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2 21:00:00
정비구역 주민 동의율 50% 넘겨
# 지하철 1호선 광운대역 3번 출구를 나와 광운대역 육교를 건너면 낡은 복도식 구조 아파트들이 줄지어 모습을 드러낸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월계시영(미륭·미성·삼호3차), 이른바 ‘미미삼’ 아파트다. 단지 내 놀이터에는 모래 위로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뛰어놀고 있다. 철제로 된 그네와 회전 풍차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단지 내 곳곳에 GS건설, DL이앤씨,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내건 ‘지구단위계획 고시 축하 현수막’이 눈에 띈다.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재건축 기대감 때문에 매수 문의가 하루에도 여러 건씩 들어온다”며 “특히 젊은 신혼부부들이 적은 돈으로 거주하면서 대출받아 미래를 대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려줬다.
오랜 기간 서울 강북권 ‘재건축 최대어’로 불렸지만, 더디게 진행되던 ‘미미삼’ 아파트 재건축이 최근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광운대 역세권 개발과 연계한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하고, 최근 정비계획 입안을 위한 주민 동의율이 50%를 넘기면서다. 재건축 기대감에 집값도 소폭 상승하는 추세다. 단,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생길 추가 분담금이 사업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미삼, 정비구역 지정 코앞
“주민 동의율 50% 넘겨”
미미삼은 1986년 준공된 40년 차 노후 아파트다. 전용 33~59㎡ 규모 소형 위주로, 총 3930가구 대단지다.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3710가구)와 함께 강북권에서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로 꼽힌다. 미미삼아파트는 1~16동은 미성, 17~23동은 미륭, 24~39동은 삼호건설로 구성돼 있다. ‘미미삼’은 이 세 시공사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월계2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계획 결정안’을 수정 가결하면서 미미삼 아파트 일대 개발 청사진이 그려졌다. 결정안에 따르면, 미미삼아파트와 ‘월계서광아파트(1994년 입주, 274가구)’까지 포함돼 현재 5000여가구인 이 일대 아파트 단지가 6700가구 대규모 주거복합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월계시영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재준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9월부터 정비계획 입안 제안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받기 시작했는데, 현재 50%를 넘겼다. 서울시는 조례를 통해 올해부터 정비계획 입안 동의율을 60%에서 50%로 완화했는데, 미미삼은 이를 달성하며 본격적인 재건축 궤도에 오른 셈이다. 정비계획 입안 제안 요청 후 정비계획안이 확정되면 정비계획·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밟게 된다.
재준위는 오는 5월 24일 주민설명회를 열고, 6월 중 정비계획안을 노원구청에 제출할 예정이다. 재준위는 재건축사업조합이 설립되기 전까지 임시 법정 단체 역할을 하는 재건축 추진위원회 설립도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6월 시행하는 ‘재건축 패스트트랙법’에 따라 정비구역 지정 전에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갈등 요인이 없지는 않다. 안전진단 단계부터 약 3년간 준비해온 재준위 외에도 비상대책위원회 성격의 ‘재건축 신속추진위원회’라는 별도 단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재준위 관계자는 “안전진단 단계에서도 전체 소유주의 70% 이상이 재건축에 찬성했다”며 “공식 재준위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으로, 소유주 단합이 잘되고 있어 빠른 사업 추진을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혼부부 ‘몸테크’ 인기 이유는
교통·학군·생활 인프라 ‘삼박자’
미미삼을 향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는 재건축 기대감만이 아니다. 교통과 생활 인프라, 학군 등 주거 여건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이런 장점 덕분에 실거주하면서 부동산 재테크를 병행하는 이른바 ‘몸테크’를 하는 신혼부부들이 다수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2031년 광운대역 GTX-C노선 개통이 가장 큰 호재로 손꼽힌다. 이 노선이 뚫리면 광운대 역에서 삼성역까지 3정거장으로 10분 내 이동이 가능하다. 현재도 광운대역은 수도권 지하철 1호선과 경춘선이 지나가는 더블역세권인데, 대중교통망이 더 좋아지는 셈이다. 아울러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도 2029년 개통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작업이 완료되면 월계동에서 강남구 대치동까지 10분대에 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주변 개발 호재도 탄탄하다. 광운대역 인근 물류 부지였던 약 15만㎡에는 ‘서울원아이파크’ 복합개발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분양한 서울원아이파크 아파트 분양은 최근 사실상 완판됐다. 이 사업이 완료되는 2029년이면 이 일대에 아파트, 5성급 호텔, 쇼핑몰, 상업시설이 대거 들어선다.
신혼부부에게 최적화된 생활 인프라도 갖춰져 있다. 단지 인근에 유치원 1곳, 가정 어린이집 약 10곳이 위치해 있다. 한천초, 녹천초 등 초등학교가 도보권에 있어 ‘초품아(초등학교 품은 아파트)’ 입지로도 꼽힌다. 서울 3대 학원가로 손꼽히는 중계동 학원가도 차량으로 15분, 대중교통으로 30분이면 닿는다. 인근에 한내근린공원과 중랑천도 인접해 있어 녹지 환경이 뛰어나다. 인근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미미삼 아파트는 단지 규모에 비해 매물이 많지 않은 편인데, 서울원아이파크 분양 이후 매수 문의가 늘고 호가도 소폭 오르는 추세”라고 전했다.
삼호 59㎡, 8억원대로 올라
추가 분담금·대선 결과 ‘변수’
미미삼은 지난해 11월 서울원아이파크가 분양된 이후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당시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서울원아이파크가 미분양되면서 반사이익을 봤다는 평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삼호3차아파트 전용 59㎡는 지난 4월 1일 8억4000만원(8층)에 손바뀜이 일어나 지난해 초에 거래된 6억9500만원(1층), 7억1000만원(7층)에 비해 1억3000만원가량 높아졌다. 미성아파트 전용 33㎡는 지난 3월 29일 5억5800만원(1층)에 매매가 이뤄져 지난해 초 5억2000만원(2층), 5억3000만원(4층)에 거래된 가격보다 3000만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사업성도 좋다. 재건축 사업성의 중요한 지표는 대지지분과 용적률이다. 이 단지의 경우 저층 아파트가 많아 대지지분이 높은 편에 속한다. 통상 재건축 전 용적률이 180% 미만이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는데, 이 단지 평균 용적률은 131%다.
호재가 줄줄이 겹친 미미삼이지만, 변수도 만만치 않다. 추가 분담금이 아직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추가 분담금 규모에 따라 재건축 사업에 대한 조합원 의견이 분분할 수 있어 사업 추진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추가 분담금이 5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조합원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미미삼아파트 추가 분담금은 평균 4억~5억원 수준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사비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추가 분담금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사업 추진력은 충분하지만, 실제로 분담금 고지서를 받는 순간 조합원 저항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치적 변수도 미미삼 재건축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대선 결과에 따라 분위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소장은 “야당이 집권할 경우 재건축 규제가 다시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미삼은 신혼부부들이 몸테크 차원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지만, 재건축 사업은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6호 (2025.04.23~2025.04.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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