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물음표가 떴다. 전날까지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의 전속 솔리스트로서 노래를 부르고 왔다는 바리톤 박주성(32) 입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2021년 오페랄리아 콩쿠르 3위, 2023년 헬무트 도이치 독일 가곡 콩쿠르 2위 등을 수상하고 지금은 세계적 음악의 도시 한복판에서 활약하는 성악가가 노래를 못했다니. 그러나 그는"음악대학도 3수 끝에 늦게 들어갔고, 학교에서도 특별히 빛을 발하거나 잘한다는 소리는 못 들었다"며 "노래가 너무 좋은데도 늘지 않아 그만둘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물론 지금은 "뒤늦게 찾은" 목소리로 갖은 러브콜을 받는다. 다음달 1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대표하는 음악당 콘세르트헤바우에서 '말러 페스티벌'의 하나로 거장 피아니스트 줄리어스 드레이크와 말러 가곡을 협연한다. 11월엔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초연작 '더 몽키 킹' 출연도 예정돼 있다. 바쁜 해외 일정 전, 이달 23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선 2025 상주음악가(M 아티스트)로서 첫 국내 리사이틀을 연다. 말러·슈트라우스 가곡부터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바그너 '탄호이저' 등 오페라 아리아까지 다채롭게 선보인다.
특히 말러는 현재 그의 '직장'인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의 음악감독을 지냈던 터라 특별한 교감을 느낀다. 그는 "말러의 가곡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를 선곡하며 너무 어렵고 인기 없을 거란 얘기도 들었어요. 그래도 그중 가장 매력 있는 곡을 뽑았습니다. 주제도 뚜렷하고, 시를 낭송한다기보다 마치 오페라 대사인 것처럼 극적이에요. 독일어의 아름다움이 가진 매력, 빈의 향취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박주성은 "빈 국립 오페라 극장에선 1년에 60개 정도의 공연을 올리고, 그중 제가 받는 역할이 20개 정도"라며 "많은 역할에 빠르게 적응하는 훈련을 받았다. 나 역시 특정 스페셜리스트보단 다양하고 유연한 성악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