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5 11:50:18
2025 100대 CEO
매경이코노미가 2005년부터 선정해온 ‘100대 CEO’가 올해로 21년째를 맞았다. 지난해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정태영 현대카드·커머셜 부회장 등 CEO 3인이 ‘명예의 전당’에 오른 가운데, 15회 이상 선정돼 머지않아 ‘명예의 전당’ 입성을 기대하는 CEO가 꽤 많다.
금융권 대표 주자 박현주
해외 금융 시장 개척 선구자
금융권에서는 올해로 16회째 이름을 올린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단연 돋보인다.
미래에셋의 글로벌 ETF 규모는 175조원에 달한다. 국내 전체 ETF 시장(155조원)보다 크다. 박현주 회장은 ETF 성장세를 미리 간파하고 글로벌 시장에 먼저 진입했다. 2011년 캐나다 ETF 운용사 ‘Horizons ETFs’를 시작으로 2018년 미국 ‘Global X’, 2022년 호주 ‘ETF Securities’를 연달아 사들였다. 글로벌 ETF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냈고, 미래에셋은 어느새 글로벌 12위권 ETF 운용사로 성장했다.
박현주 회장은 해외 금융 시장 개척의 선구자로 불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3년 국내 운용사 최초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유수 기업들과의 경쟁은 무리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팽배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해외 시장을 뚫었다. 국내 시장 한계를 벗어나려면 살길은 해외 개척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어느새 미국과 베트남, 브라질, 아랍에미리트, 영국, 인도, 일본, 중국, 캐나다, 콜롬비아, 호주, 홍콩 등 16개 지역에서 활약하는 국내 대표 글로벌 금융 기업으로 거듭났다. 전체 운용자산은 350조원에 달한다.
미래에셋금융그룹 ETF 최고 히트 상품으로 꼽히는 ‘글로벌 엑스’는 최근 총 운용자산 500억달러를 돌파했다. 2018년 인수 당시 100억달러 수준이었던 운용자산은 6년여 만에 5배 성장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박 회장은 국제경영학회로부터 2024년 ‘올해의 국제 최고경영자상’을 받았다. 아시아 금융인으로 최초이자, 한국인으로서는 1995년 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수상 이후 2번째다.
이만득 삼천리 회장 18회 선정
창립 70주년, 사업 다각화 성공
올해로 18회째 선정된 이만득 삼천리그룹 회장에게 2025년은 여느 때보다 각별한 해로 기억될 듯싶다. 창립 70주년을 맞은 데다 에너지 환경·생활문화·금융 등 다각화를 일군 사업 영역에서도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1993년부터 삼천리그룹을 이끈 이 회장은 사업 다각화로 그룹 규모를 취임 당시보다 10배 이상 키웠다.
삼천리그룹 여러 사업 가운데 주력은 도시가스다. 경기도 13개시, 인천광역시 5개구 등에서 335만여명 고객에게 연간 38억5000만㎥에 달하는 도시가스를 공급한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 도시가스 기업으로, 총 길이 7137㎞에 달하는 단일 기업 최장 배관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이 회장은 생활문화 부문을 신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착실하게 사업 기반을 다지는 중이다. 외식 사업에서는 모던 중식당 ‘Chai797’, 홍콩 대중음식점 ‘호우섬’, 한우등심 전문점 ‘바른고기 정육점’, 직화구이 전문점 ‘서리재’ 등 브랜드를 운영한다. 기존 중식과 한식 부문에서 갈고닦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일식에 진출해 도쿄 3대 스시로 이름난 ‘이타마에 스시’ 영업도 시작했다.
자동차 딜러 사업에서는 BMW 공식 딜러사 삼천리모터스가 활약한다. 삼천리모터스는 수도권·충청 지역에서 BMW 신차, BPS(BMW 공식 인증 중고차)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운영한다. 특히 삼천리모터스는 서비스 인프라 구축 노력을 인정받아 ‘BMW 그룹 코리아 어워드 2025’에서 올해까지 5년 연속 ‘베스트 애프터 세일즈’를 수상했다. 최근엔 친환경 전기차 중국 BYD 공식 딜러사로 삼천리EV가 출범하면서 목동, 송도, 안양 전시장을 여는 등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 중이다. 이 회장은 “돌이켜보면 변화의 순간이 늘 기회였다”라며 “100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게 단단한 토대를 닦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100대 CEO에 16회 이름을 올린 최태원 SK 회장은 올해 SK그룹 구성원에게 ‘본원적 경쟁력’ 키워드를 강조하고 나섰다.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운영 개선(OI·Operation Improvement)’도 내세웠다. 그는 “운영 개선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경영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접목해야 하는 경영의 기본기”라며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모든 경영 요소까지 개선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SK그룹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 핵심 계열사 SK하이닉스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지난해 매출 66조1930억원,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은 전 세계를 ‘무한 경쟁’으로 몰아넣었다. SK 역시 관세 압박을 뛰어넘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선 생존하기 힘들다는 게 최 회장 생각이다. 본원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인공지능(AI)에 집중한다. AI 산업 급성장에 따른 글로벌 산업 구조와 시장 재편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AI를 활용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SK뿐 아니라 국내 재계를 대표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 협상을 주도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짊어졌다. 그는 최근 미국을 자주 방문해 유력 정치인·기업인들과 소통하며 한국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데 힘을 쏟는다. 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도 의장을 맡아 재계 리더로서의 역할도 다할 예정이다.
이들 외에도 오랜 기간 100대 CEO로 자리매김한 인물이 꽤 많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8회, 신창재 교보생명 이사회 의장은 17회,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회장,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은 각각 15회 이름을 올렸다.
올해 100대 CEO에 처음 이름을 올린 ‘새내기 CEO’도 꽤 많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김영섭 KT 사장, 강한승 쿠팡 사장,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등이 눈길을 끈다. 금융권에서는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엄주성 키움증권 사장,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정종표 DB손해보험 사장 등이 첫 선정의 영예를 누렸다.
양종희 회장이 이끄는 KB금융그룹은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5조782억원을 돌파하며 ‘5조 클럽’에 입성했다. 비은행 순이익 비중이 40%에 달해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의 힘이 빛났다는 평가다. 양 회장은 향후 KB를 디지털금융 선두 주자로 이끈다는 청사진을 그린다. 그는 “ ‘안정적 자산관리와 밸류업 이행, 건전성 유지’라는 세 개의 축으로 KB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7호 (2025.04.30~2025.05.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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