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4.12.20 14:57:43
극한 갈등 ‘韓’ 사회에 전하는 ‘울림’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토니 모리슨의 인터뷰를 담은 책. 1973년 생애 첫 인터뷰부터 타계 1년 전인 2018년에 남긴 마지막 인터뷰까지, 총 8편의 대화를 소개한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모리슨이 평생 쌓아온 인생관·가치관 그리고 문학 세계 등을 자세히 들려준다.
책은 모리슨의 작품 탄생 비화부터 안내한다. 푸른 눈을 갖고 싶어 하는 흑인 소녀 이야기를 담은 모리슨의 첫 장편소설 ‘가장 푸른 눈’과 흑인 여인이 사랑하는 딸이 노예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딸을 살해한다는 내용의 ‘빌러비드’ 등 대표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하게 담겼다.
작가로서의 삶 외에 편집인으로 일했던 시절의 작품도 안내한다. 모리슨이 랜덤하우스 출판사에서 편집한 책 ‘더 블랙 북(The Black Book)’의 제작 과정을 생생히 전한다. 이 책은 ‘검둥이 공개 매매’를 알리는 광고 포스터부터 옥수수 가루로 만드는 19세기 요리 ‘턴 머시’ 레시피까지 다양한 흑인의 역사를 다룬 스크랩북이다. 흑인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인종차별을 고발하겠다는 철학이 담겼다.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시에 그가 살아온 궤적을 찬찬히 톺아본다. 어린 시절 가족과 친구에 대한 기억, 소설 속 인물의 모티브가 된 사람들,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가장으로서의 삶 등 작가로서 모리슨의 내밀한 모습을 살핀다.
이어 ‘흑인 사회의 상징’으로서 모리슨이 미국 사회에 꾸준히 전달한 메시지를 정리한다. 모리슨은 8번의 인터뷰를 남겼는데, 매번 당시 미국 사회 구성원에게 강한 일침을 날리곤 했다.
시기마다 메시지 내용은 달랐다.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1970년대에는 차별에 반대하는 말을 남겼다. 시간이 흐른 2010년대에는 백인 혐오로 이어지는 흑인 사회 풍조를 경계했다. 일례로 2012년 모리슨은 흑인 운동 내에서 생겨난 뒤틀린 경향을 거부하는 말을 남겼다. 그는 흑인을 무조건 영웅적이거나 아름답게 그리려는 풍조에 저항했고, 하나의 진영에 자리 잡아 상대를 이유 없이 비판하는 일도 삼갔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0호 (2024.12.25~2024.12.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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