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2 07:36:23
김선영 NH농협생명 삼척주재사무소장 5년 연속 전국 시상식 올라 주민 보험 업무 모두 처리 “타사 청구·수령도 도와요” 입소문에 관리 고객 2천명 친분 대신 필요에 가입하길 해약 못하도록 만류한 고객 해당 보험으로 치료받기도
NH농협생명 강릉중앙지점 삼척주재사무소에는 각별한 팀워크를 자랑하는 두 재무설계사(FC)가 일하고 있다. 김선영 사무소장(51)과 지난해 말 입사한 설계사 심승한 씨(24)다. 새내기인 심 설계사 입장에서는 무려 5년간 연속으로 골드·실버·브론즈 등의 상을 받으며 전사 차원의 보험왕으로 뽑힌 김 소장이 부담스러울 만하지만, 심 설계사는 거리낌 없이 김 소장에게 다가가 여러 가지 노하우를 물어보며 의지를 불태운다.
두 설계사의 관계는 다름 아닌 모자. 엄마와 아들이 동시에 설계사로 활동하는 건 NH농협생명에서 최초 사례일 뿐 아니라 보험업계 전체를 통틀어 봐도 드물다. NH농협생명 관계자는 “모녀 설계사는 종종 있지만, 모자가 대를 이어 하는 건 처음 본다”고 전했다.
숱한 거절을 참아내야 해서 ‘쉽지 않은 일’로 꼽히는 설계사를 아들에게까지 권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설계사 연도대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직전 서울 마포구 NH농협생명 본사를 방문한 김 소장은 “주변에서 ‘자식에게 왜 그렇게 힘든 일을 시키려고 하느냐’며 말렸다”면서 “보험을 남에게 신세 지고 부탁하는 일 정도로 여겨서 그러는데, 내 생각에 보험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일”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김 소장이 2000년부터 보험설계사로 일해 온 방식이 그렇다. 김 소장은 삼척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자기 영업소를 찾아온 방문객의 모든 요청에 응대해준다. 비단 농협생명의 보험뿐 아니라 타사 상품의 보험금 청구와 수령까지 세세하게 안내해준다. 그는 “주민들이 농협은행을 들르는 길에 같이 찾아온다”며 “보험에 관해서는 나를 찾아오면 모두 해결된다는 이미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농협생명으로 상품 전환을 권유하기도 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그랬다면 소문이 퍼져서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나이가 많은 분들은 모바일 보험금 청구 서비스를 잘 이용하지 못해요. 기존엔 여기저기 전화해도 잘 처리하지 못하던 것을 저만 찾아오면 된다고 생각하니깐 다들 편하다고 생각하셨죠. 그러다 고객이 점점 늘어나 이제는 1년에 1000명과 상담하고, 관리 고객만 2000명에 달합니다.”
김 소장은 친분을 앞세운 영업에 절대 반대한다. 그는 혹시라도 자신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에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는 것 같으면 ‘진짜 필요한 것이 맞는지’ 확인한다. 아예 본인 사무실에 ‘친분으로 보험을 가입하지 맙시다’라고 크게 써 뒀다. 보험은 자기에게 꼭 필요한 것을 들어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다.
“1~2년 안에 성과를 내려고 했다면 못했을 거예요. 아주 장기적으로 보고 가야 해요. 그러다 보면 제게 도움을 받았다며 들기름 짠 거나 농산물을 가져다주기도 하는데, 그게 더 좋아요. 그러다 3~5년이 지나 보험에 가입하기도 해요.”
김 소장이 이 직업에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보험왕으로 시상식에 오를 때가 아니다. 대신 고객이 힘들어진 순간에 보험이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해진다. 한번은 월 보험료 10만원짜리 보험을 해지해 달라는 고객이 있었다. 가족과 절연한 채 혼자서 사는 택시기사였는데 ‘형편이 너무 안 좋아져서 도저히 못 넣겠다’고 해약을 요청했다. 그러나 김 소장은 ‘절대 해약하지 말라’고 간청했다.
“고객님께 보험료를 5만~6만원 정도로 줄이고 계약을 유지하라고 부탁드렸어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실비보험은 그대로 둬야겠더라고요.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제 말 좀 들으시라’고 했죠. 그분이 딱 3개월 후에 다쳤고, 1년 뒤엔 급성심근경색을 진단받으셨거든요. 2~3년간 그 보험으로 치료를 받으셨어요. 그분에게 전화가 와 ‘당신이 그냥 해지했으면 나 진짜 치료도 못 받았을 것’이라고 울면서 말씀하시더군요. 제가 그냥 귀찮아서 해지해 버렸다면 그분은 너무 힘들어지셨을 거예요.”
새롭게 설계사 인생을 시작한 아들을 보는 마음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그렇지만 너무 일찍 실적을 올리지는 않길 바란다. 아들이 갑자기 돈을 많이 받아 ‘이렇게 쉬운 일이 있네’라고 생각하게 되는 상황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보험 설계사는 평생 자기 계발에 애써야 하는 직업이에요. 안정적 급여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죠. 아들이 이 과정을 통해 넓은 시야를 갖게 되길 바랍니다. 이제 곧 졸업하는 딸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