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계열사 직무급제 도입 기존 연공서열 방식 탈피 5등급으로 나눠 임금 차등 노조 동의 여부가 변수로
신동빈 회장
롯데그룹이 업무에 따라 임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직무급제 도입을 전격 확대하기로 했다. 직무를 업무 난도와 중요도에 따라 구분하고, 기본급에 차이를 두겠다는 것이다.
업무 혁신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22일 "직무 전문성 강화를 통한 혁신적 성과 창출과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일부 계열사의 '직무 기반 HR' 인사 제도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면서 "롯데의 '직무 기반 HR'은 직무 가치와 전문성을 중심으로 한 차별적 보상을 통해 업무 생산성 강화를 도모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홍기획, 롯데이노베이트가 각 사 상황에 따라 직무급제를 적용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올해 롯데백화점, 롯데웰푸드 등 일부 회사가 추가적으로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팎의 우려를 무릅쓰고 롯데가 직무급제 도입 확대에 적극 나선 것은 올 들어 더욱 험난해진 대내외 경영환경을 고강도 업무 쇄신으로 뚫어보겠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 유통, 화학 등 주력 사업의 부진을 개선하려면 보신주의, 무사안일주의 기업문화를 없애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작용했다. 롯데는 지난해부터 자산 매각, 희망퇴직 등 쇄신안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케미칼·롯데면세점 등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고, 일부 계열사에선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롯데건설·롯데렌탈 등 사업부 및 자산 매각도 추진 중이다.
롯데는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직무급제를 먼저 도입한 뒤 향후 대부분 계열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 매각, 희망퇴직 등 임시방편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문화 구축'이란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그룹 체질이 온전히 바뀐다는 이유에서다. 직무급제 도입은 핵심 계열사인 롯데백화점과 롯데웰푸드 등부터 시작한다. 각 계열사는 핵심 직무를 레벨5로, 비핵심 직무를 레벨1로 구분할 예정이다.
직무급제 도입의 관건은 노조의 동의 여부다. 삼성그룹도 2016년 직급 체계 단순화, 2021년 연공형 직급 폐지 예고 등 직무급제 도입 준비를 마쳤지만 임직원 반발로 도입에 실패했다. 롯데 역시 노조를 중심으로 직무급제 전면 도입에 대한 반대 기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