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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서 확대되는 미중 패권 다툼

가이아나-베네수엘라 영토 분쟁서 미중 간접 맞대결

  • 문수인
  • 기사입력:2025.04.22 11:43:45
  • 최종수정:2025-04-22 13: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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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나와 영토 분쟁 중인 베네수엘라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가이아나 땅까지 자국 영토로 표시해 놓은 지도 앞에서 연설하는 니콜라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가이아나와 영토 분쟁 중인 베네수엘라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가이아나 땅까지 자국 영토로 표시해 놓은 지도 앞에서 연설하는 니콜라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가이아나-베네수엘라 영토 분쟁서 미중 간접 맞대결

중남미에서 미중의 패권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영향력이 컸던 파나마 운하에 대한 소유권 주장을 한 이후 중남미에서 양측의 대결 양상이 대륙 전체로 번지는 모양새다. 다만 직접적 충돌 보다는 간접적인 대립 구도를 띄고 있다.

현재 전장은 대규모 유전이 발견된 가이아나다. 중남미 소국인 가이아나는 2015년 유전이 자국의 해역 유역에서 발견되면서 ‘부국’의 꿈에 부풀어 있다. 실제 2019년 본격적으로 원유가 시작되면서 경제도 탄력을 받았고 2022년 경제 성장률은 무려 62.3%나 된다. 국제통화기금 등 관련 기관들은 가이나아의 경제성장률이 계속 두자리 수 이상 될 것으로 전망하고 한다. 미 에너지 기업인 엑손 모빌등이 중심이 돼 탐사 및 개발이 한창이다.

가이아나가 미중 갈등의 신 지역으로 떠오른 것은 베네수엘라와 벌이고 있는 영토 분쟁때문이다. 양측은 가이아나의 영토에 해당하는 에세퀴보(과야나 에세키바)를 둘러싸고 소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 가이나아에서 발견된 대규모 유전이 에세퀴보 인근 해역이다. 베네수엘라가 에세퀴보에 대한 소유권 주장을 하는 배경 중 하나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에세퀴보 지역은 가이아나의 총 국토 면적(21만㎢)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데, 인근 바다의 유전 뿐만 아니라 금, 다이아몬드 등 각종 지하자원이 다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이아나와 베네수엘라의 에세퀴보를 둘러싼 영토분쟁은 해묵은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국제사법재판소(ICJ)가 1899년 10월 3일애 내린 중재 판정 사건에 대해 베네수엘라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건은 에세퀴보강 서쪽 15만9500㎢ 규모 영토와 그 유역에 대한 소유권 분쟁을 다뤘는데, 당시 ICJ는 이 지역을 통치하던 영국의 손을 들어줬고, 이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가이아나의 국토로 편입됐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는 이 같은 결과에 불만을 품고 19세기 초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뒤 역사적으로 에세퀴보는 우리 땅이었다며 실효적 지배권을 주장해 오고 있다. 그러면서 ‘가이아나와의 분쟁에 대한 원만한 해결’을 명시한 1966년 제네바 합의를 근거로 들며 당사국 간 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그 이전에 나온 영토 관련 협의 또는 중재는 무효라고 주장한다.

가이나아가 응하지 않자, 베네수엘라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투표를 실시해 해당 영토에 주(州)를 신설하는 국민 투표를 실시하기도 했다. 95%대에 달하는 압도적 지지가 있었지만, 국제법상 효력은 전혀 없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에퀴세보를 둘러싼 영토 분쟁화 시도는 점 더 거세지고 있다.

무력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모양새다. 지난 3월 베네수엘라 해양경비대가 엑손모빌이 운영하는 광구가 있는 가이아나 영해에 진입하기도 했다. 또 양측의 접경지대인 아나코노섬에 전투 차량을 배치하는 등 군사적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이런 베네수엘라는 현재 측면 지원 중이다.

베네수엘라 국영방송 텔레수르TV 등에 따르면 가이아나 주재 중국 대사대리는 최근 양측의 영유권 갈등에 대해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1966년 체결한 제네바 합의 원칙 준수를 강조했는데, 이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가이아나 정부는 “중국의 명백한 내정 간섭 행위”라며 “주권을 훼손하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거부한다”고 맞받았다.

가이아나에는 미국이 힘을 싣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은 지난 달 가이아나를 방문한 자리에서 “가이아나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경우 베네수엘라는 몹시 나쁜 하루를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 베네수엘라의 최근 가이아나를 향한 군사적 움직임에 대해 직접적인 경고를 날린 것이다.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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