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출신 장재훈 영입해 제네시스 '환상적' 성공 낳아 외교통상 전문 성 김 영입도 트럼프 시대의 신의 한 수로 외부 특급인재 과감한 발탁 용기·포용력이 혁신 이끌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공화당 소속으로 4선 하원의원 출신인 드루 퍼거슨을 워싱턴 사무소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아주 잘한 일이다.
20여 년 전 일본 도요타사의 미국 본사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임직원 거의 대부분이 미국인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일본인은 회계 담당자 몇 명뿐이었다. 홍보 책임자는 "우리는 미국 정부와 상대할 때 검은 머리 직원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은 머리' 직원은 바로 일본인을 뜻했다. 도요타 미국 본사의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미국인이었다. 도요타의 미국 시장 성공 비결은 바로 철저한 현지화였던 것이다.
삼성그룹이 요즘 위기에 빠져 있다. 이재용 회장 스스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고 진단할 정도다. 이 회장은 그 타개책으로 "경영진보다 더 훌륭한 특급 인재를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모셔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실 인재 영입은 선대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이었다. 세계적 기술자들을 영입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각 분야 최고 인재들을 싹쓸이해 갔다. 오죽했으면 '삼성공화국'이란 신조어까지 낳을 정도였다. 하지만 삼성은 성공 신화에 안주해 관료화됐으며, 외부 인재들은 떠나가고 미래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했다.
반면 가슴이 뛸 정도로 세계무대에서 성공하고 있는 우리 기업은 바로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는 3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모두 글로벌 완성차 톱3 자리를 지켰다.
과거 포니를 만들었던 현대차가 '환상적'이라는 제네시스를 만든 것은 가히 기적이다. 이 역사를 쓴 인물이 바로 정의선 회장이고, 그 비결은 외부의 특급 인재들을 과감히 영입해 회사를 혁신한 데 있다. 한마디로 개방성(openness)이다. 솔직하고 겸손하며 열린 마음이라는 뜻이다.
외부 인재 등용의 성공 사례는 장재훈 부회장이다. 2011년 현대글로비스 상무로 스카우트된 그는 여러 글로벌 기업에서 마케팅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차의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또 미국 글로벌 기업에서도 일했다. 한·미·일 주요 글로벌 기업을 모두 경험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엔지니어가 아니라 마케팅과 기획 전문가였다.
장 부회장은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사업본부장을 맡아 현대차의 첫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성공시킨다. 또 자율복장제도와 타운홀미팅 등으로 현대차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바꿨다.
또 다른 성공 사례는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에게 대외협력 및 PR담당 사장직을 맡긴 것이다. 그는 스스로 외부 인사라는 이유로 고문직에 머물다가 끈질긴 요청을 받아들여 작년 11월 사장직을 수락했다.
하지만 그 직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및 통상 압력이 시작되면서 성 김 사장의 역할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변호사 및 외교관 출신으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3개국 미국대사를 지낸 성 김 사장은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을 가진 한국계 미국인으로, 한미 외교통상 분야에서 가장 거물급 인사로 평가된다.
스페인 출신으로 도요타와 닛산의 해외 법인에서 일했던 호세 무뇨스를 올해 1월 CEO로 선임한 것은 파격, 그 자체다. 현대차 역사상 외국인 최고경영자는 최초의 사례다. 외부 인사 영입에 따른 기존 조직원들의 보이지 않는 저항이 왜 없었겠는가.
그러나 특급 인재들을 과감히 발탁하고 하나로 융합시켜 현대차의 DNA를 업그레이드시킨 정 회장의 용기와 포용력에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