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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회사가 유전자 검사로 돈 번다...뱅크샐러드의 전략은? [신기방기 사업모델]

  • 박수호,윤혜진
  • 기사입력:2023.06.17 13:00:57
  • 최종수정:2023.06.17 13: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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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종의 유전형질 정보를 제공하는 뱅크샐러드의 유전자 검사. (뱅크샐러드 제공)
63종의 유전형질 정보를 제공하는 뱅크샐러드의 유전자 검사. (뱅크샐러드 제공)

뱅크샐러드.

2017년부터 카드·계좌 등 각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던 개인의 자산 데이터를 뱅크샐러드 앱을 통해 통합해서 보여주는 서비스로 각광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최근 온라인으로 좀 더 싼 금리 상품으로 갈아타게 해주는 대환대출 서비스도 하고 있다. 여기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핀테크 스타트업 사업 모델이다.

그런데 2021년 뭔가 신기한 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유전자 검사 서비스다. ‘핀테크 회사가 왜 헬스케어 사업을 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최근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미생물 검사 서비스까지 내놨다.

이쯤 되면 금융 회사인지 헬스케어 회사인지 헷갈린다. 그런데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는 “이 모든 게 연결되는 사업 모델”이라고 설명한다. 고객의 삶에서 가치 있고 중요한 데이터를 통합해 보여주는 것이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이롭기 때문이란다.

언뜻 이해가 안 돼 실무자인 박규인 PM에게 보다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터뷰/ 뱅크샐러드 박규인 PM

Q. 뱅크샐러드는 금융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헬스케어 서비스라니.

A. 뱅크샐러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불균등한 정보의 비대칭을 해결하고 누구나 똑똑해지는 세상을 꿈꾼다’는 비전이 있다. 금융 서비스에 이어 맞춤형 건강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헬스케어 서비스는 시작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2021년 10월 시작한 유전자 검사는 선착순 1초 미만 마감 컷을 자랑하며 현재 서비스 받은 인원만 누적 23만명 이상, 신청 인원은 100만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유전자 검사업계의 전체 검사 수를 합한 것보다도 많다.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다. 유전자 검사의 성공을 바탕으로 2023년 5월부터 두 번째 건강 서비스, 미생물 검사를 선보이고 있다.

Q. 유전자 검사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선착순 무료 제공이다. 여기서 수익이 날 수 있나.

A. 유전자 검사와 미생물 검사는 선착순 무료 신청과 프로모션, 유료 구입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카드 발급 또는 증권사 계좌 개설 등을 하면 선착순 대기 없이 뱅크샐러드 건강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도 있다. 뱅크샐러드 서비스들은 모두 앱 내에서 이뤄져 금융 파트와 건강 파트의 고객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유전자 검사를 한 전체 유저의 80% 이상이 뱅크샐러드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뱅크샐러드 앱 내에서 볼 수 있다. (뱅크샐러드 제공)
유전자 검사 결과는 뱅크샐러드 앱 내에서 볼 수 있다. (뱅크샐러드 제공)

Q. 일종의 미끼 상품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5월 시작한 미생물 검사는 어떤 검사인가.

A. ‘미생물’과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군집)’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해외에서는 ‘인류 질병 극복의 열쇠’라고 불릴 정도로 개인 맞춤형 질병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검사로 알려져 있다. 유전자는 내가 지니고 태어난, 선천적으로 타고난 특성이기 때문에 바꿀 수 없고 재검사해도 결과가 같다. 반면 내 몸 속 미생물은 최근 섭취한 음식물, 생활 습관 등 노력에 의해 바뀔 수 있어 주기적인 재검사를 통해 내 건강 변화 현황을 체크할 수 있다. 특히 뱅크샐러드의 미생물 검사는 내 몸 속 미생물을 확인하고, 해당 미생물의 먹이(프리바이오틱스)를 추천받아 나에게 필요한 미생물을 키우고 관리할 수 있다는 차별화 지점이 있다. 유전자·미생물 검사 모두 구강을 통한 검사 방식을 사용한다.

Q. ‘랩지노믹스’라는 기관과 협업해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떻게 함께 하게 됐나.

A. 랩지노믹스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유전자 검사기관 인증을 받은 유전체 분자 진단 전문 기업이다. 수년간 축적한 통계 데이터와 효율적인 유전자 검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전문성과 신뢰도가 매우 높다.

Q. 뱅크샐러드는 의료기관이 아닌데 건강 사업을 통해 얻은 개인 의료 정보를 어떻게 다루나.

A. 뱅크샐러드 건강 검사 서비스들은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 가이드라인’에 따라 합법적인 영역에서 운영 중이다. 가이드라인에는 ‘개인의 객관적인 건강 정보 확인과 점검 등은 의료 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비의료기관에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질환 등 의료 관련 정보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공인된 기준 등에 해당하는 정보를 안내하는 경우 비의료적 상담과 조언에 해당하기 때문에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유전체 분석 전문기관과 유기적으로 협의하고 조율해 서비스한다. 의학적인 소견이 필요한 경우 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는 이용자 고지도 명확하게 안내하고 있다.

아울러 뱅크샐러드는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업으로 데이터 보안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정보보호에 관한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 신용정보법상 본인신용정보관리업 허가를 받았다. 전자금융업자와 전자서명인증사업자로서 높은 수준의 정보보호 체계를 갖추고 있다.

더불어 정보보호 관리와 감독 기준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는 금융업을 기준으로 모든 데이터를 보호하고 있다. 특히 건강 데이터의 경우 데이터 특성에 맞는 자체적인 보호 기준 또한 함께 적용하고 있다.

Q. 유전자, 미생물에 이어 어떤 검사를 구상하고 있나.

A. 실질적으로 고객 건강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검사를 구상하고 있다. 더욱이 새로운 건강검사 외 향후 맞춤형 건강관리 솔루션 고도화를 구상 중이다. 유전자·미생물 검사는 개인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중요 정보다. 헬스케어와 피트니스 업체 등과 제휴해 개인 신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체계적인 맞춤형 건강 습관, 체력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이끄는 서비스도 계획 중이다.

뱅크샐러드가 무료로 제공하는 미생물 검사. (뱅크샐러드 제공)
뱅크샐러드가 무료로 제공하는 미생물 검사. (뱅크샐러드 제공)

Q. 향후 금융·건강 데이터 분야 전망을 어떻게 보나.

A. 최근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돼 빠르면 2024년부터 전 산업 분야에 마이데이터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산업 분야에 상관없이 흩어진 자신의 정보를 이동시키고 통합할 수 있게 된다. 유용한 정보를 생성, 이동시키고 통합·분석하는 다양한 조력자들이 필요해질 것이다. 통신, 유통, 교육, 문화,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삶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뱅크샐러드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에서 조력자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Q. 앞으로 사업 전개는.

A. 뱅크샐러드는 그동안 데이터 인프라를 갖추는 데 아낌없이 투자했다. 올해부터 성장 기반과 인프라가 갖춰졌다고 판단한다. 마이데이터의 가치를 지키며 고객의 편에서 비즈니스 제휴로 끌어낼 수 있는 최대한 건강하고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금융 상품 중개와 건강 관련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올해 말 흑자전환을 목표로 삼았다.

뱅크샐러드는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에 차별화 포인트를 두고 서비스를 집중했다.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자리 잡은 만큼 금융과 건강을 연결해나가고자 한다. 앞으로 금융·건강을 넘어 통신, 자동차 등 생활과 밀접한 데이터 분야로 확장해,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뱅크샐러드는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모든 고객이 일상에서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 기업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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