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 폭발처럼 人災 가능성
이란, 토요일이 한주 근무의 시작
페제시키안, “일어나선 안 될 일”
로켓재료 폭발·외부개입설 부인

이란 남동부의 최대 규모 항구에서 벌어진 폭발로 인명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AP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전날 반다르압바스의 샤히드라자이 항구에서 발생한 사고로 최소 40명이 숨지고 1000명이 다쳤다. 또 항구에 쌓인 컨테이너 중 2000개가 불에 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기준으로 화재의 80%가 진압된 상태로 호르모즈간 주정부는 오는 29일까지 사흘 동안을 애도 기간으로, 이와 별도로 중앙정부도 28일 하루를 애도일로 정했다.
사고가 일어난 토요일은 공교롭게도 이란에서 한주의 업무가 시작되는 날이라서 인명 피해를 키운 것으로 파악된다. 토요일과 일요일이 주말인 대다수 국가와 달리 이란은 토요일과 일요일이 근무 주간이며 금요일이 공식 휴무일이다. 또 사고 발생 시각(오전 11시 55분)은 직원들의 외부 움직임이 많은 점심 시간대였다.
사고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발언에서 인재(人災) 가능성이 유력해 보인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열린 호르모즈간주 위기관리본부 특별회의에 참석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고 질책하며 특히 “이 항구에 컨테이너 12만∼14만개가 장기간 보관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기간 적치된 컨테이너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이다.
이란 정부 대변인도 “화재 진압 전까지 원인 규명이 어렵다”면서도 항구 한쪽 구석에 보관된 화학물질 보관 컨테이너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지목했다.
또 사고 원인으로 컨테이너 속에 미사일 고체연료 제조에 쓰이는 과염소산나트륨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이란 정부는 이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란 국방부는 미사일에 사용되는 고체 연료의 부적절한 취급과 폭발이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국제 언론의 보도를 부인하며 폭발 피해 지역에 군수품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관련해서 이란 당국이 테러나 군사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지는 않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항간에서 미국과 핵협상을 시작한 이란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개입설이 흘러나왔지만 이스라엘 정부 인사들은 이번 사고와 연관성을 부인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지금까지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2020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대폭발 참사처럼 항구 내 화물 안전관리에 실패한 인재 가능성이 유력하다.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의 경우 항구 한편에 6년째 적재된 다량의 질산암모늄이 폭발 원인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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