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0 21:00:00
“앞으로 3년 안에 기업가치 1000억엔과 100억엔 ‘K뷰티 유니콘’ 브랜드를 각각 20개, 100개 만들겠습니다.”
세계 3위 뷰티 시장 일본에서 뷰티 e커머스 1위 업체는 어디일까요? 라쿠텐? 야후? 다 아닙니다. 회원 수 2500만명, 점유율 25%의 큐텐재팬입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위메프·티몬 사태’를 일으키며 거의 망하다시피 한 큐텐이 생각난다고요? 이름은 같지만, 같은 회사가 아닙니다. 구영배 큐텐 대표가 만든 회사이긴 하지만 2018년 이베이에 매각했죠.
그 큐텐재팬이 지난 3월 14일, 글로벌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1위 코스맥스와 손잡고 ‘K뷰티 유니콘 육성’ 청사진을 대대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한국은 일본 화장품 수입국 1위를 차지했습니다. 성장률만 64%였다죠. 일본 10~20대 사이에서 아누아, 티르티르 등 K뷰티 브랜드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는 전언입니다. 어디 일본뿐일까요. 미국에서도, 프랑스에서도 K뷰티가 1위입니다.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그래서 총정리했습니다. ‘트럼프도 못 막는, 외화 쓸어 담는 K뷰티’ 스토리를요.
그런데 말입니다~ 모든 사안에는 두 얼굴이 있지 않겠습니까.
달랑 아이템 하나로 매출 1000억원을 훌쩍 넘었다는 스토리는 넘쳐나지, 진입장벽은 별로 높지 않지(제품은 콜마와 코스맥스 등 ODM 업체가 만들어주니까요), K뷰티에 한 발 걸치겠다며 뛰어든 개인과 중소기업이 한둘이 아닙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인기를 끌면서 인플루언서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화장품과 무관한 업종의 기업도 신성장동력이라며 뛰어들고, 주부들도 대박 신화를 꿈꾸며 또 뛰어들었죠. 2024년 관련 업체는 무려 2만7361개. K뷰티 열풍이 불기 전인 2015년에 비해 일곱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업체도 늘었지만 폐업률도 장난 아닙니다. 지난해 폐업한 회사가 8831곳. 1시간에 1개꼴입니다. 덕분에 2020년 5.6%였던 폐업률은 28%로 치솟았고요.
아직 남아 있는 업체들은 눈길을 끌기 위해 별별 무리수를 다 씁니다. ‘10살 회춘의 비밀, 동국제약 특허 히알루론산’. 그럴싸한 이 광고 문구 위에 붙여진 before, after 얼굴 사진이 너무 극명하게 차이 나 눈길을 끌었지만 각각 다른 사람 얼굴이었다나요. ‘바르면 살이 빠진다’는 헛웃음 나는 문구 앞에서 ‘세포 재생’ ‘필러 효과’ 등은 애교 수준입니다. 그뿐인가요. 화장품 업체가 늘어나면서 ODM 업체는 급성장을 했지만, 동일한 ODM을 이용하는 브랜드가 많아지면서 차별화가 어려워지고 특정 제품이 유사한 형태로 시장에 등장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해졌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우르르 배에 탔다 배가 뒤집히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말이죠.
“돈이 된다 하니 자금력 있는 개인과 전혀 연관 없는 기업들까지 줄줄이 들어오는데 차별화된 스토리가 없으면 절대 결과를 볼 수 없는 곳이 화장품이다. 잘 되는 업체는 다 이유가 있다.” 화장품 인디 브랜드 업체를 6년째 운영 중인 A대표 얘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습니다.
[김소연 편집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6호 (2025.04.23~2025.04.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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