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17 16:05:42
DN오토모티브 투자한 미국계 행동주의펀드 운용 자금 1억2500만달러로 중소형사 노려 경영상 문제 지적하는 행동주의 공매도 전략 한국에서는 공매도 대신 ‘롱 포지션’ 취한다 지난해 한국계 애널리스트 추가 고용하기도
“숨겨진 보석 같은 한국 기업을 발굴해 외국인투자자의 관심을 끌어 낼겁니다. 이미 여러 잠재력 있는 기업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행동주의펀드 블루오카캐피탈의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 소렌 안달은 17일 매일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운용자산 1억2500만달러의 블루오카캐피탈은 공매도를 바탕으로 행동주의 전략을 펼치는 투자자로, 지난해 이오플로우에 이어 최근 국내 자동차 부품사 DN오토모티브의 지분을 사들이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블루오카캐피탈은 적대적인 공매도 포지션 대신 한국에서는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전략으로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저평가된 한국 기업을 찾아낸 뒤 지분 매수 보고서를 발표해 끌어들인 글로벌 자금으로 주가 상승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블루오카캐피탈이 보고서를 낸 30개사 중에서 ‘롱 포지션’을 취한 기업은 한국의 이오플로우와 DN오토모티브 두 곳 뿐이다.
지난 8일 DN오토모티브에 대한 블루오카캐피탈의 보고서가 발표되자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수십억 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내기도 했다.
안달 CIO는 “전 세계 수만 명의 투자자들이 블루오카캐피탈의 보고서를 구독하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숨겨진 한국 기업을 찾아 보고서를 통해 시장에 알리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블루오카캐피탈의 기존 방식은 기업의 매출 과대 계상 등 회계 부정이나 경영상의 문제를 밝혀내 공매도로 수익을 내는 형태였다.
지난달에도 블루오카캐피탈은 중국 라이다 센서 개발업체 헤사이그룹이 재무 정보를 조작하고 중국군과의 연관성을 은폐했다고 지적하는 보고서를 냈고, 직후 헤사이그룹의 주가가 7.8% 떨어지는 등 우하향했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기업의 경영에 개입하지 않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펀드는 기업의 지배구조나 경영 전략에 개입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이 핵심이다.
블루오카캐피탈은 기업 가치가 고평가된 미국 시장에서는 공매도 행동주의 전략이 유효하지만 한국에서는 오히려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내는 게 유리하다고 평가한다.
안달 CIO는 “이번에 DN오토모티브 관계자를 만나서 회사의 경영 전략에 대해 호평할 계획”이라며 “수년간 회사를 잘 이끌어왔기 때문에 맥주를 한 잔 사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기업의 지분을 단기에 매도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지분을 보유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에 지분 매수 보고서를 낸 이오플로우의 경우에도 현재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했지만 재투자 가능성을 열어뒀다.
블루오카캐피탈은 지난해 이오플로우 투자를 기점으로 한국 시장에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블루오카캐피탈이 변호사인 안달 CIO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소송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미국에서 특허 침해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이오플로우를 발견했다.
이후 최근에 매수 보고서를 내놓은 DN오토모티브 이외에도 다수의 국내 기업을 투자처로 물색하는 중이다.
지난해에는 한국계 애널리스트를 추가로 고용하는 등 본격적인 ‘한국행’에 나섰다.
안달 CIO는 “지금 텍사스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한국어가 가능한 인재를 채용해왔다”며 “이오플로우를 시작으로 한국에서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안달 CIO는 특정 기업의 부상에 그치지 않고 한국 증시 전반이 일본처럼 저평가 극복 수순을 밟아나갈 거라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의 거버넌스(기업지배구조) 개혁을 바탕으로 지난해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4만 선을 회복한 사례처럼, 한국도 행정부와 입법부의 증시 부양책이 작동할 거라는 예측이다.
안달 CIO는 “견고한 경제력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로 꾸려진 한국 증시는 4~5년 전 일본과 유사하다”며 “지배구조 개선이 동력이 돼 외국인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거듭나는 흐름을 따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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