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0 07:30:00
광주 FC는 4월 19일 FC 서울 원정에서 2-1로 이겼다. 이날 승리는 광주의 서울전 5연승이었다.
광주엔 의미 있는 기록이 또 있었다. 이날 서울전은 광주의 2025년 첫 원정 승리였다.
광주는 서울 원정 이전까지 올 시즌 원정에서 치른 공식전 6경기에서 3무 3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2경기 2패, K리그1 4경기 3무 1패였다.
광주 이정효 감독은 원정 부진의 원인을 빡빡한 일정에서 찾았다.
이 감독은 19일 서울전을 앞두고 “지난해 10월 1일 가와사키 프론탈레전(1-0)이 마지막 원정 승리”라며 “돌아보면 항상 피곤한 상태로 원정 경기를 치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록을 찾아보니 3일에 한 번꼴로 경기가 이어졌다. 주말에 K리그1 일정을 소화하고, 주중에 ACLE에 나서는 식이었다. 그런 부분이 선수들에게 어려움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광주는 이 감독의 지휘 아래 K리그1에서 가장 세련된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지만, 선수층이 얇다. 1주일에 2경기 이상의 일정을 소화하는 데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광주는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며 순항 중이다.
처음 출전한 ACLE에선 한국 팀 중 유일하게 토너먼트에 올랐다. 광주는 ACLE 16강전에서 일본 J1리그 3연패에 도전하는 비셀 고베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8강에 오른 상태다.
K리그1에서도 호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는 올 시즌 K리그1 10경기에서 4승 4무 2패(승점 16점)를 기록 중이다. K리그1 12개 구단 가운데 2위다.
그런 광주의 큰 고민은 주축 선수의 체력, 부상 관리다.
광주는 ACLE에 참가하면서 몇 차례 K리그1 일정 조정을 요청하곤 했다. 4월 9일로 앞당겨졌던 대구 FC와의 리그 홈경기도 그랬다. 애초 이 경기는 26일 오후 4시 30분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광주가 ACLE 8강에 오르면서 일정 조정이 불가피했다. 광주는 26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알 힐랄과의 ACLE 8강전을 치른다.
광주는 대구와의 홈경기를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 펼쳐지는 7월(7~16일)에 치르길 바랐다. 이 시기는 K리그1 휴식기다. 서로의 뜻이 맞으면 일정 조정이 가능했다.
광주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광주는 6일 제주 SK전을 시작으로 19일 서울전까지 14일 동안 5경기(코리아컵 1경기 포함)를 치렀다. 26일 ACLE 8강전 알 힐랄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엄청난 강행군이었다.
그런 광주에 따뜻함을 전한 이가 있다. 서울 김기동 감독이다.
애초 19일 오후 7시 광주와 서울의 경기는 20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었다. 이 경기가 김 감독의 배려로 하루 앞당겨 치러졌다.
서울이 광주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면, 광주는 20일 서울과의 경기를 마치고 부랴부랴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해 사우디로 향하는 비행기를 탈 수도 있었다. 그리고선 1회 경유 포함 16시간을 날아가 사우디 현지 적응에 나서야 했을 수도 있다.
광주 선수단은 김 감독의 배려로 서울전 후 인천국제공항 근처에서 하루를 쉴 수 있게 됐다.
김 감독은 “광주가 K리그를 대표해서 ACLE에 도전하고 있지 않느냐”며 웃은 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뿐만 아니라 어느 축구인이라도 그랬을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서울은 광주의 ACLE 성적에 따라서 2025-26시즌 아시아 클럽대항전 출전 여부가 결정 난다. 광주가 올 시즌 ACLE 정상에 오르면, 서울은 2025-26시즌 ACLE는 물론 ACL2에도 나서지 못한다.
광주가 올 시즌 ACLE에서 우승하면, 2025-26시즌 ACLE 본선엔 광주와 울산 HD가 나선다. ACLE 플레이오프엔 강원 FC가 출전하고, ACL2엔 지난해 코리아컵 우승 팀인 포항 스틸러스가 나선다.
김 감독은 그런 상황에서도 광주를 배려했다.
김 감독은 조언도 건넸다.
김 감독은 포항 감독 재임 시절 ACL 결승 무대를 밟은 적이 있다. 2021시즌이었다. 당시 포항이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상대가 알 힐랄이었다.
포항은 알 힐랄의 홈구장에서 치른 결승전에서 0-2로 패했다.
김 감독은 “알 힐랄엔 그때도 좋은 선수가 많았다”며 “이것보다 어려웠던 게 예상 못한 판정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경기 시작하자마자 우리 수비수를 묶어놓더라. 수비수들에게 연달아 경고를 준 거다. 이쪽 하나 저쪽 하나. 수비수들이 시작부터 경고를 받았는데 어떻게 적극적으로 하나. 경기 운영이 대단히 힘들었던 기억이 나서 이 감독에게 이야기해 줬다. 나머진 이 감독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김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 감독은 “김기동 감독께 ‘일정을 조정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는 전화를 드렸다”며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기동 감독께서 조언도 해주셨다. 경기장 분위기, 심판 성향을 특히 강조했다”고 했다.
이 감독은 덧붙여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ACLE에 나서는 팀들의 경기 일정 조정이 안 된다면, 구단들이 한국을 대표해 나가는 팀은 좀 배려해 줬으면 한다. 나는 우리 대표님에게 ‘다음에 우리가 손해를 보더라도 ACLE에 나가는 팀들은 배려해 주자’라고 얘기했다. 그렇게 하기로 했다. ACLE에 나서는 팀들이 부상 선수 없이 좋은 성적을 내려면 일정을 잘 조절해 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
[상암=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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