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열이 난다는 것은 단지 병이 들었다는 신호가 아니다. 백혈구가 병원체와 싸우며 몸을 회복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명의 열기(熱氣)다. 고통 속에서도 몸은 스스로를 치유하며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더 강해지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인류 역사에도 이와 비슷한 순간이 있었다. 19세기 초 산업혁명이 막 시작되던 시기, 영국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협하는 방직기계에 분노해 기계를 부수는 '러다이트 운동'을 벌였다. 당시 그들은 기계가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에 저항했지만, 역사는 그들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기계는 결국 인간의 노동을 덜어주는 도구가 되었고, 우리는 그 기계와 융합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인공지능(AI)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다. 생성형 AI 기술은 과거의 기계처럼 '물리적 노동'을 대신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믿었던 '생각'이라는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
그로 인해 많은 이가 AI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은 과거 러다이트 운동을 해야만 했던 노동자들의 두려움과 사뭇 닮아 있다. 우리가 낯설고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마주할 때 나타나는 본능적인 반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두려움은 회복의 신호일 수 있다. AI는 단순히 인간의 역할을 빼앗기 위한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복잡한 사고 체계를 정리하고, 방대한 정보를 추려주며, 우리가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돕는 '정신의 도구'가 되어주고 있다. 마치 과거의 기계들이 고된 노동과 단순 작업으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한 것처럼, AI는 우리의 정신을 암기와 반복의 스트레스에서 해방시키고, 더 높은 차원의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금융산업 역시 이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보험사에서는 생성형 AI 플랫폼을 도입해 최적의 상품을 제안하고 고객 상담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업무에 접목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직원들의 반복 업무를 줄이며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효율화에 그치지 않고 직원들이 보다 창의적이고 고부가가치적인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궁극적으로는 고객 만족을 넘어 업무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보다 전략적인 사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결국 AI 시대에 인간이 맡아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깊이 있게 질문하는 힘'이다. AI는 빠르게 답을 내놓지만, 어떤 질문을 던질지, 왜 그 질문이 중요한지, 그 답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까지 고민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우리는 더 철학적으로, 더 윤리적으로, 더 통찰력 있게 사고해야 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앞서 언급한 회복의 열기처럼, 지금의 혼란은 인류가 다시 한번 자기 자신을 점검하고 성찰하는 시간일지 모른다. 기술은 우리를 대신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 대신 우리가 더 잘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다. 그러므로 우리는 막연한 두려움 대신 구체적인 질문을, 무조건적인 저항 대신 깊이 있는 사유를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AI 시대, 인간이 살아갈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