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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관계는 완전히 끝났다”…트럼프·머스크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넌 이유는

트럼프와 ‘완전결별’ 머스크 거친 행동·안하무인 성향 노출 견해 다른 인사들에 무시·면박 트럼프와 갈등 최고조 이르자 엡스타인 성스캔들 의혹 제기

  • 최승진,김덕식
  • 기사입력:2025.06.08 19:35:00
  • 최종수정:2025.06.08 1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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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완전결별’ 머스크

거친 행동·안하무인 성향 노출
견해 다른 인사들에 무시·면박

트럼프와 갈등 최고조 이르자
엡스타인 성스캔들 의혹 제기
지난 3월 14일(현지시간) 마러라고에서 대화하는 트럼프(왼쪽)와 머스크 [사진 = AFP 연합뉴스]
지난 3월 14일(현지시간) 마러라고에서 대화하는 트럼프(왼쪽)와 머스크 [사진 = AFP 연합뉴스]

‘세계 최고 권력자’와 ‘세계 최고 갑부’ 간 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등일 돌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급기야 ‘엡스타인 문건’까지 거론하며 트럼프의 역린을 건드렸다.

머스크 CEO는 관련 게시물을 다시 삭제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 CEO와 자신의 관계가 완전히 끝났다고 손절 선언을 했다. 또 머스크가 야당 의원들을 후원할 경우 “매우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갈등이 폭발한 것은 시점상 지난 5일이었지만 6일 새벽 머스크 CEO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 문건 간 연루 의혹을 제기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엡스타인 문건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착취와 인신매매, 성매매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서 수감 중 사망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된 문서다.

머스크의 엡스타인 문건 언급은 단순한 말다툼 차원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대의 정치적 파장을 가하기 위한 중대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7일 NBC와 인터뷰에서 “그건 오래된 뉴스”라며 “이미 수년간 이야기돼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엡스타인의 변호사조차 내가 아무 관련이 없었다고 말했다”며 “오래된 뉴스”라고 반박했다.

2025년 6월 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프루덴셜 센터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대회 ‘UFC 316’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이 여성 밴텀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줄리아나 페냐를 꺾은 케일라 해리슨에게 손짓하고 있다. [사진 = AFP, 연합뉴스]
2025년 6월 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프루덴셜 센터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대회 ‘UFC 316’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이 여성 밴텀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줄리아나 페냐를 꺾은 케일라 해리슨에게 손짓하고 있다. [사진 = AFP, 연합뉴스]

제프리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 착취 등으로 2019년 수감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월가의 큰손이다. 피해자가 제기한 소송 문건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영국의 앤드루 왕자 등 이름이 포함돼 있다. 다만 문건에 이름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엡스타인의 성범죄에 연루됐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머스크의 이러한 주장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 소속 스티븐 린치 연방 하원 의원과 로버트 가르시아 연방 하원 의원은 팸 본디 법무부 장관과 캐시 파텔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서한을 보내 “엡스타인 문건을 더 빨리 공개하고, 머스크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액시오스가 전했다.

현재 법무부와 FBI는 남은 문서의 공개를 위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관련자 명예훼손 우려로 공개 시점은 불투명하다.

그러나 미국 법조계에서는 이미 사건의 핵심 당사자가 사망해 실체 규명이 어려운 만큼 엡스타인 추문이 다시 확대된다고 해서 현직 대통령에게 심각한 사법 리스크를 야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민감한 엡스타인 문건까지 건드린 데 대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심지어 머스크를 ‘대단한(big-time) 마약 중독자’라고 표현하며 그의 충동적 행동이 약물의 영향일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2025년 6월 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의 프루덴셜 센터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대회 ‘UFC 316’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아들 에릭 트럼프,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오른쪽)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사진 = AFP, 연합뉴스]
2025년 6월 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의 프루덴셜 센터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대회 ‘UFC 316’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아들 에릭 트럼프,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오른쪽)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사진 = AFP, 연합뉴스]

특히 4월 중순 머스크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임시 국세청장 후보 인선을 두고 갈등을 벌인 사건은 유명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베선트 장관의 선택을 지지하기로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 스티브 배넌에 따르면 두 사람이 오벌오피스에서 나와 몸싸움을 벌였고 머스크는 웨스트윙에서 쫓겨났다.

머스크는 몸싸움 와중에 어깨로 베선트 장관의 가슴께를 들이받기도 했으며, 이 소식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지나치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NBC뉴스와 인터뷰에서 머스크와의 관계를 회복하길 원하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고, 그와의 관계가 끝난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는 “나는 그렇게 추정한다. 그렇다”고 답했다.

머스크와 대화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다른 일을 하는데 너무 바쁘다. 그와 대화할 의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머스크가 “대통령직에 대해 무례했다”며 “나는 그것이 매우 나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들을 낙선시키기 위해 머스크가 민주당 후보들을 지원할 경우 “매우 심각한 결과를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국방부와 항공우주국(NASA) 등 정부 기관들은 머스크가 소유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대안을 물색 중이다. 해당 기관들은 지난 5일 트럼프와 머스크의 충돌 이후 ‘로켓 랩’, ‘스토크 스페이스’, ‘블루 오리진’ 등 민간 우주기업들을 접촉해 이들의 로켓과 우주선이 어느 단계까지 개발·제작됐는지, 정부 임무 투입은 언제 가능하게 될지 등 일정을 문의했다.

NASA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인을 보내거나 돌아오도록 할 때 쓸 수 있는 미국 우주선은 현재로서는 스페이스X의 ‘드래건’이 유일무이할 정도로 미국 정부기관들은 스페이스X의 로켓과 우주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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