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전당대회를 열고 정청래 의원을 당대표에 선출했다. 정 대표는 당대표직 수락 연설에서 "강력한 '개혁 당대표'가 돼 검찰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을 추석 전에 반드시 마무리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강하게 뒷받침하겠다며 "험한 일, 궂은일, 싸울 일은 제가 앞장서서 솔선수범하겠다"고 말했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는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라며 "여야 개념이 아니라 헌법을 파괴하려고 했던 세력(야)과 헌법을 수호하려고 하는 세력(여)"으로 대야 관계를 규정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12·3 계엄 등에 대해 먼저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으면 악수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대표 선거 과정에서도 정 대표는 "협치보다 내란 척결이 먼저"라며 국민의힘 해산을 거론했고 국회가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실제 제출했다. 내란 특검이 청구한 영장을 법원이 자꾸 기각한다는 이유로 '특별재판부'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정 대표가 승리한 것은 선명성 경쟁에서 상대 후보를 압도해 열성 지지층의 지지를 얻은 덕분이다. 선거에서는 여러 극단적인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후에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또 당연히 그래야 한다. 정 대표는 후보 때보다 오히려 한발 더 나간 느낌이 들 만큼 격정이 넘쳐나는 수락 연설을 했다. 현장의 지지자들은 속이 시원했겠지만 나머지 국민 중에선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정 대표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170석에 가까운 다수 여당을 이끌며 집권 1년 차 이재명 정부의 국정을 뒷받침해야 한다. 이 대통령에게 굿캅 역할을 맡기고 본인은 배드캅이 돼 손에 피를 묻히기 주저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위험하다. 결국은 부메랑이 돼 국정 부담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여당 대표는 대통령 부하가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고 일해야 하는 크고 무거운 자리다. 정 대표가 그 책임과 무게를 느꼈으면 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