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8.04 17:48:11
시니어환자 관리팀 수요 폭증 아시아 유일 노년환자 특화병원
85세 A씨는 최근 담관암 수술을 위해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입원과 동시에 고령 환자 대상 선별검사를 받았고 집중 관리가 필요한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전산 시스템은 즉시 시니어환자관리팀에 협진을 요청했고, 노년 전담 간호사가 병실로 찾아왔다. 수술을 앞둔 A씨는 섬망, 낙상, 영양 상태 등에서 모두 ‘주의 요망’ 판정을 받았다.
병원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담당 의료진과 약사, 사회복지사가 함께 조기 재활, 약물 조정, 영양 보충, 섬망 예방 간호를 포함한 맞춤형 계획을 수립했다. 수술 전부터 회복기까지 제때 케어받을 수 있도록 힘썼다.
퇴원을 앞두고는 ‘노노케어’ 상황, 즉 고령의 배우자와 단둘이 사는 A씨의 생활환경을 반영해 지역 복지 서비스와 연계한 통합 퇴원계획이 마련됐다. 이후 가정 간호사가 직접 방문해 필요한 처치를 이어갔다.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중증 노년 환자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이들의 복합적인 건강 상태를 반영한 통합 진료 체계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입원 초기부터 퇴원 후까지 진료와 돌봄을 연계하는 노년 맞춤형 통합진료 시스템 ‘위드원(WithONE)’을 본격 가동했다고 4일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러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중증 노년 환자에 특화된 의료 체계를 구축했으며 미국 의료개선연구소(ICI)로부터 최고 등급인 ‘케어 엑설런트(Care Excellent)’ 인증을 받았다. 아시아에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노년 환자 특화 병원으로 선정됐다.
현재 서울아산병원은 65세 이상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허약 척도(CFS)’를 활용해 건강 상태를 평가하고 있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면 전산 시스템을 통해 시니어환자관리팀에 협진이 자동 의뢰된다. 여기에 자체 개발한 ‘돌봄 위험 척도’를 더해 복합 질환과 예후 악화 가능성까지 정밀하게 파악한다.
의뢰가 접수되면 48시간 이내에 노년 전담 간호사가 병실을 방문해 환자의 위험 요인을 점검한다. 이어서 다양한 전문 분야의 의료진이 참여하는 다학제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위드원팀은 이 과정에서 돌봄 요소(Matter), 이동 능력(Mobility), 약물 관리(Medication), 정신 기능(Mentation) 등 ‘4M 서비스’를 바탕으로 환자의 돌봄 요구와 잠재적 위험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맞춤형 계획에 따라 재활의학팀은 조기 재활로 거동 저하와 낙상 위험을 줄이고, 약제팀은 다약제 복용과 부적절한 약물 처방을 조정한다. 보호자 교육도 함께 진행된다. 영양팀은 영양 불균형이 우려되는 환자에게 적절한 식이 계획을 수립해 회복을 지원한다.
이번 시스템은 병원 밖 일상까지 고려해 설계됐다. 서울아산병원은 1인 가구, 돌봄 공백, 거동 제한 등으로 퇴원 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환자를 지역 기반 복지 서비스와 연결한다.
전담 간호사와 사회복지사가 퇴원 전 상담을 통해 돌봄 수요를 파악하고 거주지에 맞는 가정간호 기관과 연계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 문의센터와 안심진료클리닉을 통해 돌발 상황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인공지능(AI) 기반 상담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2021년 시니어환자관리팀이 담당한 노년 환자 수는 약 160명이었으나 2024년에는 2959명으로 18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통합 퇴원계획 서비스 의뢰 건수는 83건에서 802건으로 약 10배, 지역 복지 연계 실적은 191건에서 1449건으로 7배 넘게 늘었다. 환자 만족도는 90%를 웃돌았다.
백지연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입원 환자의 40%가 65세 이상일 정도로 고령 환자가 많다”며 “복합 질환을 가진 노년 환자에게는 초기 대응과 맞춤 치료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손기영 가정의학과 교수는 “의료기관은 퇴원 이후의 삶까지 책임져야 한다”며 “지역사회 자원을 적극 발굴해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2020년 시니어환자위원회를 출범한 데 이어 2023년에는 고위험 노년 환자를 조기에 선별하고 맞춤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시니어환자관리팀을 구성했다.
2024년에는 이를 통합돌봄지원팀으로 확대 개편했으며 2025년에는 기존 통합 퇴원 서비스를 전문화하기 위해 통합퇴원계획팀을 신설했다. 최근에는 위드원이라는 이름으로 상표를 출원하고 중증 노년 환자 통합 진료의 대표 모델로 공식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