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2기 출범 3개월 후폭풍 관세전쟁 쇼크에 자금 이탈 美갑부 스위스에 계좌 개설 대학지원 축소·탄합 여파에 과학인재 연구거처 유럽으로 "입국 심사서 불이익 당할라" 美여행객, 코로나 이후 최악 도이체방크 "美 신뢰의 위기"
주말을 맞은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을 규탄하는 시위가 수도인 워싱턴DC와 뉴욕, 플로리다주 등 700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이날 백악관 앞으로 몰려간 시위대가 '트럼프는 당장 돌아가라'는 현수막을 들고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부(富)와 과학인재가 빠르게 미국을 탈출하고 있다. 광활한 북미대륙을 즐기려는 전 세계 여행객 발걸음이 코로나19 팬데믹 이래 급격히 줄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불과 석 달 만에 나타나고 있는 이상 현상으로 모두가 미국을 기피하는 '탈미국'화가 급속도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미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 방문객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가까이 감소했다. 대륙별로는 서유럽(-17%) 중앙아메리카(-24%) 카리브해(-26%)에서 3월 미국을 찾는 방문객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급감했다.
주요 나라별로 보면 독일(-28%) 스페인(-25%) 한국(-15%) 영국(-14%) 중국(-11%) 호주(-7%) 국적 내방객이 크게 줄었다.
이는 모든 글로벌 이동이 '일시 멈춤' 상태에 빠졌던 팬데믹 초기 이후 처음 나타난 양상으로, 미 관광업계는 수조 원대 관광수입 손실을 염려하고 있다.
리서치 회사 '투어리즘 이코노믹스'의 애덤 색스 대표는 "(방문객 급감은) 달러 강세, 긴 비자 대기 시간, 여행 제한 걱정, 미국이 환영해줄 것인지에 대한 의문, 미국 경제 둔화, 안전 우려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여행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관광산업으로 미국 경제에는 1조3000억달러(약 1851조원)가 유입되고 일자리 1500만개가 창출됐다. 협회 대변인인 앨리슨 오코너는 올해의 감소세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정부가 대대적인 연구비 예산 삭감과 함께 하버드대 등 주요 대학들의 다양성 정책을 문제 삼으며 이른바 '문화 전쟁'을 벌이자 미국 과학인재들의 해외 엑소더스도 잇따르고 있다. 지원이 끊겨 일자리를 잃거나 연구가 중단된 전도유망한 연구자들은 물론 트럼프발 문화 전쟁에 따라 유럽으로 피신하려는 석학들의 '두뇌 이탈'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미 중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변화한 정책으로 자국 과학인재들이 미국에 머무르지 않고 고국으로 유턴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미국에서 탈출하려는 과학인재를 붙잡기 위해 프랑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입장문에서 "프랑스에서 연구는 최우선 과제이고 혁신은 곧 문화이며 과학은 무한한 지평"이라면서 "전 세계 연구자들이 프랑스와 유럽을 선택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나라 이름을 특정하지 않고 '전 세계'라고 했으나 실은 트럼프 행정부 아래 미국을 겨냥했다는 평가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외국 인재 유치를 위해 대학과 연구소 등이 자금 지원을 신청할 수 있는 '과학을 위해 프랑스를 선택하라(Choose France for Science)'는 프로그램이 신설된 사실도 공개했다. 이를 담당하는 프랑스 국립연구재단(ANR)은 "지금 연구자들 사이에 전례 없는 이동이 일어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며 "프랑스는 유럽에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자 하는 이들을 적극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일으킨 불확실성도 '탈미국 머니무브'를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안전자산인 미 국채를 대규모 매도한 여파로 수익률이 급등하는 등 미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미국 고액 자산가들의 자금 이동이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인다.
앞서 미 CNBC 방송은 자국 부유층이 달러화 약세와 관세 부과 리스크 등 미국 경제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최근 잇따라 스위스 금융기관으로 자산을 옮기고 있다고 조명했다.
스위스에 거점을 둔 금융 자문업체 알펜파트너스의 피에르 가브리스 설립자는 CNBC에 "(고객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다"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와 코로나19 당시 우리는 큰 파도를 봤고, 이제 관세가 새로운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급격한 머니무브에 대해 "'미국산이면 모든 것을 팔자'는 모드로 시장이 전환되고 있다"면서 "이는 과거 신흥 경제국에서나 발생했던 일"이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경고했다.
독일 도이체방크도 이달 초 고객 메모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일제히 하락 반전하는 미국 금융자산의 이상 흐름을 '신뢰의 위기'라는 단어로 규정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심지어 독일이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성을 우려해 미국 뉴욕 지하 금고에 보관 중인 자국 금괴를 인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