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현장에 코알라가 앉아있다. [사진 = EBS 컬렉션 - 사이언스 유튜브]](https://wimg.mk.co.kr/news/cms/202504/28/news-p.v1.20250428.801d67d2b5434a0e9cc6f714f72f5479_P1.png)
호주 빅토리아주에서 산불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코알라 700마리를 헬리콥터를 이용해 공중에서 총을 쏴 살처분하는 조치가 이뤄져 논란이 되고 있다.
25일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호주 빅토리아주 정부는 부즈 빔 국립공원에서 헬리콥터를 동원해 코알라 약 700마리를 항공 살처분했다. 주정부는 지난 3월 초 산불로 2200헥타르의 공원 부지가 소실되면서 코알라의 주요 먹이원인 고무나무 숲이 파괴되자, 코알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안락사 조치를 단행했다. 제임스 토드 빅토리아주 에너지환경기후변화부(DEECA) 생물다양성책임자는 “이번 결정은 수의사와 야생동물 복지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신중히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국립공원에는 약 2000~3000마리의 코알라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상당수가 화상이나 부상으로 충분한 먹이를 구할 수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빅토리아주와 남호주주의 코알라는 다른 주들과 달리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빅토리아주에는 현재 45만 마리가 넘는 코알라가 서식하고 있다.
당국은 헬리콥터에서 쌍안경을 사용해 약 30m 거리에서 2000여 마리의 코알라를 개별 평가했다. 많은 동물은 항공기에도 전혀 반응하지 않았고, 털이 타거나 그을린 흔적이 발견됐다. 토드는 초기 실험에서 지상 수의학적 평가를 통해 항공 사격의 정확성과 인도성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또 험준한 지형과 화재 후 나무 붕괴 위험으로 지상 접근이 어려워 항공 살처분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빅토리아주에서 코알라를 공중에서 살처분한 첫 사례다. 토드는 “공중 살처분을 실시한다는 결정은 결코 가볍게 내린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빅토리아주 야생동물 보호단체인 와일드라이프빅토리아(Wildlife Victoria) 리사 팔마 대표는 “산불이 야생동물에게 심각한 고통을 초래하며 중상을 입은 동물에게는 안락사가 가장 인도적인 조치”라면서도 “모든 안락사 방법이 인도적이고 즉각적이며 적절한 감독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항공 살처분의 정확성과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비영리단체 코알라 얼라이언스(Koala Alliance)의 제스 로버트슨 회장은 “코알라를 안락사시키기 전에 혈액 검사를 받고 체중을 측정해야 하며, 이런 방식으로 코알라를 평가해야 한다”며 “헬리콥터에서 코알라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고, 즉사 여부도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센트럴퀸즐랜드대학의 롤프 슐라글로트 코알라생태학자는 “이번 사태는 수십 년간 코알라종과 서식지를 부실 관리하면서 초래된 결과”라면서 “코알라 서식지 및 토종 식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