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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는커녕…트럼프 100일간 달러 가치 9% 하락

닉슨 이후 최악 달러 쇼크…달러인덱스 99선 추락 트럼프, 연준 독립성 흔들며 금융 시장 불안 키워

  • 지유진
  • 기사입력:2025.04.28 15:10:19
  • 최종수정:2025.04.28 1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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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 이후 최악 달러 쇼크…달러인덱스 99선 추락
트럼프, 연준 독립성 흔들며 금융 시장 불안 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GA·make america great again)’고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후 100일 동안 달러 가치가 9% 하락했다.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27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9.47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 1월 20일(109.35)과 비교해 약 9% 하락했다. 28일 오후 1시 현재 달러인덱스는 99.65로 소폭 반등했으나 회복 속도는 더디다.

미국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달러 가치가 이렇게 크게 떨어진 것은 금본위제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로 전환한 이후 처음이다. 1973년 닉슨 대통령 두 번째 임기 당시 달러인덱스는 108에서 100으로 약 8% 하락했다. 당시 금과 달러를 연동하는 ‘금본위제’를 포기하고 고정환율제를 자유변동환율제로 전환하면서 달러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이후 수십년간 미국 대통령 취임 첫 100일 동안은 대체로 달러 강세가 이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973년 닉슨 대통령 두 번째 임기 시작부터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까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취임 후 100일 동안 평균적으로 달러 가치를 0.9%가량 끌어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트럼프 정부 출범 초기에는 ‘셀 USA(Sell USA)’ 현상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올해 들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2.3% 하락했고,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 장기물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달러, 주식, 국채 모두 ‘트리플 약세’를 보이며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가 눈에 띄게 약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까지 흔드는 발언을 거듭하며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달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거론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했고, 이로 인해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커졌다.

캐나다 자산운용사 BMO글로벌에셋매니지먼트의 비판 라이 전무이사는 “달러가 국제 무역과 금융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에 대한 신뢰와 예측 가능한 외교 정책 덕분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신뢰가 약화되고 있고 우리는 이것이 구조적 변화라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투자은행 도이치뱅크도 “향후 몇 년간 달러가 구조적인 내림세를 보일 수 있다”며 “유로화 대비 달러 가치가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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