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등 각국 중앙은행 사재기성 매입 확대
신흥국 중앙은행 금 비축자산 ‘10%’대
약한 경제 펀더멘털에 한은은 ‘2%’ 불과
허약체질 원화에 금보다 달러 ‘우선순위’
팽창하는 금ETF 수요도 가격변동성 키워
美트럼프, ‘金 뉴노멀’ 무겁게 인식해야

도널드 트럼프가 목표하는 미국 경제의 ‘황금기’가 역설적으로 ‘노란색 광물’에 의해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 국채와 국채를 사기 위해 달러를 사는 안전자산 투자 메커니즘이 바뀌어 금 수요로 쏠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기축통화 지위국인 미국 경제에 신뢰의 위기가 커지지만 사상 유례없는 가격 변동성을 보이며 투기상품 성향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이 신기한 뉴노멀을 만들고 있는 3명의 주연배우는 미친 관세전쟁을 일으킨 트럼프와 금 사재기에 나선 각국 중앙은행, 그리고 금ETF(상장지수펀드)입니다.
2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미·중 관세 협상 관련 트럼프의 유화적 발언에 크게 반등했습니다. 반대로 금 선물 가격은 하루 사이 3.7%(6월 인도분 선물 기준) 급락한 온스 당 3294.1달러를 찍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날 장중 35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몸값이 마치 가상화폐처럼 4% 가까이 미끌어진 것이죠.
이 미친 변동성을 보면 트럼프 시대가 금값을 뉴노멀의 장으로 이끌고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관세전쟁이라는 위험천만한 불장난으로 인해 미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 불똥이 기축통화인 달러에 떨어졌습니다.

미 국채와 달러 자산에 대한 불안 심리로 시장의 큰손인 각국 중앙은행이 금 매입에 집중하면서 금이 ‘안전자산+투기자산’으로 시장에서 이중의 정체성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관련해서 로이터는 최근 보도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트럼프 정책 리스크를 목도하고 달러에서 보유자산 다변화를 도모하고 있으며, 그 결과 금의 놀라운 랠리로 확산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금값 랠리를 중기 추세로 보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첫 번째 촉매제가 됐습니다. 2022년 이후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지난 10년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연간 1000톤(t)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세계금협회(WGC) 추산에 따르면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2024년 마지막 분기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333t에 이릅니다.
시장은 신흥시장 중앙은행들이 특히 금 매입에 적극 나서며 보유자산의 약 10%를 금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이 변화의 바람에서 한국의 중앙은행이 돛을 올리고 움직이려 하지 않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 달리 한은은 외화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2%대에 불과합니다. 한은은 금의 높은 가격 변동성 등을 이유로 매입에 신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은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비극도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취약한 통화 펀더멘털입니다.
다른 나라 통화 대비 고질적으로 저평가되는 원화값, 그리고 작은 내수에 수출 중심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한국 경제의 냉엄한 현실에서 한은은 금을 살 돈으로 달러를 비축하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환율시장 충격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 달리 한은이 세계적 금 랠리를 부럽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통점’은 바로 우리 경제 내부에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최근 금 선물 시세를 추종하는 금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인기를 끄는 것도 금값이 가상화폐 수준으로 널뛰기하는 변동성 요인으로 파악됩니다.
로이터는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를 인용해 “미 국채와 국채를 매입하는 데 필요한 달러는 이전까지 금과 안전자산 지위를 놓고 경쟁해왔다”며 “(탈미국 가속화로) 올해 중앙은행의 금 수요는 수십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개인이건 기관이건, 중앙은행이건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는 명목으로 미 국채와 달러 투자를 축소하는 지옥문이 열리면서 기상천외한 금값 랠리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세기적 금 랠리를 트럼프 대통령이 충격과 공포로 인식해 관세전쟁이라는 세기의 불장난을 멈추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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