. 사물인터넷 플랫폼 기업 스마트싱스, 삼성페이의 근간이 되는 루프페이, 전장과 오디오의 강자 하만 인수가 대표적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경영 족쇄'가 풀린 만큼 포트폴리오를 시대에 맞게 재정비하고 신사업 동력에 대한 고삐를 바짝 쥘 것으로 본다.
[이상덕 기자 / 박소라 기자 / 박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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