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살해 협박·소송에도 완성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나는 생존자다’[리뷰]

  • 김소연
  • 기사입력:2025.08.15 16:01:00
  • 최종수정:2025.08.15 16:01:00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나는 생존자다’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나는 생존자다’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를 이을 화제작 ‘나는 생존자다’가 사회의 구조적 폐해를 짚으려 나섰다.

15일 오후 4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생존자다’(연출 조성현)가 전세계에 공개됐다. 앞서 기독교복음선교회(JMS)와 전 신도 등 3건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들어가면서 공개가 불투명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지난 14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이 사건주위적, 예비적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시청자들과 만나게 됐다.

‘나는 생존자다’는 지난 2023년 3월 공개된 ‘나는 신이다’의 후속작이다. 전작은 대한민국 현대사 속 ‘메시아’들과 이들 뒤에 숨은 사건과 사람을 추적한 다큐멘터리로 정명석의 JMS, 박순자의 오대양, 김기순의 아가동산, 이재록의 만민중앙교회를 조명했다.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으며 공개 이후 글로벌 시청 순위 5위, 대한민국 1위에 올랐다. 사회에 화두를 던진 조성현 PD는 2023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대통령 표창(방송영상산업발전유공)을 받았다.

JMS를 비롯해 부산 형제복지원, 지존파 사건,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등 4개 사건 생존자들의 증언을 담은 이번 작품 역시 상당히 충격적이다. 사전 언론시사를 통해 JMS 편과 부산 형제복지원 편이 먼저 공개됐다.

‘나는 신이다’가 가해자들의 범죄에 집중했다면, 이번 시즌은 가해자에게 피해를 입은 희생자, 곧 ‘생존자’의 이야기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JMS 편은 단 한 사람의 가해자에 집중했던 시선을 넓혀,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되고 존속되도록 수호한 인물들, 그리고 피해자를 양산한 측근 가해자들로까지 범위를 확장했다.

또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시즌이 가져온 변화를 조명하며 한발 더 나아간 결과를 보여줬다.

한발 앞서 작품을 접한 기자의 시선으로 볼 때, 이번 작품 역시 화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작에서 성적 학대·성폭행 등 피해를 드러내기 위해 담은 부분이 선정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것처럼. 이번에는 성적인 내용 대신 폭력적인 선전성으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기본적인 인권마저 짓밟는 상황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보는 내내 참혹함과 참담함에 눈을 돌리고 싶을 만큼, 회피하고픈 욕구가 밀려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 부분을 담지 말았어야 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대중에 잊혀가던 사건을 다시 세상에 알리고 단 한마디 사과라도 받고 싶은, 여전히 지옥 속에서 살고 있는 피해자들의 입장에서도. 또한 이 모든 사실을 ‘점잖게’ 정제된 언어로 건조하게 포장한 몇 줄의 기사나 몇 컷의 뉴스로만 접했던 대중들에게도 꼭 필요한 선택이었다.

대중의 알 권리와 사생활 보호는 늘 충돌한다. 이는 더 많은 사실을 보여주고 인식시키며 경고하려는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짊어진 숙명이기도 하다. 그 아슬한 줄타기 속에서 어디까지 담아야 할지 고심했을 제작진의 고민이 엿보인다.

조성현 PD는 지난 시즌 공개 이후 송사에 시달렸다. 수차례에 걸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뿐 아니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송치됐고, 살해 협박과 가족에 대한 위협도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만들어야만 했던 작품이다.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조 PD는 “경찰에 아내에 대한 신변보호를 요청했고, 받아들여져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다. 제 일이라고 가족들에게 희생을 강요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그런 가운데에도 제작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피해자들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조 PD는 “저를 믿고, 팀을 믿고 카메라 앞에서 지옥 같은 삶을 증언해준 생존자들과의 약속 때문이다. ‘사회적 참상을 알려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증언해준 피해자들이 있었기에 단 한 번도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PD에 대한 위협까지 서슴지 않으며 세상에 공개되는 것을 막고 싶었던 이들이 감추려 한 처참한 ‘진실’은 1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나는 생존자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