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사진)이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헌재 결정에 모순이 없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문 권한대행은 이날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률가의 길'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이후 문 권한대행이 외부 특강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문 권한대행은 "민주주의의 성장은 관용과 자제에 달려 있다"며 "헌재의 판단 역시 이 기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어 "관용과 자제를 넘었느냐, 넘지 않았느냐가 헌재의 결정 기준"이라며 "(야당의) 탄핵소추는 그 선을 넘지 않았고, 비상계엄은 그 선을 넘었다는 것이 헌재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문 권한대행은 "야당의 탄핵소추는 권한이지만 그것만으로 정당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같은 논리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도 권한이지만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정당성은 따로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용은 생각이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이고 자제는 권한 있는 사람이 그 힘을 절제하는 것"이라며 "이 두 가지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결코 성숙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권한대행은 일각에서 제기된 헌재 판단의 모순 가능성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문 권한대행은 "야당에 주어진 권리가 여당에도, 여당에 요구되는 절제가 야당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는 것이 통합이고 그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특강은 헌재 공식 일정이 아닌 문 권한대행의 대학 동기인 인하대 교수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문 권한대행은 18일 오전 헌재 대강당에서 열리는 퇴임식을 끝으로 헌재를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