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5 13:00:55
다점포율 1위 파파존스…편의점 추락
국내 자영업 위기는 매경이코노미가 실시한 프랜차이즈 다점포율(잠깐용어 참조)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전년 대비 다점포율이 오른 브랜드는 10곳 남짓이다. 그나마 전체 가맹점 수가 줄어든 덕분에 다점포율이 상대적으로 오른 것처럼 보이는 ‘착시’ 사례를 포함해서다.
아예 다점포 데이터 자체를 전달하지 않은 브랜드도 부지기수다. 매년 취재에 응해 수치를 보내오던 수많은 브랜드가 유독 “올해는 전달이 어렵다”고들 했다. 여러 이유를 댔지만 자기 브랜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수치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가맹점 수나 면적당 매출 등 여타 지표와 달리 다점포 관련 수치는 공개 의무가 없다.
반면 어려운 자영업 환경 속에서도 가맹점 수와 다점포 수를 동시에 늘리며 선전한 브랜드도 적잖다. 저가커피와 패스트푸드, 도시락 등 불황에 강한 업종이 특히 그랬다. 배달 강자 중에서는 치킨에 비해 피자가 선전한 점도 특기할 만하다.
떠나는 투자형 점주…다점포 악화
편의점은 8년 연속 다점포율 감소
매경이코노미는 지난 2014년부터 매년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다점포율을 조사해왔다. 프랜차이즈 점주 한 명이 2개 이상 복수 가맹점을 운영하는 경우 해당 매장을 ‘다점포’라고 한다. 다점포율은 전체 가맹점에서 다점포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매경이코노미가 처음 도입한 개념이지만 이제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지표가 됐다.
다점포는 ‘기존 점주 만족도’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한 개 점포를 경험해본 점주가 수익이나 운영 면에서 만족도가 높지 않다면 추가 출점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다점포 수 감소는 브랜드에 있어 부정적이다. 매출이 예년만 못한 경우 수익성이 더 좋은 브랜드로 이른바 ‘갈아타기’ 수요가 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점포 점주 대부분 트렌드에 따라 발 빠르게 업종을 전환하는 ‘투자형 점주’인 만큼 더 눈여겨볼 만한 지표다. 올해는 50여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대상으로 지난해 말 또는 현재 기준 다점포 수를 조사했다.
올해 조사 결과는 선명하다. 매장을 여럿 운영해오던 ‘투자형 점주’가 시장을 떠나거나 운영 점포 수를 줄이는 추세가 포착된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 중 하나인 ‘편의점’부터 그렇다. 편의점 다점포율 감소는 2015년 이후 꾸준히 계속되는 흐름이긴 하다. 다점포 수를 공개하는 편의점 3사(GS25·CU·세븐일레븐) 지난해 다점포 수 총합은 8890개. 전년(9086개) 대비 1년 만에 200개 가까이 줄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계산을 단순화하자면, 그간 편의점 2개를 운영해오다 지난해 1개로 줄인 점주가 200명 정도 된다는 얘기다. 10년 조사 기간 동안 가장 큰 감소폭이다.
편의점 3사 저마다 다점포 수가 50~70개 줄었다. GS25 다점포율은 22.2%에서 20.8%로, CU는 17.7%에서 16.6%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은 17.1%에서 17.5%로 소폭 늘었는데, 여기엔 사정이 있다. 다점포 수가 전년 대비 67개 줄었지만 전체 가맹점이 701개 감소하며 다점포율은 오히려 올랐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36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매장 수가 감소했다. 이마트24(6348개 → 6084개) 역시 폐업 매장이 늘었다. 이마트24는 다점포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편의점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다점포 점주가 대거 이탈한 모습이다.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2월 편의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줄었다. 2020년 2월 이후 약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매출 변화와 업종 트렌드를 몸으로 직접 느끼는 투자형 점주가 한발 앞서 ‘손절’에 나선 모습이다. 투자형 점주 이탈은 이미 수년간 계속된 흐름”이라며 “일부 초고수를 제외하고는 큰 평수 매장을 하나만 운영하는 생계형 점주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편의점 관계자 역시 “아르바이트 인원을 많이 두지 않고 본인이 직접 편의점을 운영하려는 2030 점주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여러 개 운영해야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작은 매장 대신, 큰 평수 편의점 1개 출점 수요가 커지는 이유도 여기 있다”고 설명했다.
업종별 1등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베이커리 1위 파리바게뜨 다점포 수는 2023년 529개에서 지난해 498개로, 햄버거 패스트푸드 1위 롯데리아 역시 2023년 332개에서 올해 4월 기준 207개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도 다점포 수(브랜드 교차 운영 포함)가 89개에서 81개로 소폭 줄었다. 샌드위치 1등 브랜드 써브웨이는 올해 처음으로 다점포 수치를 비공개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빅3도 마찬가지다. bhc치킨, BBQ, 교촌치킨 3사 모두 조사 이래 처음으로 수치를 공개하지 않겠다 답했다. 지난해 조사에서 다점포 수치를 공개한 브랜드 중 올해 정보 공개를 거부한 곳이 30개가 넘는다. 스터디카페·코인 세탁소 등 과거 창업 열풍이 불었던 업종을 비롯해 상당수 외식 브랜드가 답변을 피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 가맹점과 해당 점주 명의 데이터를 실시간 관리하고 있다. 다점포 정보를 뽑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비공개로 전환한 브랜드는 불리한 수치 공개를 꺼린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가커피 약진…피자도 ‘선방’
파파존스, 유일한 다점포율 50%대
어려운 사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투자형 점주가 오히려 늘어난 업종과 브랜드도 있다.
‘저가커피’가 대표적이다. 메가커피를 필두로 매머드커피, 빽다방 같은 브랜드는 다점포 수를 크게 늘렸다.
‘메가커피’ 다점포 수는 2023년 820개에서 지난해 1072개까지 급증했다. 1500원대 아메리카노를 판매하는 ‘매머드커피’도 비슷하다. 157개에서 297개까지 증가했다. 이번 조사에서 다점포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브랜드 1·2위가 메가커피(252개)와 매머드커피(140개)다. 저가커피 원조로 불리는 빽다방(252개 → 292개)도 다점포를 늘렸다. 고물가와 장기 불황으로 소비자 저가커피 선호도가 높아진 요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이디야커피는 전년 대비 전체 가맹점 수는 줄었지만 다점포 수는 207개를 유지하며 투자형 점주 이탈이 없었다.
저가커피 2개 매장을 비롯해 총 10개 다점포를 운영 중인 양덕우 스토어디 대표는 “채용 스트레스와 인건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소형 매장이 장기 침체 국면에서 관심이 크다.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작은 평수 매장은 폐업 리스크를 줄이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매머드커피 관계자는 “전자동 커피 머신기 도입으로 인력 의존도를 낮추고 소형 평수 매장 운영으로 초기 투자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됐다”며 “오피스 밀집 상권에 가성비 커피 매장 창업 시 고정 고객층 확보와 반복 방문이 용이해 안정적인 매출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저가커피 외에도 불황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업종이 투자형 점주 선택을 더 많이 받은 모습이다. ‘패스트푸드’가 대표적이다. 롯데리아 다점포 수는 감소했지만 맘스터치는 10개, 노브랜드버거는 8개, 버거킹은 6개 늘었다. 3개 브랜드 모두 전년 대비 가맹점 수가 늘어난 가운데 투자형 점주 창업도 함께 증가한 상황이라 더 긍정적이다. 프랭크버거는 다점포 수가 전년 대비 57개에서 45개로 줄긴 했지만 가맹점 창업이 160개 늘어나며 성장에 탄력을 받은 모습이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2023년부터 ‘맘스피자’라는 신규 브랜드를 내놓고 맘스터치 매장 내 숍인숍 모델을 도입한 것이 기존 점주 만족도를 높였다. 점심 시간대 수요가 몰리는 버거와 저녁 시간 판매가 집중되는 피자 피크타임이 서로 다른데, 고정비 추가 없이 매장 유휴시간을 활용해 수익을 높인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고 설명했다.
피자 브랜드 선전도 이색적이다. 업계 1위 ‘도미노피자’는 가맹점을 늘리는 가운데 다점포 수도 2개 증가하며 선방했고 59피자를 인수합병하며 점포 수 기준 1위 브랜드에 오른 ‘반올림피자’ 역시 전년 대비 다점포 수가 7개 늘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파파존스’다. 다점포 수가 2023년 111개에서 지난해 147개까지 증가했다. 전국 파파존스 매장은 현재 254개. 그중 58%에 달하는 매장이 다점포 점주가 운영 중인 가게라는 계산이 나온다. 다점포율이 50%를 넘는 브랜드는 이번 조사 대상 중 파파존스가 유일하다. 2위는 매머드커피(40.1%), 3위는 유가네닭갈비(33.5%)다. 도미노피자(33.4%) 역시 4위에 위치하는 등 피자 업종 내 점주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파파존스 관계자는 “지난해 10평 규모 1억원 정도 비용으로 창업 가능한 고효율 매장 ‘그랩 익스프레스’를 새로 도입하면서 외형이 커졌다. 주력 상품 위주로 메뉴를 간소화해 운영 효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업종마다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브랜드가 적잖다. 치킨 중에선 굽네치킨 다점포 수 증가가 두드러진다. 2023년 58개에서 지난해 93개까지 60% 늘었다. 다점포 점주 역시 같은 기간 29명에서 43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시작한 대규모 창업 지원 정책 덕이 크다. 굽네치킨은 점포 입지마다 최대 4000만원까지 창업비를 지원하는 공격적인 출점 정책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가맹점과 다점포 수가 동시에 늘어나며 ‘청신호’를 켠 브랜드도 있다. 배스킨라빈스(68개 → 89개), 뚜레쥬르(151개 → 177개), 샐러디(67개 → 71개) 등이다. 대표적인 불황형 업종인 도시락 내에서는 ‘한솥’이 가맹점과 다점포 수를 모두 20개 가까이 늘렸다. 생활맥주는 독특하게 직영 매장 비중을 키워가는 중이다. 지난해 직영점을 46개에서 52개까지 늘렸다. 매장 수익성이 좋다 보니 직영 확대로 본사 이익을 극대화하는 모습이다.
인건비·재료비 부담 줄여라
조리·서빙 로봇, 테이블오더 ‘대세’
다점포 수가 줄어든 배경에 ‘인건비’가 큰 역할을 차지한다는 게 업종 불문 프랜차이즈 관계자 공통 의견이다. 다점포 점주 가게는, 직원이나 아르바이트로만 100% 운영하는 ‘오토 매장’이 대부분이다.
몸은 하나인데 운영하는 매장은 여럿이니 당연하다. 하지만 몇 년 새 인건비가 급증하면서 오토 매장 수익이 크게 감소했다. 투자형 점주가 알짜 브랜드 매장만 남기고 계속 덩치를 줄여가는 이유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점주 인건비 고민을 ‘IT’로 풀어가는 움직임이다. 브랜드마다 조리·서빙 로봇이나 키오스크, 테이블오더를 적극 도입하며 인건비 절감에 나섰다. bhc는 튀김 요리용 제조 로봇 ‘튀봇’으로 주방 자동화에 나섰고 유가네닭갈비는 코팅 솥 회전으로 닭갈비와 볶음밥 조리를 돕는 ‘오토웍’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소형 매장 선호도가 높아지는 이유도 인건비 부담과 맞닿아 있다.
인건비 외에도 여타 비용을 줄이려는 업계 시도가 계속된다. 반올림피자는 59피자 인수합병을 마무리하며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리는 중이다. 사명을 피자앤컴퍼니로 바꾸고 기존 59피자 물류 업체를 자사 물류 시스템에 통합, 물류비 절감을 꾀하고 있다. 샐러디는 전북 진안에 전용 농장 ‘샐러디팜’ 운영으로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식자재 수급 부담을 줄였다. 샐러드 핵심 식재료인 채소 원물을 재배하는 샐러디 전용 농장으로, 이상 기후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약 1만평 규모 스마트팜이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 침체로 매출 증가를 기대하는 건 요원하다. 예비 자영업자는 인건비, 원재료비를 최대한 아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며 “최대한 기존 시설을 살리는 방식으로 재창업 비용을 최소화하는 ‘업종 변경’ 역시 올 한 해 화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잠깐용어 *다점포율
프랜차이즈 전체 가맹점 중 점주 한 명이 2개 이상 점포를 가진 ‘다(多)점포’의 비중. 예를 들어 A점주가 2개점, B점주가 3개점을 운영하면 해당 브랜드 다점포 수는 5개다. 일반적으로 다점포율이 높을수록 해당 브랜드에 대한 점주 만족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기존 점포 수익에 만족한 후, 같은 브랜드 점포를 추가 출점했다고 해석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7호 (2025.04.30~2025.05.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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