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아시아의 노벨상’ 아시나요?…역대 한국인 수상자들, 무슨 업적 남겼길래

  • 김희수
  • 기사입력:2025.04.22 23:10:56
  • 최종수정:2025.04.22 23:10:56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막사이사이상 역대 한국인 수상자 모임이 열렸다. 김종기 푸른나무재단 명예이사장, 수잔 아판 막사이사이상재단 대표, 김임순 애광원장, 법륜 스님, 델리아 앨버트 막사이사이상재단 이사(전 필리핀 외교장관), 마리아 테레사 디존데베가 주한필리핀대사(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막사이사이상 역대 한국인 수상자 모임이 열렸다. 김종기 푸른나무재단 명예이사장, 수잔 아판 막사이사이상재단 대표, 김임순 애광원장, 법륜 스님, 델리아 앨버트 막사이사이상재단 이사(전 필리핀 외교장관), 마리아 테레사 디존데베가 주한필리핀대사(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 한국인 수상자 모임 행사가 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주한필리핀대사관과 막사이사이상재단 주최로 열린 이 행사는 지난해 한국·필리핀 수교 75주년 기념 행사의 하나로 기획됐다.

이 상은 1957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라몬 막사이사이 필리핀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제정돼 이듬해부터 매년 수상자를 선정해왔다. 1958년부터 2024년까지 역대 막사이사이상을 받은 인물은 총 353명으로 달라이 라마, 테레사 수녀, 미야자키 하야오 등이 수상했다.

그중 한국 출신 수상자는 20명에 달한다. 한국인 수상자는 민주주의 운동을 한 장준하 선생과 김종기 푸른나무재단 설립자겸 명예이사장 등이다. 특히 재단은 한국 여성 지도자에게 주목해왔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제한됐던 1960~1980년대에만 세 차례 한국 여성에게 상을 수여했다. 막사이사이상재단은 한국 최초 여성 박사이자 여성운동가 김활란에게 1963년, 국내 첫 여성 변호사로 문맹자에게 무료 법률 상담을 펼친 이태영에게 1975년 상을 수여했다.

재단 이사로 행사에 참석한 델리아 앨버트 전 필리핀 외교장관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권리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며 “용기 있는 여성 리더가 활약한 한국 사례를 배운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앨버트 전 장관은 첫 필리핀 여성 장관으로 현지에서 명성이 높다.

마리아 테레사 디존데베가 주한필리핀대사는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은 공공선에 헌신한 이들에게 영광을 돌리는 상”이라면서 “한국과 필리핀은 한국전쟁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싸운 전우이며, 막사이사이상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고 이날 행사에 의미를 부여했다.

사진설명

이날 행사에는 역대 한국인 수상자인 장준하 선생의 아들인 장호권 장준하기념사업회장, 김종기 이사장, 법륜 스님, 김임순 애광원 원장 등이 참여했다.

행사장을 찾은 1989년 수상자 김임순 애광원장은 “나만을 위한 상이 아니라 도움을 주신 수많은 사람을 위한 상”이라며 “그들을 대표해 받았기 때문에 깊은 책임감을 느꼈다”고 수상 소식을 들었던 당시를 회상했다. 올해 100세인 김 원장은 여성의 대학 입학이 드물던 시기 이화여대를 다닌 재원이다. 1952년 스물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 고아 7명을 돌보기 위해 애광영아원을 설립했다. 한국전쟁으로 부모를 잃거나 버려진 아이들이었다. 자신 또한 전쟁으로 남편을 잃어 홀로 어린 딸을 키워야 할 때였다. 낯선 피란지 경남 거제에서 김 원장은 사랑과 봉사라는 자신의 소명을 지켰다.

그는 “73년 전 수렁 속 아이들을 도우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평생토록 아이들과 함께하겠다는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켜왔다”며 “젊은 사람들도 정직하게 살면 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2002년 수상자다. 북한에서 아사자 수백만 명이 발생했다고 추정되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주민을 인도적으로 도운 공로였다.

행사장을 찾은 그는 한국 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로 “모든 가치가 상대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나와 다른 이를 인정하는 데서 평화가 시작된다”면서 “오직 나만이 옳고 상대는 그르다는 생각은 큰 해악이며,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최근 수상자는 2019년에 받은 푸른나무재단 설립자 김종기 명예이사장이다.

김 이사장은 1995년 아들이 학교폭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자 또 다른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푸른나무재단(옛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을 설립했다. 꾸준한 반폭력 캠페인으로 국내 학교폭력 비율이 1995년 20%에서 2018년 3%로 낮아지는 데 기여했다.

그는 “학교폭력이라는 단어조차 낯설던 시절 그것을 멈추라고 외치는 것은 칼날 위를 걷는 외로운 시간이었다”며 “마땅히 해야 할 가치 있는 일에 도전하다 보면 결국 무언가를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도했다는 게 중요하다”며 “누군가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고, 또 함께 걸어갈 준비가 됐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했다.

한편 지난해 막사이사이상재단은 역대 수상자를 담은 7권의 책을 출시했다. 그들의 고결한 리더십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23일에는 주한필리핀대사관에서 청소년 정신건강 개선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