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4 21:00:00
K뷰티 메가 브랜드 ‘성공 방정식’ ‘우주 팽창’ 이끈 6대 비결 COSMIC
K뷰티가 수출 효자로 떠올랐다.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미국은 물론 중국·일본·동남아·유럽 등지에서도 존재감을 빠르게 키워가는 중이다. 단기간 내 매출 1000억원을 넘긴 ‘메가 브랜드’도 수두룩하다.
K뷰티 메가 브랜드 성공 스토리를 따라가보면 포착되는 공통점이 여럿이다. 그야말로 ‘우주적인’, 어마어마한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는 K뷰티 브랜드 성공 방정식을 ‘C·O·S·M·I·C’이라는 조어를 통해 정리해본다.
Cross-border 과감한 글로벌
아마존서 ‘베스트셀러’ 이미지 획득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가 꼽는 성공한 K뷰티 공통점은 해외 진출에 과감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애초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제품과 마케팅을 통해 성장한 브랜드가 많다. 미국 아마존을 비롯해 일본 큐텐, 동남아 쇼피·라자다 등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를 적극 활용한다. 코스알엑스, 에이피알, 아누아, 구다이글로벌(조선미녀·티르티르) 등은 아마존과 큐텐 뷰티 카테고리 판매 상위권에 포진,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해외에서 먼저 인지도를 쌓고 국내 시장에 안착한 경우도 여럿이다.
2018년 해외 시장 첫 진출지로 미국을 선택해 아마존에 입점한 ‘코스알엑스’가 대표 성공 사례다. 아마존 프라임데이와 블랙프라이데이 등 각종 쇼핑 이벤트에 적극 참여하며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와 ‘에디터 추천’ 라벨을 획득해 검색 노출과 브랜드 신뢰도를 높였다. 2019년 478억원이던 코스알엑스 매출은 지난해 5898억원으로 5년 새 10배 이상 뛰었다.
박은정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잘나가는 K뷰티 대부분이 아마존을 통해 미국 공략에 성공하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이미지를 획득했다”면서 “미국 인지도를 바탕으로 유럽·중동 등 다양한 지역으로 수요가 확산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무대를 넓혀간 케이스도 많다. 브이티는 대표 제품인 ‘VT 리들샷’을 한국보다 일본에서 3개월 먼저 선보이며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이 밖에 일본 수출 증가에 힘입어 상장에 성공한 ‘마녀공장’, 일본 편의점과 손잡고 만든 현지화 제품으로 흥행한 ‘아이패밀리에스씨’ 역시 매출 1000억원을 넘는 메가 브랜드다.
박진호 뷰스컴퍼니 대표는 “스킨1004와 조선미녀 같은 브랜드는 동남아와 미국 틱톡 기반 팬덤을 먼저 확보한 뒤 국내에서 인지도를 끌어올려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One-Hit 하나의 히트상품
핵심 제품 1~2개로 이미지 각인
‘선택과 집중’ 전략도 두드러진다. 다양한 라인업을 내놓기보다는 한두 개 히트상품에 집중한 판매·마케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키는 방법이다. 특정 제품 매출 의존도가 크다는 점은 양날의 검이지만, 브랜드 초기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는 더없이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메가 브랜드마다 남들과 차별화되는 대표 상품이 하나씩은 꼭 있다. 코스알엑스 ‘달팽이 세럼’, 아누아 ‘어성초 토너’, 조선미녀 ‘쌀 선크림’, 티르티르 ‘레드 쿠션’ 등이 대표적이다.
매출을 2023년 416억원에서 지난해 1357억원까지 끌어올린 뷰티셀렉션 ‘바이오던스’도 좋은 사례다. ‘바이오 콜라겐 마스크’ 하나로 메가 브랜드 입성에 성공했다. 불투명했던 마스크팩이 피부 부착 후 점차 투명하게 변화, 유효 성분 흡수를 육안으로 확인 가능하다는 점이 호평받는다.
크레이버가 운영하는 ‘스킨1004’는 센텔라 토너 시장을 개척했다. 정제수 대신 마다가스카르산 센텔라 추출물 100%로 채워진 토너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3034억원을 달성했다. 비나우 ‘퓌’가 선보인 푸딩팟 역시 기존 크림 블러셔와 다른 말랑말랑한 푸딩 제형으로 입소문을 탔다.
공준식 글로우데이즈 대표는 “확실한 스타 제품 1개를 궤도에 올리지 못하는 이상 1000억 클럽에 진입하기 어렵다. 관리해야 할 제품 수가 적다 보니 소비자 피드백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고, 소비자에게 확실한 각인 효과를 주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SNS 틱톡 바이럴로 급성장
진짜 고객 공감 기반 스토리텔링
‘틱톡에서 알리고 아마존에서 팔아라.’
K뷰티 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격언 같은 말이다. K뷰티 성공을 위해 SNS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SNS 마케팅은 뷰티 브랜드를 친숙하게 만들어주는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특히 제품 효과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비포-애프터 콘텐츠’, 소비자 자발적인 홍보를 유도하는 ‘챌린지 콘텐츠’는 K뷰티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화제성 높은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인플루언서 ‘간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난다. 티르티르는 2023년 말 흑인 뷰티 인플루언서 ‘미스 달시’ 효과를 톡톡히 본 브랜드다. 미스 달시 피부에 딱 맞는 쿠션을 개발해 선물한 쇼츠 영상이 수천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K뷰티의 색상 다양성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티르티르 역시 이에 맞춰 어두운 톤의 셰이드를 새로 선보이며 흥행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 밖에 비포-애프터 영상으로 여드름 완화 효과를 널리 알린 ‘아누아’, 틱톡에서 ‘피부 고민별 세럼 추천’이란 콘텐츠가 바이럴되며 급성장한 ‘넘버즈인’, ‘속건조 해결템’이라는 해시태그로 화제에 오른 ‘라운드랩’ 독도 토너 등이 SNS를 잘 활용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한 뷰티 업계 관계자는 “인디 브랜드는 진짜 고객 경험과 실사용자 공감을 기반으로 한 SNS 마케팅과 스토리텔링에 능하다”며 “기존 대기업이 강조해온 기능성 획득이나 임상 결과보다 훨씬 더 친숙하고 생생한 마케팅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Make better 기능성 특화
색조보다 ‘피부 개선’에 방점
K뷰티 흥행 중심에 ‘기능성 제품’이 자리한다. ‘화장’보다는 ‘개선’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 호평받으며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달라진 소비자 니즈를 정확히 잡아냈다. 피부 트러블이나 민감성 피부 고민에 대한 해결책으로 K뷰티를 찾는 글로벌 소비자가 많다.
예를 들어 조선미녀는 쌀 추출물과 프로바이오틱스 성분을 함유한 선크림으로 반응이 좋다. 단순 자외선 차단을 넘어 피부 진정과 장벽 강화에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매출이 급증했다. 라운드랩은 인공 색소와 향료를 빼고 만든 ‘독도 토너’로 민감성 피부 소비자 선호가 높다. 미세침에 시카 추출물을 코팅한 성분으로 피부 흡수력을 높인 브이티 ‘리들샷’도 기능성 K뷰티 대표 주자다. 피부과 전문의가 만든 ‘더마코스메틱(피부 건강 화장품)’도 메가 브랜드로 부상했다. 지난해 매출 2000억원 돌파에 성공한 고운세상코스메틱 ‘닥터지’ 등이 대표적이다.
Infra 탄탄한 제조·유통
콜마·코스맥스·실리콘투 ‘든든’
K뷰티 급성장이 가능했던 배경엔 탄탄한 뷰티 제조·유통 인프라가 자리한다. 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초기 브랜드 대신 제조와 유통·판매를 맡아줄 기업 덕분에, K뷰티는 제품 개발과 마케팅·브랜딩에 전념할 수 있었다.
제조 영역에서는 코스맥스·한국콜마 등 전 세계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이 든든하게 뒤를 받친다. 예를 들어 지난해 1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코스맥스 고객사만 26곳으로 집계됐을 정도다.
유통·판매도 걱정 없다. 실리콘투 같은 기업이 K뷰티 브랜드 글로벌 확장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실리콘투는 전 세계 160개국에서 유통 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다. K뷰티 브랜드는 자체 물류와 영업망 없이도 빠르게 글로벌 확장을 추진할 수 있었다.
올리브영도 한국을 넘어 K뷰티 글로벌 쇼케이스 역할을 한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189개국 출신 외국인이 올리브영 매장을 찾았는데, 한 해 결제 건수만 1000만건에 육박한다. 전 세계 150여 국가에서 한국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는 역직구몰 ‘올리브영 글로벌몰’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올리브영 글로벌몰 회원 수는 1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하며 지난해 말 기준 246만명을 기록했다.
Cost-effective 가성비 ‘갑’
합리 소비 원하는 젊은 고객 선호
K뷰티 최고 장점 중 하나로 ‘가성비’가 꼽힌다. 국내 ODM 기업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해졌다. 미국 아마존에서 잘 팔리는 K뷰티 제품은 대부분 15~30달러 가격대로 중저가 시장에 최적화돼 있다.
박은정 애널리스트는 “K뷰티를 바라보는 글로벌 소비자 인식이 ‘합리적인 가격에 고품질 제품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비슷한 성분이라도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대비 2~3배 저렴해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정부 상호관세 정책에도, K뷰티 피해는 상대적으로 미미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도 가성비에 있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 화장품은 원가율이 낮은 데다 비용 구조가 유연해 미국 관세 부과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가격 인상을 통해 관세 부담을 전가하더라도, 타 국가 제품 대비 미국 소비자가 비용 변화를 크게 체감할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6호 (2025.04.23~2025.04.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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