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원도 나가, 최대 10억원도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직장인 대다수는 퇴사를 꺼리는 분위기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채용 규모가 감소한 탓이다. 구조조정에 휩쓸리지 않고 회사에서 최대한 버티려는 직원이 증가하면서 ‘대잔류시대’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해당 흐름과 정반대인 업계가 있다. 바로 금융권이다. 압도적인 퇴직금 규모에 희망퇴직자가 속출한다. 4050세대뿐만 아니라 30대 직원에서도 희망퇴직자가 나올 정도로 퇴사가 인기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지난해 말부터 2300명이 넘는 직원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4억~5억원대의 퇴직금이 지급됐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이 647명, 신한은행이 541명, 농협은행이 391명이다. 국민은행 희망퇴직자는 지난해보다 27명 줄었지만,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에서는 희망퇴직자 수가 1년 전보다 각각 307명, 19명 늘었다.
베이비부머세대이자, 채용이 많았던 때에 입사한 직원들이 올해 희망퇴직 대상이 되면서 퇴직자 수도 늘었다는 게 신한은행 측 설명이다.
하나은행에서는 316명, 우리은행은 약 420명이 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226명→316명)과 우리은행(363명→약 420명) 역시 1년 전보다 희망퇴직하는 직원이 늘었다. 5대 은행 전체에서 연말·연초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나는 직원은 약 2315명으로 추산된다. 1년 전보다 24% 증가한 수치다.
희망퇴직 금액도 상상을 초월한다. 주요 은행 희망퇴직자들은 평균 4억∼5억원, 많게는 10억원 가까운 퇴직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인당 4억원을 받았다고 계산하면, 약 9260억원이다. 1조원에 가까운 돈이 퇴직금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은행권 희망퇴직이 늘어난 배경에는 희망퇴직 조건이 나빠질 수 있다는 인식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지난해 희망퇴직금 규모를 최대 35∼36개월 치 임금에서 최대 31개월 치로 축소하기도 했다. 역대급 실적을 냈지만, ‘이자 장사’로 돈을 벌면서 자기들 배만 불린다는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조치였다.
아울러 은행권 희망퇴직 대상 연령대가 확대된 측면도 있다. 주요 은행 대부분이 50대뿐 아니라 40대를 대상으로도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은 이번 희망퇴직에서 리테일 서비스 직원 중 근속 7.5년 이상, 1986년생 이전 출생 직원도 신청 대상으로 포함하면서 30대 직원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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