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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제네시스 잘 달렸지만 … 관세·환경 규제 '산넘어 산'

작년 매출 175조 사상 최대
영업이익 전년비 5.9% 줄어
내수·중국 시장 침체에도
북미시장 판매는 10% 쑥
제네시스 1년새 9% 증가
현대차, GM과 리배징 검토
엠블럼 바꿔달고 판매 추진

  • 박제완
  • 기사입력:2025.01.23 17:55:31
  • 최종수정:2025-01-23 20: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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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지난해에도 역대 최고 매출 기록을 새로 썼다. 환율 효과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은 다소 감소했다. 현대차는 미국 신정부 출범과 유럽 연비규제 강화를 올해의 리스크로 꼽고, 2025년을 불확실성의 해로 정의했다. 현대차는 23일 영업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 175조231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3년(162조6635억원)보다 7.7% 증가한 수치다. 이로써 현대차는 2020년부터 5년 연속 매출 최대치를 경신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14조2395억원을 기록해 2023년보다 5.9% 감소했다.

매출 증대는 북미 시장과 하이브리드차, 제네시스 판매 같은 고수익 차종 판매 호조가 이끌었다. IR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해 북미 권역 판매량은 소매판매 기준 전년 대비 5.9%, 도매판매 기준 9.9% 늘었다.

친환경차 판매도 전반적으로 늘었다. 지난해 전체 친환경차 글로벌 판매량은 75만7000대로 전년(69만5000대)보다 8.9% 늘었다.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 현상으로 순수전기차 판매는 줄었지만, 하이브리드차가 감소폭을 모두 받아냈다. 글로벌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지난해 49만7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만대가량 늘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는 차량 중 12%가 하이브리드차다. 윤태식 현대차 IR 실장은 "지난해 제네시스 판매도 전년 대비 9.1% 증가했다"고 밝혔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잘 팔렸다. 특히 플래그십 SUV인 팰리세이드는 미국에서 전년 대비 23% 늘어난 판매량을 기록했다. 판매량은 11만55대로 역대 최다 기록이다. 현대차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중 SUV의 비중은 도매 기준 56.1%를 차지한다. 여기에 제네시스 GV60, GV70, GV80을 포함하면 비중은 59.7%까지 늘어난다.

이외에도 소매판매 기준으로 판매량이 중남미 권역에서 4.2%, 인도에서는 0.1% 늘었다. 반면 유럽, 중국, 러시아 권역은 각각 2.4%, 35.5%, 12.0% 줄었다.

다만 이 같은 매출 증가에도 영업이익이 감소한 데는 환율 효과가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12월 국내 정치 상황의 변화로 달러당 원화값이 하락하면서 판매보증충당금이 크게 늘어 비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연간 평균환율로 계산하는 반면 판매보증충당금은 기말환율을 적용한다. 지난해 4분기 달러당 원화값 평균은 약 1396원이었지만, 12월에는 1400원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한편 현대차는 2025년을 불확실성의 시기로 정의했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2025년은 국내는 물론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리스크와 유럽 연비 규제 강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된다"고 밝혔다. 이날 현대차가 밝힌 가이던스에 따르면 연간 도매판매 목표는 417만대다. 이는 도매 기준 7만대 줄어든 수치다. 올해 매출액 성장률 목표는 3~4%, 영업이익률은 7~8%로 잡았다. 이 역시 지난해 목표에서 1%포인트 낮춘 것이다.

현대차는 이날 콘퍼런스콜을 통해 미국 완성차 업체 GM과 전기 상용차 부문에서 '리배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배징은 같은 차량에 서로 다른 회사의 로고를 달고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콘퍼런스콜을 진행한 이승조 부사장에 따르면 현대차는 GM과 구매, 상용 전기, 승용 전기 3개 부문에서 협력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 1분기 내에 최종 계약과 서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북미·중남미 시장을 중심으로 아이템을 선정해 공동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승용 분야에서도 양사가 협력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차종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가 미국 완성차 업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리배징 전략은 현재 현대차의 미국 시장 판매량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2024년 기말 배당금을 주당 6000원으로, 배당기준일은 2월 28일로 잡았다. 올해 투자는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 전환 대응, 미국 전기차 공급망 구축을 우선 목표로 한다. 연구개발 투자는 6조7000억원, 설비투자는 8조6000억원, 전략투자는 1조6000억원이다. 총 투자액 16조9000억원은 2024년 투자 실적 대비 15.7% 증가한 수치다. 한편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완성차 내수 시장은 전년 대비 6.5% 줄어들었다. 특히 경기 위축에 따라 화물차 등 상용차 판매가 2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역시 이날 IR 자료를 통해 지난해 국내 완성차 소매판매가 전년 대비 7.5%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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