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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BOE, 14년간 美서 퇴출…“삼성 OLED 기술 베꼈다”

中BOE의 영업비밀 침해 인정 韓디스플레이 반사이익 기대

  • 지유진
  • 기사입력:2025.08.14 16:24:50
  • 최종수정:2025.08.14 16: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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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BOE의 영업비밀 침해 인정
韓디스플레이 반사이익 기대
삼성디스플레이 신사옥 SDR 전경.(사진=연합뉴스)
삼성디스플레이 신사옥 SDR 전경.(사진=연합뉴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BOE를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ITC가 BOE의 OLED 패널에 대해 14년 8개월간 미국 수입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리면서,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ITC가 7월 11일 예비판결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보안 조치가 탁월한 수준이었음에도 BOE가 삼성디스플레이 영업 비밀을 부정한 수단으로 취득해 사용했다”며 “삼성디스플레이에 실질적 피해와 심각한 위협을 가져왔다”고 판단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2023년 10월 31일 ITC에 BOE를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997년부터 OLED 연구·개발(R&D)에 수억달러를 투자해 핵심 기술을 개발해왔다. BOE는 2013년 OLED 시장에 뛰어들어 4년 후 양산하기 시작했으나 독자적으로 R&D를 진행했다는 근거가 없었고, 삼성의 전·현직 직원 채용과 협력사 접촉 등을 통해 기술을 빼돌린 의혹을 받았다. ITC는 삼성 측이 제출한 증거를 대부분 받아들여 BOE가 확보한 설계도와 기술 자료를 생산 공정에 적용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ITC는 BOE의 OLED 패널이 14년 8개월 동안 미국에 수입될 수 없다는 ‘제한적 수입금지 명령’(LEO)을 내렸다.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데 걸린 시간을 14년 8개월이라고 보고 해당 기간만큼 제재 조치를 내렸다. LEO 기간은 보통 ‘부당 이익을 없애는 데 필요한 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여러 개별 영업 비밀과 기술 개발 소요 시간을 합산했다. 그만큼 OLED 기술 개발이 쉽지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점을 인정해줬다.

또 ITC는 중국의 BOE 본사, 미국 현지 법인의 미국 내 마케팅·판매·광고·재고 판매 등을 모두 금지해 BOE가 미국에서 영업 활동을 전반적으로 하지 못하게 했다.

최종 판결은 11월 이뤄질 예정이지만 예비 판결에서 ITC가 BOE의 영업 비밀 침해, 직원 영입 등을 통한 기밀 부정 취득을 대부분 인정한 만큼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이번 조치로 BOE의 미국 시장 OLED 점유율이 급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BOE OLED 패널을 담은 아이폰처럼 완성품 형태로 미국에 수입되는 패널은 제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수혜가 기대된다. 세계에서 OLED를 만드는 국가는 한국과 중국뿐인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중국의 기술 탈취 심사가 더욱 엄격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BOE는 미국에서 영업도 금지된 상태라 앞으로 미국 내 신규 고객 확보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번 판결은 ‘OLED 최대 고객’인 애플과의 거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BOE는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와 함께 애플의 3대 디스플레이 공급사다.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애플 내 OLED 점유율은 삼성 46%, LG 21.3%, BOE 22.7%다. BOE는 2021년 아이폰13에 OLED를 처음 납품하며 사세를 확장해왔는데, 판결을 계기로 애플이 BOE 패널 채택을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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