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진짜 이렇게만 하고 나가도 되나요? 지난번에는 입국심사에만 1시간30분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5분도 채 안 걸리네요. 너무 좋은데요."
한일 양국이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6월 한 달간 양국 국민 전용 입국심사대(패스트트랙)를 운영하기로 한 가운데, 시행 첫날인 1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을 이용한 한 한국인의 패스트트랙 경험담이다.
패스트트랙은 입국일을 기준으로 최근 1년 이내에 1회 이상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이 이용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하네다공항과 함께 후쿠오카공항이, 한국에서는 김포·김해공항이 오전 9시~오후 4시에 이를 운영한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일본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여객기가 차례로 하네다공항에 도착했다. 이 중 최근 1년 새 일본을 방문한 기록이 있는 한국인 관광객 80여 명이 패스트트랙을 이용하는 혜택을 누렸다. 패스트트랙 1호 이용객은 50대 남성이었다. 그는 "가족여행을 왔는데 하루 전에 온 가족은 이런 혜택을 못 받아서 방금 전화로 자랑했다"며 "한 달만 하지 말고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을 이용하려면 일본 입국 전에 '비지트 재팬 웹'에서 사전등록을 마치면 된다. 하네다·후쿠오카공항에 도착한 뒤라 할지라도 입국 절차를 밟기 전이면 사전등록이 가능하다. 이후 입국 때 한국인만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키오스크에서 QR코드를 인증한 뒤 입국심사 창구를 통과하면 된다. 외국인 입국 심사를 위해 마련된 하네다공항의 키오스크는 모두 43개인데, 이 가운데 19개가 패스트트랙 이용자를 위해 배정됐다. 또 입국심사 창구 16개 가운데 6개가 한국인 전용으로 열렸다.
도쿄출입국재류관리국 하네다공항지국 관계자는 "양국의 우호 증진을 위한 사업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며 "현재 한 달간 운영할 예정이지만 많은 한국인이 기분 좋게 이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을 이용한 한국인들이 짧게는 1분, 길게는 5분 만에 여유 있게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항을 떠나는 그 시각 희비가 엇갈렸다. 비슷한 시간 하네다공항 외국인 입국심사대에 많은 관광객이 몰려 혼잡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 관광객들은 긴 줄에 서서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패스트트랙 광경을 지켜보기도 했다.
패스트트랙을 이용한 직장인 송혜인 씨는 "기존에는 줄이 너무 길고 시간도 많이 걸려서 불편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편했다"며 "가까운 나라인데 계속해서 서로 교류할 수 있는 편안한 제도가 생기고 활성화되면 좋겠다. 패스트트랙도 한시적이기보다 계속 운영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격을 실감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관광을 위해 일본을 찾은 60대 부부는 입국심사대에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우선 레인'이라고 커다랗게 한글로 써진 이동 경로가 있어 크게 감명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동 경로 곳곳에는 한일 수교 60주년 로고와 '두 손을 맞잡고, 더 나은 미래로'를 뜻하는 일본어 슬로건이 인쇄된 안내판이 세워졌다. 이들은 "이웃 나라가 서로 사이좋게 지내면서 배려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일본과 대등할 정도로 우리의 국격도 올라갔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 좋게 여행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패스트트랙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상대국으로 출국하기 전 입국심사를 마치는 사전심사 제도 도입까지 검토에 나섰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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