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2.22 11:04:27
⑧수원칠보중 2 현우와 아빠 김진철 씨, 초 6학년때 아빠 따라 당구장에, 개인택시하는 아빠, 현우에게 지극 정성
김행직 조명우 이미래 등 현재 한국당구 정상에 있는 선수들은 일찌감치 신동과 천재 소리를 들으며 성장해왔다.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당구를 배우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모두 뒤에서 든든히 받쳐주는 아버지 열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요즘 어린 선수에겐 성공모델이다. 부모 생각도 다르지않다. 아이가 당구에 소질이 있고 즐긴다면 당구선수로 성장하는 걸 적극 밀어주고 있다. 김건윤(부산동래고부설방통고1) 김도현(부천상동고부설방통고1) 김대현(시흥대흥중2) 양승모(인천예송중3) 이환희(구미금오초6) 김민준(익산부송중1) 송윤도(충남 홍성 홍동중3) 등 미래 한국당구 주역을 꿈꾸는 선수들의 뒤에는 이처럼 열성적인 아빠, 즉 ‘당구대디’가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여덟 번 번째는 수원 칠보중학교 2학년 김현우와 아빠 김진철 씨 얘기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에서 열린 ‘2024 서울3쿠션월드컵’. 통산 31번째 3쿠션월드컵 정상에 오른 딕 야스퍼스가 주인공이었다. 또한 하이런 세계타이기록(28점)을 세운 김준태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불과 ‘14세의 당구천재’도 야스퍼스, 김준태못지않게 눈길을 끌었다. 당시 수원칠보중학교 2학년 김현우다. 현우는 서울학생 선발대회를 거쳐 ‘유청소년시드’로 대회에 출전했다. 경험 삼아 큰 대회에 출전했지만 1차예선(PPPO)부터 4연승을 거두며 3차예선(PQ)까지 진출했다. 비록 3차예선에서 2패로 대회를 마감했지만 조명우와 조재호를 연상시키는 시원시원한 플레이로 성인 선수들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이제 고작 중학교2학년인 김현우가 처음으로 당구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 순간이었다.
2010년생인 김현우의 수지는 35점이다. 중고등학교 선수들의 평균적인 실력이다. 그러나 현우는 당구를 배운지 불과 3년만에 35점이 됐다.
◆핸드폰으로 당구게임하다 아빠와 함께 당구장으로...‘당구와 첫 인연’
현우 아버지 김진철(56) 씨의 말. “현우하고 핸드폰으로 당구게임을 하다 당구장에 갔는데, 현우가 흥미를 느껴 당구를 가르치게 됐습니다.” 그때가 현우가 초등학교6학년, 12살 때( 2022년)다. 그러니 당구를 배운지 3년만에 3쿠션월드컵 무대에 선 것이다. 이렇게 해서 14세 당구천재가 탄생했다.
다른 ‘당구대디’처럼 김진철 씨도 생업에 바쁘지만 ‘당구선수 아들’에게 지극정성을 쏟고 있다. 수원시 권선구에 사는 김 씨는 개인택시를 운행한다. 그러면서도 당구실력이 23점이나 된다. “젊었을 때 취미로 당구를 좀 치다가 한동안 안쳤습니다. 그러다 현우가 당구를 배우면서 다시 당구를 치게 됐지요.” 현우와 동호인대회에 나가 우승한 적도 있다고. 현우가 어리다보니 전국대회가 열리는 태백과 양구까지 따라간다.
사실 생업(개인택시)을 하면서 현우를 챙기는건 쉽지만은 않다. 시간에 맞춰 현우를 당구장에 데려다주고, 다시 집에 데리고 온다. 가끔 연습방법과 시간 등을 조언해주기도 한다고.
“개인택시를 하면서 어려움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빠로서 현우의 미래와 꿈을 위해 응원하고 늘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능한한 지원해주려고 합니다.” 이 역시 다른 ‘당구대디’와 같은 마음이다.
◆초등학교 6학년에 스승(이대웅 선수)에게 배운 후 실력 ‘쑥쑥’
주로 수원 봉빌리아드와 공세알에서 당구를 치는 현우는 처음에는 4구로 시작했으나 소질이 보여 3쿠션으로 옮겼다. 현우가 처음 4구를 칠 때는 아빠가 가르쳤다. 하지만 3쿠션으로 넘어가면서는 아빠 손을 떠나 정식으로 레슨을 받았다. 스승은 PBA서 활약하는 이대웅 선수다.
체계적으로 레슨을 받은 현우는 실력이 빠르게 늘면서 금방 두각을 나타냈다.
2024년 태백산배 전국당구대에서 64강에 올랐고, 제1회 SOOP전국학생당구대회에서 우승(초중등부)을 차지했다. 특히 서울특별시장배당구대회 유청소년부에서 우승하며 서울3쿠션월드컵 출전 티켓을 획득했다.
현우의 연습패턴은 이렇다. 방학인 요즘에는 하루 13시간 당구에 매달린다. 10시간 동안 동호인과 시합하고 3시간은 개인연습에 몰두한다. 학기 중에는 오후 5시쯤에 당구장에 갔다가 밤 11시에 집으로 돌아온다. 당구장에서 집까지 차로 20~30분 걸리기 때문에 항상 아빠가 데리러온다.
“요즘에는 포지션 플레이를 중점적으로 연습하는데 며칠씩 공배치를 바꿔가며 반복하고 게임끝나면 못 쳤던 배치를 놓고 다시 연습합니다.”
아빠 눈엔 현우의 장점과 보완해야할 점이 보인단다. 성격이 밝아 항상 긍정적이고 시합때 집중력이 더 살아나는게 장점이다. 반면 연습량을 늘리고 멘탈을 더 강화하는게 필요하다고 했다.
하루 다르게 쑥쑥 성장하는 현우 생각은 어떨까? 우선 가장 자신있는 샷은 뒤돌리기와 빗겨치기다. 반면 옆돌리기를 약점으로 꼽았다. 3쿠션 경기의 가장 대표적인 샷들이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조명우다. “훌륭한 실력을 본받고 싶었고, 당구선수가 갖춰야할 매너와 마인드도 멋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현우의 스타일은 조명우 선수처럼 시원시원하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현우는 사춘기에 접어들며 한창 게임하고 친구랑 노는걸 좋아할 나이다. 그런 친구들이 부럽지 않을까. “공부와 당구를 병행에도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다른 친구들 노는것도 부럽지않습니다. 당구가 너무 재밌습니다. 당구를 더 배우고 실력을 키우고 싶습니다.”
◆올해 목표 “세계주니어3쿠션 선수권 국가대표 되는 것”
올해 목표도 정했다. 우선 세계주니어3쿠션 국가대표가 되고 전국대회에서 16강에 드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주니어선수권 선발전에서는 아깝게 졌다. 8강전에서 조화우 형에게 1점차(34:35)로 진 것. 따라서 올해는 꼭 국가대표가 되고싶단다.
현우는 지난해 서울3쿠션월드컵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 “국제대회 첫 출전이라 처음에는 긴장됐습니다. 그러나 4연승하면서 3차예선까지 올라가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더 배우고 경험을 쌓으면 더 높은 라운드까지 올라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빠도 현우에게 바람이 있다. “당구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성을 갖춘 선수가 됐으면 합니다. 또한 너무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당구를 즐기며 행복하게 치는 선수가 되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항상 밝고 긍정적인 ‘당구선수 현우’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승인 이대웅 선수는 현우를 어떻게 평가할까. 스승은 현우에게 재능이 있었다고 했다. 초등학교6학년부터 가르쳤는데 실력이 쑥쑥 늘어났다고. 서울3쿠션월드컵때는 직접 응원까지 갔다. “이틀 동안 현장에 갔는데 4연승을 했습니다. 사실 선발전(서울특별시장배당구대회 유청소년부)만 통과해도 대단한데 큰 국제대회에서 3차예선까지 진출한 걸 보고 너무 대견했습니다.”
스승은 현우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기본기를 충실히 다질 수 있도록 지도한다고 했다. 특히 아버님이 현우가 당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덕에 현우가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웅 선수는 “학생선수 기간이 앞으로 4년(고3까지) 남았는데 처음 당구배울 때 마음가짐을 잊지않고 계속해서 재밌게 당구를 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황국성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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