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4.12.23 09:59:07
2001년생 ‘신예’ 정보윤 최근 7차전(하이원리조트배)서 첫 4강 세 시즌 32강 최고성적…이번에 커리어하이
“당구가 뭔데요?”
큐를 잡아보기는커녕 당구의 당자도 몰랐던 여고생 정보윤은 아버지 손에 이끌려 얼떨결에 당구선수를 준비했다. 억지로 배우기 시작한 당구가 재밌을리 없었다. 당구를 그만두고싶다고 울고불며 아버지께 떼를 써봤지만 뜻을 꺾지못했다.
그렇게 억지로 배운 당구였지만 예상 외로 빠르게 성적을 냈다. 선수 1년여만인 지난 2019년 처음 출전한 전국 학생부대회에서 덜컥 우승한 것. 정보윤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2년 프로무대에 도전장을 냈다.
그러나 역시 프로의 세계는 쉽지않았다. 세 시즌 동안 23개투어에 나섰지만 최고성적은 32강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단 한 번이 전부였고, 올 시즌 들어서는 더욱 고전하며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하지만 그래프가 밑바닥을 그릴 때 즈음 반전이 일어났다. 최고성적인 32강을 넘어서더니 내로라하는 강호를 연파하며 4강까지 오르며 이름 석자를 알린 것.
정보윤은 이번 활약으로 확실한 스텝업에 성공했다. 지독한 슬럼프에서 탈출하며 자신감을 찾았다. 더욱이 뛰어난 미모까지 겸비해 당구팬들의 관심을 사로잡기도 했다.
이제는 자신의 성과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해 나가고 싶다는 정보윤을 서울 역삼동 엠블당구클럽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동영상으로도 제작, 조만간 유튜브(MK빌리어드뉴스)에 업로드될 예정이다.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LPBA에서 3시즌 째 활동 중인 당구선수 정보윤이다. 나이는 22살이고, 당구수지는 27점이다.
▲지난 LPBA 7차전(하이원리조트배에서 프로데뷔 후 4강까지 올랐는데. (정보윤은 7차전서 김세연 강지은 이우경 등 강호를 연파했고, 4강에서 김보미에게 세트스코어 1:3으로 졌다.)
=3년 가까이 LPBA를 뛰며 4강무대는 상상해본 적조차 없다. 그만큼 얼떨떨하면서도 기쁜데, 사실 가장 기뻤던 순간은 4강에 올랐을 때가 아니라 32강(김보라에 세트스코어 3:1 승)을 넘은 시점이었다. 드디어 최고성적을 갱신했기 때문이고, 이후 다음 무대로 향하는 순간순간마다 행복했다. 마치 ‘꿈의 무대’ 를 치른 느낌이 든다.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당구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럼에도 알려진 정보는 많지 않은데, 당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당구팬인 아버지 권유로 고2 때였던 지난 2018년 얼떨결에 큐를 잡았다. 그전까지만 해도 당구는 한번도 쳐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당구에 대해 진지하지 않았다. 강제로 시작하다보니 싫증이 많이 났고, 매일 울며불며 아버지께 당구치기 싫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 뜻을 꺾지못했다. 그렇게 1년 넘게 어영부영 당구를 쳤다.
▲언제부터 마음을 다잡게 됐는지.
=고3때인 2019년 연습구장을 옮기면서부터다. 1년 넘게 당구를 제대로 치지 않았던 저를 보고 아버지가 조치를 취하신 것이다. 그렇게 강남 역삼동 엠블당구클럽으로 둥지를 옮겼고, 그때부터 김동룡 선수에게서 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동갑내기 (용)현지와 (한)지은이가 이미 그곳에 있었는데, 이 친구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자극을 받아 당구를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첫 출전한 전국대회에서 우승했다고.
=2019년 7월 ‘전국 종별 학생당구선수권대회’에 출전했고, 그게 전국대회 데뷔전이었는데 덜컥 우승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춘천 대한당구연맹회장배’에서도 준우승했다. 이렇게 잇따라 성적을 내다보니 주변에서 ‘당구에 재능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때부터 당구에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내가 정말 천재인 줄 알았다. 하하.
▲성인부 성적은 어땠나.
=학생부 때 임팩트는 없었지만 성인부에서도 공동3위에 두 번 올랐고, 꾸준히 8강정도 성적은 유지했다. 그렇게 2년 정도 전국대회를 다니다 2022년 여름 LPBA로 옮겼다.
▲경험이 많지않은 상황에서 프로행을 결정한 것 같은데. (정보윤은 22/23시즌 개막전에 LPBA에 데뷔했다. 당시 정보윤은 21세였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1년 정도는 전국대회를 더 뛰고 싶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프로행을 적극 권유하셨다. 그래서 압박감이 상당했다. 전국대회 다니며 선수생활하는 것을 나름 즐기고 있었고, 무엇보다 LPBA에 가면 성적이 안 나올게 너무 뻔해 보였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LPBA에 와서 3년 넘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마음고생이 상당했을 것 같은데. (정보윤은 22/23시즌 LPBA 데뷔 후 올 시즌 6차전까지 3시즌 23개투어에 나섰지만 최고성적이 32강(1회)에 그쳤다)
=물론이다. 그래도 첫 시즌은 적응기라 생각해 버틸 수 있었지만, 2년 차에 접어들던 지난 시즌까지도 성적을 못 내니 프로로 넘어온게 너무 후회됐다. 계속 ‘LPBA에 왜 왔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지난 시즌 마지막 9차전에 처음 32강까지 오르며 자신감을 조금 찾는 듯했지만, 올 시즌 들어서 또다시 성적이 안 나와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4강에 오른 이번 7차전 대회 시작 직전까지도 선수로서 자존감은 밑바닥을 찍은 상황이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냈다. 7차전서 4강에 올랐던 결정적 요인을 꼽자면.
=솔직히 별다른 건 없다. 그저 그동안 인내해 왔던 시간이 운좋게 꽃을 피운 듯하다. 7차전 전날 연습할 때까지만 해도 너무 안 풀려 아무런 기대도, 자신감도 없었다.
첫 판인 1차예선(PPQ)도 간신히 넘었다. 그런데 2차예선(PQ)에서는 어느정도 만족할 만한 애버리지(0.885)를 기록해 조금 자신감을 찾았다. 다음 64강전 상대는 ‘강호’김세연 선수였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 동안 김세연 선수에게 2, 3연패를 당했기 때문에 이번 만큼은 질 수 없다고 경기에 임했고, 결국 이기고 32강까지 올랐다. 이때가 가장 간절했다. 커리어하이를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운 좋게 32강도 넘었고, 계속 자신감이 붙어인지 4강까지 오르게 됐다.
▲결승에 오르고 싶은 마음도 컸을 텐데. (정보윤은 4강전에서 김보미에게 세트스코어 1:3으로 졌다)
=아쉬움은 별로 없었다. 애초에 큰 욕심이 없었고, 이미 32강을 넘어선 시점부터 매 순간 너무 기뻤다. 4강전 때는 체력적인 한계를 느꼈다. 아무래도 처음으로 연속 7경기를 치르다 보니 힘에 부쳤다.
▲4강에 오른 후 많은 축하를 받았을 것 같다.
=최근 슬럼프에 빠졌다는걸 주변에서 알고 계셔서인지, 이번 대회 때는 응원을 많이 받았다. 대회를 마치고 나서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셨고, 부모님은 나보다 더 좋아하시더라. 커리어하이였던 32강을 넘어서고부터는 문자에 하트 이모티콘도 추가되더라. 하하.
▲높아진 인기를 체감한다고.
=당구장 가면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확실히 늘어났다. 그 동안 이런 관심을 바래왔기에 뿌듯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도 생긴다. 그렇지만 왕이 되려면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감사한 마음을 갖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 LPBA에선 본인 또래 젊은 선수들이 두각을 보이고 있는데.
=의식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다. 다만 과거 엠블당구장에서 (용)현지와 (한)지은이를 통해 자극을 얻었듯,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발전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좋은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팀리그 욕심도 나겠다.
=당연하다. 특히 올 시즌에 제 또래 많은 선수들이 팀리그에 합류한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선수로서 경쟁력이 아직 부족하구나’ ‘나에게는 아직 가능성이 보이지 않나보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됐다. 그렇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나도 어느 정도 경쟁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조바심 갖지 않고 기회를 기다려야할 일이다.
▲평소 관심 깊게 지켜보는 구단이 있나.
=모든 구단이 훌륭하지만, 그 중에서도 웰컴저축은행을 관심 깊게 지켜봐 왔다. 자체 유튜브 채널 등 당구 콘텐츠를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을 미루어 보아, 당구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는 걸 느낀다.
▲가깝게 지내는 선수는.
=아무래도 또래 선수들과 친하게 지낸다. LPBA에선 동갑내기 현지와 지은이, 정예진 선수와도 친하다. 대한당구연맹 랭킹1위인 (김)하은이와도 가깝게 지낸다.
▲롤모델이 있나.
=허정한 선수 광팬이다. 과거 엠블당구장에서 연습하던 시절 특히 많이 교류했고, 지금도 동경하는 선수다. 개인적으로 스타선수라 함은 실력은 물론, 외모와 인성, 스타성 등 다양한 덕목을 갖춘 선수라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서 허정한 선수가 완벽에 가까운 선수라 생각한다. 이 외에도 임정숙 선수의 뱅크샷, 최혜미 선수의 스트로크를 닮고 싶다.
▲본인 강점을 꼽자면.
=아무래도 성격이 차분한 편이라 멘탈에서 어느 정도 안정감이 갖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배치는 옆돌리기와 좁은각 비껴치기다.
▲연습루틴은.
=현재 용산구 효창동에 있는 군캐롬클럽에서 연습하고 있다. 오후 1시에 구장에 나와 2시간 정도 연습한 뒤, 2시간 정도 김군호 프로님께 레슨을 받는다. 이후 (김)군호 프로님과 게임도 하고 방송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밤 10시 반 정도에 귀가한다. 군호 프로님께 공을 배운지는 1년 정도 됐다. 그 전엔 김병호 프로님께 레슨 받은 적 있다.
▲용품은 어느 제품을 쓰나.
=현재 고리나 후원을 받고 있어 큐, 큐가방, 장갑, 초크 등 대부분 고리나 용품을 쓰고 있다.
▲다른 취미활동이 있나.
=야구 광팬이다.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이라 연습이 없는 토요일에는 종종 경기를 보러 잠실구장에 간다.
▲곧 올 시즌 마지막 대회인 8차전이 열리는데 각오는.
=올 시즌 목표는 ‘왕중왕전’에 맞춰져 있다. 왕중왕전에 진출하려면 마지막 8차전에서 최소 64강에 올라야 하고, 32강에 들어야 안정권이다. (정보윤은 현재 LPBA 포인트랭킹 29위다) 다만 왕중왕전 진출에 크게 집착하지는 않는다.
▲앞으로의 목표는.
=나는 비교적 현실적인 타입이다. 아직 선수로서 부족한 점이 많다는 걸 알기에 큰 욕심은 없다. 자만하지 않고 다음 시즌엔 16강 정도를 주기적으로 오르는, 그런 경쟁력을 갖춘 단단한 선수가 되고 싶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한마디.
=가족들에게 가장 감사하다. 항상 응원해주며 든든한 내편인 부모님과 언니에게 감사드린다. 저를 후원해주시는 고리나 대표님, 공을 가르쳐주시는 김군호, 구민수 프로님께도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저를 응원해 주시는 팬들도 고맙다. 앞으로 더욱 좋은 성적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 계속 응원해 주셨으면 한다. [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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