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15 10:19:28
일상 속 저속노화 실천법은
밥·빵 대신 잡곡…술·카페인 줄이기
저속노화는 사실 딱 정해진 방법은 없다. 다만 의사 등 여러 전문가가 방송이나 저서를 통해 추천한 생활 습관 개선 방법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에서 활발히 공유되는 중이다.
식단은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더 나은 식자재로 대체하는 움직임이 주를 이룬다. 먹을 음식은 먹되 혈당과 콜레스테롤 염증 관리에 도움이 되는 식자재를 대신 선택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흰 쌀밥이나 빵 같은 정제 탄수화물 대신 렌틸·퀴노아·카무트·파로 등 곡류를 넣은 잡곡밥 먹기, 붉은 고기보다는 콩이나 그릭 요구르트 같은 유제품으로 단백질 보충하기, 버터나 일반 기름을 쓰는 대신 올리브유로 요리하고 불포화지방산이 포함된 견과류를 한 줌 더 먹기 등이다.
카페인 섭취를 줄이기 위해 커피를 대체하는 음료를 찾는 것도 비슷하다. 일반 커피 대신 맛이 비슷한 디카페인 커피나 보리 커피를 택한다거나, 보이차·도라지차 등 항산화에 효과가 있는 음료로 대체한다. 음주량을 줄이고 술 대신 논알코올 음료를 마시는 젊은 세대도 많다.
전문가가 추천하는 식사 순서나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음식을 먹을 땐 채소(식이섬유) → 단백질 → 탄수화물 순으로 섭취해야 혈당 급등을 막을 수 있다. ‘간헐적 단식’도 저속노화 트렌드 중 하나다. 아침 혹은 저녁 중 한 끼를 먹지 않고 하루 16시간 공복을 지키는 ‘16:8’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충분한 수면 취하기, 스마트폰 사용 시간 줄이기 등 생활 습관 개선도 저속노화에 도움이 된다. 정희원 교수는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이나 음주·흡연 등은 당장은 즐겁지만 결과적으로 내 몸이 더 강력한 자극을 원하게 만들어 노화 속도를 빨라지게 한다”며 “대신 책 읽기 같은 ‘노잼 활동’을 늘리는 게 도움이 된다. 집중이 쉽지 않고 끈기를 요구하지만 노화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저속노화 트렌드 올라탄 기업
유통 업계부터 자산운용사까지
저속노화가 트렌드로 떠오르자 소비자를 잡으려는 기업 움직임도 분주하다. 관련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거나 서비스를 강화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유통 업계가 트렌드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양새다. 저속노화 트렌드에 맞춰 관련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전용관을 운영하는 등 고객 잡기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GS리테일 편의점 GS25는 최근 잡곡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편의점 맞춤형 소용량 잡곡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GS25에서 판매한 잡곡 제품 매출은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그 결과 지난해 GS25의 전체 양곡 중 잡곡 매출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인 15%를 돌파했다. 저속노화 트렌드에 맞춰 그릭 요구르트 제품도 2022년 5종에서 현재 10종 이상으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서도 저속노화 상품 매출이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닭가슴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1% 늘었다. 최근 CU는 일반 가공유 대비 당 함량을 80% 줄인 파우치 형태 가공유 2종과 단백질 보충을 위한 프로틴 쉐이크도 새롭게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은 ‘저속노화 아이돌’로 떠오른 정희원 교수와 손잡고 간편식 시리즈를 내놨다. 지난해 9월 처음 개발에 착수한 뒤, 콘셉트 구상부터 상품화 단계까지 약 4개월 시간을 들여 만든 제품이다. 정 교수 컨설팅을 거쳐 샘플 테스트를 30회가량 진행했고 나트륨 기준과 잡곡 함량 등에 대한 기준도 마련했다. 나트륨 함량은 일반 상품 대비 최대 50%까지 줄인 점이 특징이다.
이커머스 업계는 전문관 운영을 통해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SSG닷컴은 프리미엄 먹거리 전문관인 ‘미식관’에서 친환경 채소와 잡곡을 한데 모아 판매한다. 자체 매거진 ‘푸드 에세이’ 내 ‘월간 식재료’ 코너에서 제철 신선 식재료와 레시피도 제안한다. SSG닷컴에 따르면 지난 3월 혼합곡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늘었다.
컬리에서도 잡곡과 샐러드 상품군의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했다. 잡곡은 30% 이상 판매량이 늘었고, 샐러드도 약 10% 성장세를 자랑한다. 컬리는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방영 중인 ‘소피의 킥’ 3편에 김슬아 컬리 대표가 직접 출연해 저속노화 트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급식 업계에서도 저속노화 식단이 화두다. 현대그린푸드는 올해 1월 저속노화 트렌드에 맞춘 ‘헬씨에이징’ 식단 5종을 선보였다. 저속노화 식사법으로 알려진 ‘마인드 식단’을 한국인 입맛에 맞는 메뉴로 개발한 식단이다. 마인드 식단은 만성 질환과 치매 예방을 돕는 고혈압 환자 식사요법과 지중해식 식단을 결합한 것을 일컫는다. 통곡물과 올리브오일 위주의 식사법으로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CJ프레시웨이는 올 3월부터 건강한 식생활 관리를 돕는 ‘슬로잇(SlowEat)’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맛과 건강을 모두 챙기자는 콘셉트로, 매월 ‘슬로잇 데이’를 지정해 저속노화 식단을 제공한다. 저속노화 핵심 요소인 잡곡밥을 바탕으로 녹색 채소류와 콩·달걀·두부 등 고단백 식재료를 찌거나 굽는 방식으로 조리해 영양을 강화한 메뉴를 제공한다.
저속노화 트렌드를 겨냥한 제품이나 브랜드도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적의 비정제 탄수화물 배합으로 혈당 관리에 적합한 저속노화밥 ‘햇반 라이스플랜’ 시리즈를 내놨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프리미엄 브랜드 ‘파란라벨(PARAN LABEL)’을 내놓고 전국 3400여개 매장을 통해 건강빵 대중화에 나섰다. SPC그룹이 개발한 발효종을 사용해 만든 노르딕 베이커리 4종을 비롯해 고단백·저당·고식이섬유 등 영양성분을 강화한 프리미엄 베이커리 제품 13종을 선보였다. SPC삼립도 저속노화 트렌드에 맞춰 건강빵 브랜드 ‘프로젝트:H’ 라인업을 확대했다.
건강관리 플랫폼도 주목받는다. 마크로젠이 운영하는 유전자 기반 건강관리 플랫폼 ‘젠톡’은 지난해 말 기준 앱 다운로드 수 31만건을 돌파했다. 젠톡은 저속노화 트렌드에 발맞춰 개인 유전적 특성을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 건강관리 솔루션이다. 운동·수면·식습관 등 다양한 건강 정보와 함께 장내 미생물 검사도 함께 제공해 사용자가 저속노화를 위한 건강 루틴을 실천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목표다.
자산운용 업계에서 내놓은 저속노화 관련 금융상품도 눈길을 끈다.
타임폴리오는 지난해 7월 글로벌 제약·바이오 분야에 투자하는 ‘글로벌안티에이징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선보였다. 기존 질병 치료라는 틀에서 벗어나, 아름답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추구하는 트렌드에 발맞춰 비만·
미용 관련 기업 비중을 적절히 조절한 점이 특징이다. 글로벌 비만 치료제 개발 바이오 기업부터 미용기기 제조 기업 등에 골고루 투자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젊은 세대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TIGER 미국소비트렌드액티브’ ETF를 내놨다. 소비자 결제액, 방문율, 검색량, 구매의사 설문조사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골라냈다. 저속노화 트렌드 수혜가 예상되는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애슬레저 브랜드 ‘룰루레몬’,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 개발사 ‘일라이릴리’ 등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된다.
[나건웅·문지민 기자, 정수민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4호 (2025.04.09~2025.04.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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