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희소광물을 '인질'로 삼아 대미 무역 압박을 강화하고 있어 고려아연의 희소금속 회수 기술은 향후 대미 무역 협상에서 우리 측 무기로도 활용될 수 있다. 희소금속은 총 35종으로 희토류 17종을 포함하는 상위 개념이다.
외신에 따르면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나누고 '재건기금'에 재투자하는 방안을 담은 양자 간 광물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종전 협상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희토류를 비롯한 광물자원을 요구하는 것도 중국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지난 18일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미·러 회담에서 향후 종전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자국이 차지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매장된 희토류의 개발권을 제공하는 방안을 미국 측에 제안하기도 했다.
캐나다에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자국의 51번째 주로 비하하는 것도 희토류 확보를 위한 전략이다. 캐나다는 희토류 매장량이 83만t으로 세계 10위지만 생산은 전무해 향후 개발 여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이달 초 "그들(미국)은 우리의 자원을 잘 알고 있고, 이득을 얻고 싶어한다"고 경계한 바 있다. 희소광물은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부터 현재 2기에 이르기까지 '자원 무기화'의 단골 소재로 활용돼왔다. 2018년 3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미·중 무역전쟁'에 불을 붙인 이후 미국과 중국은 상대국 제품에 품목별로 10~25%의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며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2019년 10월 미·중 무역 협상 1단계 합의에 성공하면서 무역전쟁은 일단락됐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의 약점인 희토류에 대한 수출 제한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며 대미 협상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2014~2017년 미국 희토류 수입량의 80%는 중국산이었다.
최근까지도 희토류는 대중 관계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약점으로 거론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희토류 생산량과 매장량은 각각 27만t, 4400만t이다. 모두 세계 1위다.
반면 같은 해 미국의 생산량은 4만5000t(세계 5위), 매장량은 190만t(세계 6위)이다. 늘리고는 있지만 중국의 희토류 역량엔 역부족이다. 2020~2023년 미국 희토류 수입량의 70%가 중국산이다. 희토류 부문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과제가 미국에 시급한 이유다.
[최현재 기자 /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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