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스소니언 재단에 서한 보내
산하 기관 문건 자료 제출 요청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미국 건국 250주년을 앞두고 국립 박물관과 미술관의 전시 내용 검토에 착수했다. 전시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백악관은 최근 스미스소니언 재단에 서한을 보내 재단 산하 기관들에게 관련 내부 문건 등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온라인으로 공개된 서한의 발신자는 린지 핼리건 대통령 특별보좌관, 빈스 헤일리 국내정책위원회(DPC) 사무처장, 러셀 보트 예산관리국(OMB) 국장 등 백악관 고위 관계자 3명이다. 수신자는 스미스소니언 재단 사무총장 로니 G. 번치 3세다.
서한에 제시된 제출 요구 자료에는 전시 설명문, 교육 자료, 소셜 미디어 게시 등이 포함돼 있다.
백악관은 “논조, 역사적 프레이밍, 그리고 미국적 이상과의 부합을 평가하고 전시 자료들과 소장품들이 미국의 성취와 발전을 강조하기 위해 쓰이고 있는지 혹은 쓰일 수 있는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스미스소니언의 원래 사명을 반영하는 일관된 큐레이션 지침의 개발도 검토 목적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이번 ‘검토’가 내년 7월 4일인 미국 독립선언서 서명 250주년을 염두에 두고 이뤄지는 것이고 밝혔다.
재단 산하 국립 박물관·미술관·동물원 21곳 중 백악관이 집중 검토 대상으로 지목한 8곳은 국립미국사박물관(NMAH), 국립자연사박물관(NMNH), 국립아프리카계미국인역사문화박물관(NMAAHC), 국립아메리칸인디언박물관(NMAI), 국립항공우주박물관(NASM), 스미스소니언미국미술관(SAAM), 국립초상화미술관(NPG), 허시혼미술관이다.
재단 측은 입장문에서 “학문적 우수성, 엄밀한 연구, 그리고 정확하고 사실에 입각한 역사 제시의 원칙을 염두에 두고 백악관 서한의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백악관, 의회, 그리고 재단이사회와 건설적 협조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2기 취임 이래 스미스소니언을 포함한 국립 문화·예술 기관들에 대해 잇달 직접 개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스미스소니언 재단과 산하기관들에 대한 ‘미국 역사의 진실과 정신 회복’ 행정명령에서 “미국 예외주의를 기리고, 분열적이거나 당파적인 내러티브를 제거하고, 우리가 공유하는 문화적 기관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스미스소니언 재단의 운영은 현직 연방대법원장과 부통령을 포함한 이사 17명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맡으며, 연방대법원장이 당연직 이사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재단이나 산하기관의 운영이나 인사에 직접 관여할 법적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단 산하 국립초상화미술관의 킴 세이에트 관장을 “매우 정파적이고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를 강력히 지지한다”는 이유로 면직했다고 5월 말에 발표해 논란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개월도 안 된 지난 2월에 수도 워싱턴DC를 대표하는 국립 공연장인 ‘케네디 공연예술센터’의 이사들과 대표를 경질하고 본인이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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