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타 사 코넬대 SC존슨 경영대학원 교수가 말하는 '반항하는 힘' 불합리한 시스템 개선하려다가 퇴사 압박 등 불이익 크다면 변화 가져올 때 기다리며 지지해 줄 동료들과 뜻 모아야 윗사람에만 순응하는 조직 변화·혁신 없이 퇴보만
인간은 많은 것을 배우며 자란다. 그 과정에서 많이 듣는 가르침 중 하나는 '반항하거나 저항하지 말라' 다. 한번 돌이켜보자. 학생은 선생님에게 대들면 안 된다는 말을 숱하게 듣는다. 이는 사회에 진출하고도 이어진다. 사람들은 직장에서 본인 상사에게 저항하면 안 된다는 암묵적 인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조직에 일어나는 비합리적이거나 잘못된 행동을 보더라도, 이에 맞서 싸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니타 사 코넬대 SC 존슨 경영대학원 교수 역시 사람들, 특히 권력자들에게 순종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다. 올해 초 해외에서 출간된 그의 저서 '저항하다: 순종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반항하는 힘(Defy: The Power of No in a World That Demands Yes)'에 소개된 것처럼 사 교수는 인도에서 영국으로 이민을 간 부모님 밑에서 엄격하게 자랐다. 집안의 권력자인 부모님의 말을 의심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받은 그는 부모님과 선생님 말에 순종하며 성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사 교수는 점점 '권력자에게 복종하는 것이 좋다'는 믿음이 깨지는 경험을 했다. 매일경제 MK 비즈 리뷰는 사 교수와 인터뷰하며 저항의 진정한 의미란 무엇인가와 사람들이 직장에서 저항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신이 연구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현재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저항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있나.
▷어느 정도의 인식 변화는 있다. 직장 내 평등, 윤리적 리더십 등을 지지하는 운동(movement)들은 개인이 목소리를 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저항은 부정적으로 비친다. 시끄러운 시위, 내부 고발, 노골적인 반항과 같이 극단적인 행동으로 저항이 인식된다. 하지만 저항은 이런 극단적인 행동이 아니다. 저서에서 정의했듯, 저항이란 '개인 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하라는 압박이 있을 때 본인의 진정한 가치에 따르는 것'이다. 저항이 효과적이기 위해서 개인 행동이 시끄러울 필요는 없다.
―개인 가치는 어떻게 형성되나.
▷대다수 사람들은 '당신의 구체적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기 전 본인의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가치는 개인 의견, 신념, 목표, 목적이 아니다. 가치는 사람들이 결정하고 세상을 헤쳐 나가는 방식을 알리는 내면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
가치 형성의 기본 토대는 문화와 성장 배경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공통된 가치는 진실성, 연민, 공정성, 평등이다. 해당 가치는 인간 교류의 기본 원칙을 나타낸다.
―직장에서는 일자리 보전 외 사람들이 저항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연구에서 발견한 중요한 이유는 '암시불안(insinuation anxiety)'이다. 암시불안은 내가 누군가의 말을 따르지 않거나 (그의 말에) 의견을 내면 남들이 봤을 때 내가 해당 인물을 믿음직스럽지 않고, 유능하지 않고, 윤리적이지 않다고 여긴다고 비칠 수 있다는 불편함이다.
암시불안 때문에 사람들이 특히 관리자, 임원 등 권력자에게 저항하는 것이 어렵다. 직장에서 특정한 일에 대한 우려를 말한다면, 상사의 무능력함 혹은 잘못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일까 사람들은 걱정한다. 암시불안을 깨닫는 것이 순응하라는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 걸음이다.
―직원과 조직 리더가 저항하지 않는 이유는 각각 다른가.
▷직원이 저항하기 어려운 이유는 위계질서 때문이다. 조직에서 저항한다면 실직하거나, 보복당하거나, 상사와의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후폭풍을 두려워할 수 있다. 그래서 조직 내 잘못 혹은 비효율적인 업무 절차 등을 보더라도 이를 말하지 않는다.
반면 조직 리더들이 저항을 꺼리는 이유는 조직문화, 평판에 대한 걱정, 저항이 불러올 수 있는 잠재적 파급 효과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기존 규범에 도전하고 저항하는 것이 팀 화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걱정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직장에서 개인이 저항하도록 이끄는 요인은.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본인이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저항은 단순히 (누군가의 말에) '아니요'라고 대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저항은 어떤 말에 '네'라고 대답하고 싶은지 알고 있는 것이 포함된다. 평등, 진실성, 공정성 등 무엇이든 간에 개인이 명확한 핵심 가치를 보유하고 있으면 해당 가치에 맞춘 결정을 할 수 있다.
둘째는 순응과 동의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다. 순응은 종종 동의와 같은 의미로 인식된다. 하지만 동의에는 다섯 가지 핵심 요소가 요구된다. 바로 △역량(정보에 기반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지적 능력) △지식(제한 없이 관련 정보에 접근) △이해(주어진 정보를 처리하고 평가하는 능력) △거절의 자유(강압이나 부당한 압력 부재) △권한 부여(정보에 기반한 동의 또는 거부를 위한 신중한 검토)다. 해당 요소를 알면 사람들은 본인이 진심으로 무언가에 동의하는 것인지, 아니면 압박 혹은 기대에 의해 순응하는 것인지 더 잘 분별할 수 있다.
마지막은 사회적 압박 거부하기다. 개인 가치에 기반해 행동하려면 사회적 압박에 순응하게 만드는 상황으로부터 정신적, 육체적 거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거리 두기를 위한 조언을 하자면 첫째, 타인이 무언가를 요청하면 즉시 대답하지 말고 시간을 들여라. 둘째, 신뢰할 수 있는 동료 혹은 멘토들의 의견을 구하라.
―직장에서 발생한 저항의 사례를 알려 달라.
▷저항은 다섯 단계로 이뤄진다. 차례대로 긴장감, 인정, 심각성 증가, 위협, 저항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계약을 맺고 챌린저호 고체 로켓추진체 제작에 참여한 '모턴티오콜(Morton Thiokol)' 엔지니어들의 사례가 직장 내 저항의 힘과 어려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긴장감은 1985년 시작됐다. 모턴티오콜 엔지니어들이 우주왕복선 로켓 부스터에 사용되는 일종의 고무패킹(오링·O-ring)에 문제점을 발견했고, 걱정은 점차 커져갔다. 낮은 온도에서 오링이 손상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치명적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엔지니어들이 발견한 것이다.
오링 관련 문제점을 발견한 엔지니어들은 오링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위험성을 분석했다. 엔지니어들은 오링 결함이 불러올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경고가 합리적이지만 동시에 한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챌린처호가 발사될 때 해당 오링이 실패할 것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턴티오콜 엔지니어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상사에게 챌린저호 발사 연기를 촉구했다. 하지만 나사 관계자들과 모턴티오콜 경영진은 해당 우려를 묵살했다. 챌린저호는 기술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발사됐다. 그리고 승무원 전원이 사망하는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이 사건은 직장 내 저항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우려 사항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업무 환경을 리더들이 조성해야 하는 필요성을 강조한다.
―일터에서 가치에 반하는 일이 일어날 때마다 사람들은 저항해야 할까.
▷아니다. 본인 가치와 대립되는 일이 일어날 때마다 저항하는 것은 전략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 저항은 충동적이면 안 된다. 저항은 계산적이고 계획적이어야 한다.
저항하고 싶은 느낌이 들 때마다 스스로에게 두 가지 질문을 해야 한다. 하나는 '저항하는 것이 안전한가'다. 주어진 상황에서 저항할 때 일어날 수 있는 개인적, 직업적 리스크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저항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누군가 내게 보복을 한다거나, 다른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만약 위험성이 높다면, '조용한 저항'을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조용한 저항은 공개적으로 '아니요'라고 얘기하는 저항이 아닌,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지 않는 방법으로 명령 혹은 규율과 반대되는 의도적 행동을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은 '내 저항이 변화를 가져올까'다. 지금이 저항하기에 적합한 시기와 장소인지, 또 저항이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때로는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지원자를 모으는 것이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