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1 16:28:34
10년 새 1인당 건보 지출 28%↑ “병원 더 간 게 아니라, 더 비싸졌다”
1인당 건강보험 실질 지출이 10년 새 28%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출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환자들이 병원을 더 자주 찾은 것이 아니라, 진료비 자체가 오른 ‘진료 단가 상승’이었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1일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진료 횟수 증가(수량 요인), 진료 단가 상승(가격 요인), 고령화 등 인구 구조적 변화(인구 요인)로 증가 요인을 분류해 요인별 기여율을 조사했다.
분석 결과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인당 건강보험 진료비가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 기준으로 28% 증가했다. 이 중 가격 요인이 76.7%로 압도적이다. 수량 요인은 14.6%, 인구 요인은 8.6%에 그쳤다. 의료비 상승의 주된 원인이 ‘진료비 증가’였다는 의미다.
동네 병원(의원급 의료기관) 가격 요인이 진료비 증가의 24.9%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기록했다. 상급종합병원은 17%, 종합병원은 14.6%였다. 입원 서비스보다는 외래 서비스에서 가격 요인 상승 기여도가 컸다. 암 등 고비용 질환의 외래 치료 전환, 진료 강도 상승, 고가 서비스 이용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의료 이용 빈도 자체는 둔화 추세를 보였다. 입원 서비스 이용은 2009년 대비 45.9% 증가했지만, 연간 증가율은 점차 감소했다. 이용 빈도를 나타내는 수량 요인 기여도 역시 감소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고령화에 따른 진료비 지출 증가는 초고령층에서 확인되긴 했으나, 전반적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65∼74세 ‘전기 고령층’에서는 오히려 진료 이용량이 줄면서 건강보험 지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경향까지 나타났다. 과거보다 건강 상태가 좋은 ‘젊은 노인’이 늘어나면서 ‘건강한 고령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85세 이상에서는 의료 서비스 이용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에 보고서는 건강보험 지출 관리를 위해 ‘불필요한 고비용 진료’와 ‘과잉 진료’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 행위별로 가격이 책정되는 ‘행위별 수가제’가 과잉 진료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행위별 수가제에서는 의료 서비스 공급자가 진료량과 진료 행위를 스스로 통제할 유인이 많지 않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이 예방·관리 중심의 일차 의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성과 기반 보상제도 등 대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생애 말기 연명 치료 이용 증가에 대한 관리, 건강한 고령화를 위한 예방 투자 확대, 건강보험 지출 요인 평가의 정례화 등 과제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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