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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0만원 버킨백, 원가 190만원”…관세전쟁에 中 폭로

中 인플루언서들, 미중 무역전쟁 여론전 나서 “유명 명품 中 공장서 생산” 주장

  • 정수민
  • 기사입력:2025.04.17 16:17:58
  • 최종수정:2025.04.17 16: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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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인플루언서들, 미중 무역전쟁 여론전 나서
“유명 명품 中 공장서 생산” 주장
4월 16일 틱톡 등 SNS에 에르메스 명품 가방, 나이키 운동화, 룰루레몬 레깅스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의 제조 원가를 공개한 영상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출처=틱톡 갈무리)
4월 16일 틱톡 등 SNS에 에르메스 명품 가방, 나이키 운동화, 룰루레몬 레깅스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의 제조 원가를 공개한 영상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출처=틱톡 갈무리)

미중 간 관세전쟁이 대화나 협상 분위기 없이 ‘강대강’ 대치로 치닫는 가운데 중국 내에서는 중국 공장에서 촬영된 고가 소비재의 제조 원가를 폭로하는 영상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미국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려는 중국 측의 여론전으로 보고 있다.

최근 중국계 동영상 공유플랫폼인 틱톡(TikTok)과 미국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는 에르메스 명품 가방, 나이키 운동화, 룰루레몬 레깅스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의 제조 원가를 공개하는 영상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해당 영상들은 별다른 진위 확인 없이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 13일 엑스에는 초고가 명품으로 꼽히는 에르메스 버킨백의 원가가 1395달러(약 200만원)인데, 실제 판매가는 3만8000달러(약 5400만원)에 달한다는 내용의 영상이 게재됐다. 영상 속 중국 공장 관계자는 영어로 가방 제작에 필요한 가죽과 각종 부자재 등의 원가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버킨백 가격의 90%는 ‘에르메스 로고 값’이라고 주장했다.

4월 15일 틱톡에서 활동하는 스포츠 의류 전문 중국 인플루언서는 미국 유명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룰루레몬이 중국 저장성 이우의 한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룰루레몬, 휠라, 언더아머 등과 같은 브랜드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이우의 샹룽 의류와 훙치 의류 등 2곳의 공장에서 생산된다”며 생산 원가 6~8달러의 재킷이 룰루레몬에선 10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로 중국 공장에서 촬영된 이 영상들은 중국에서 제품을 직접 구매하면 저렴하다고 홍보하는 내용이지만, 실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고율 관세를 조롱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가 부과한 대중국 관세 145%로 인해 중국산 생활용품 가격이 오르면 미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전 세계 섬유 제품 생산량의 약 3분의 2를 담당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산 섬유 제품 최대 수입국이다. 지난해 미국은 약 490억달러(약 66조원)의 중국산 섬유 제품을 수입하고 있어, 고율 관세로 인해 미국인들이 의류 소비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영상 속 인플루언서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버킨백이 중국에서 만들어진다는 주장에 대해 에르메스는 “버킨백은 100% 프랑스 장인이 수작업으로 제작한다”며 “중국 생산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룰루레몬 역시 “중국 본토에서 생산되는 완제품은 3%에 불과하다”면서 “정품 레깅스는 룰루레몬 매장과 공식 웹사이트 등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관련 동영상은 SNS를 통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퍼지고 있다. 현재 미국 내 틱톡 이용자 수는 1억7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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