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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넘는 추가공사비에 삐걱대는 팀코리아

한전·한수원 UAE 원전 갈등
美와 소송 끝내자 집안싸움
정부 중재에도 합의 불투명
국제중재 돌입땐 신인도 하락
모호한 영역구분에 갈등 불씨
원전업계 "수출 주도권 싸움"

  • 유준호/신유경
  • 기사입력:2025.01.24 17:35:32
  • 최종수정:2025-01-24 2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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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전의 첫 쾌거로 불리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원전을 둘러싼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간 공사비 정산 갈등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공들여 쌓아온 '팀 코리아'의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오는 3월 최종 결과를 앞둔 체코 원전 수출에 불똥이 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K원전 수출 주도권을 둘러싼 양사 간 해묵은 신경전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2009년 12월 수주한 바라카원전은 한전을 중심으로 한수원이 건설 종합 관리와 시운전을 맡고, 한국전력기술이 설계, 한전원자력연료가 핵연료 공급을 담당했다.

갈등이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한수원은 공기 연장, 공사비 증액 등 95개 항목에 걸쳐 한전에 클레임을 걸었다. 양측 기관장까지 나서 관련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합의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과 한수원은 이미 국제 중재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한수원은 외부 법률대리인을 선임하고 중재 절차에 돌입하기 위해 중재자를 구했다. 한전도 최근 UAE원전건설처 명의로 한수원 클레임과 관련해 법률 자문 용역을 공고하고 법률대리인 선임을 앞두고 있다.

원전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쟁의 이면에는 해외 원전 사업을 분담해 맡고 있는 한전과 한수원 간 원전 수출 주도권 다툼이 있다고 분석한다. 원전 수출은 2016년 정부의 원전 수출 공기업 기능 조정을 통해 한전·한수원 두 에너지 공기업이 함께 맡아왔다.

정부는 한국형 원전의 노형 변화 필요성이 적은 국가에 대해서는 한전이, 노형 설계 변경 등 기술적 요인이 필요한 국가에 대해서는 한수원이 수출을 추진하는 것으로 했다. 한전은 영국,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UAE 후속 원전 등을, 한수원은 체코, 폴란드, 불가리아, 헝가리 등을 담당한다.

원전 업계에서는 두 개의 다른 법인으로 이원화된 체계가 공사비 갈등을 해결하는 데 난관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수원 입장에서는 공사비를 제대로 정산받지 못하면 경영진의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 측도 한수원이 한전의 100% 자회사이기는 하지만 정산 문제에 있어서는 일방적인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원전 업계에서는 한국 원전의 대외 신인도를 유지하기 위해 두 기관의 빠른 합의를 기대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엄중한 국내 상황과 모회사·자회사 관계를 감안할 때 한수원이 제기하려 하는 국제 중재는 국익과 원전 부흥기를 맞은 팀 코리아의 후속 원전 수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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