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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 인생역전’ 김세연 “통장에 1억원 들어오면 기분 이상할 듯”

당구장 알바, 동호인 거쳐 선수 4년만에 LPBA 여왕으로
결승전 4세트 (김)가영 언니 앞돌리기 빠진게 ‘승부처’
우승후 안울려고 했는데, 동료와 후원사 대표님 보니 ‘울컥’
“팀리그 재밌고 부러워. 상금1위이니 다음 시즌엔 기대”
키 작아 멀리있는 공 어렵고 빗껴치기 옆돌리기 자신
TAS 강태경 대표님 후원제안에 신기…제겐 너무 고마운 분

  • 이상민
  • 기사입력:2021.03.11 07:00:03
  • 최종수정:2021-03-17 17: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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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LPBA 여왕까지 오르며 ‘인생역전’ 이룬 김세연을 지난 9일 경기도 성남시 TAS(대표 강태경) 본사에서 만났다.
초대 LPBA 여왕까지 오르며 ‘인생역전’ 이룬 김세연을 지난 9일 경기도 성남시 TAS(대표 강태경) 본사에서 만났다.
[성남=MK빌리어드뉴스 이상민 기자] 그닥 크지않은 체구에 곱상한 얼굴, 그리고 숏커트한 짧은 머리. 어느 구석에서 그런 당찬 모습이 나올까. LPBA 왕중왕전 결승 6세트. 완벽한 찬스의 마지막 옆돌리기로 11점을 채우며 상금 1억원의 주인공이 됐음에도 기쁨을 맘껏 발산하지 않았다. 애써 눈물을 보이지 않았고, 관중석 동료선수와 후원사 대표 눈을 맞추고서야 눈물을 흘렸다.

LPBA 최고의 선수가 된 김세연(26) 얘기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그는 지금의 자신을 상상조차 못했다. 원래 체대에 가려했으나 성적이 안돼 전문대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아니다싶어 학교를 그만뒀다. 혹처럼 붙어다니는 ‘당구장 알바’도 실은 당구가 좋아서 한게 아니다. 편해서 고른 알바 자리였단다. 그렇게 당구와 인연을 맺었고, 동호인을 거쳐 2017년에 당구선수가 됐다. 그리고 2019년에 프로당구 무대에 도전했고, 이번에 LPBA 왕중왕에 오르게 됐다. 이 모든게 4년 동안 일어난 일이다. 스스로 냉정한 편이라는 김세연도 LPBA 초대 대회 우승을 놓쳤을 때와 뛰어난 성적에도 팀리그에 뽑히지 않았을 때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당구장 알바’로 시작해 초대 LPBA 여왕까지 오르며 ‘인생역전’ 이룬 김세연을 지난 9일 경기도 성남시 TAS(대표 강태경) 본사에서 만났다. 이곳은 김세연의 후원사이기도 하다.

인터뷰 자리에는 ‘바늘과 실’인 강지은이 동행했고, 1시간30분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세연은 때론 ‘당구여왕’처럼 단호하게, 때론 ‘앳된 20대’처럼 밝게 자신의 얘기를 쏟아냈다.

공교롭게도 MK빌리어드뉴스와는 이번이 세 번째 인터뷰다. 첫 번째는 2019년 ‘제8회 하림배 서울당구연맹 그랑프리오픈’서 스롱 피아비를 꺾고 우승했을 때이고, 두 번째는 2020년 ‘TS샴푸배’ LPBA투어 결승에서 ‘존경하는 언니’ 임정숙을 꺾고 우승했을 때다. 2년만에 세 번째 인터뷰라, 이것도 참 드문일이다.

김세연은 지난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호텔서 열린 ‘20-21 LPBA투어 SK렌터카월드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김가영을 세트스코어 4:2(11:7, 8:11, 3:11, 11:10, 11:4, 11:9)로 꺾고 왕중왕전 우승을 차지했다.
김세연은 지난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호텔서 열린 ‘20-21 LPBA투어 SK렌터카월드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김가영을 세트스코어 4:2(11:7, 8:11, 3:11, 11:10, 11:4, 11:9)로 꺾고 왕중왕전 우승을 차지했다.
▲워낙 큰 대회 우승이라, 축하인사도 많이 받았겠다. =정말 축하인사를 많이 받았다. 부모님과 친구, 동료선수들 모두 좋아해주시고 축하해줬다. 상금이 워낙 커서, 1억원이라는 돈이 통장에 들어오면 기분이 이상할 것 같다. 상금 들어오면 부모님께 용돈부터 드리려고 한다.

▲결승 앞두고 부모님께서 특별히 한 얘기는.

=부모님과 가족들은 우승 기대를 안했다. 내가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하하. 그래도 결승까지 왔으니, 침착하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하셨다.

▲우승 과정이 극적이었다.

=그렇다. 4세트 세트포인트에서 김가영 선수의 앞돌리기가 당연히 들어가는 줄 알고 브레이크 타임을 준비했다. 그런데 운 좋게 그 공이 빠져나가더라. 졌다고 생각한 4세트를 따내고 나니 끝까지 물고 늘어져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가 승부처였다고 생각한다.

(김가영이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상황에서 맞은 4세트. 김세연은 9-10으로 지고있었고 김가영은 13이닝서 완벽한 앞돌리기를 시도했다. 선수는 물론 TV로 시청한 당구팬들도 당연히 득점 되는줄 알았는데 공은 ‘V커브’를 그리며 야속하게 빠져나갔다. 만약 이 득점이 성공했다면 김가영이 세트스코어 3-1로 앞서가면서 우승판도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5세트서도 럭키샷이 들어갔다. 심판이 득점이라고 콜을 했는데 맞느냐고 다시 물어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6세트도 1-9로 지고 있어 풀세트로 가는 분위기였다. 속으로는 왜 이렇게 안 맞나 원망하면서 기회가 오면 장타를 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하이런 7점을 쳤다. 마침 대회 하이런이 터졌다.

인터뷰 후 우승 트로피를 안고 있는 김세연.
인터뷰 후 우승 트로피를 안고 있는 김세연.
▲대회 시작 전에 좋은 기운이 있었나. =도 아니면 모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대회 전까지 연습이 잘안돼 속상했다. 왕중왕전 시작하고 나서 대진을 떠나 컨디션이 안 좋으니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편하게 마음을 먹었다. 평범하게 생각한대로만 치자고 했는데 그게 먹혔던 것 같다.

▲그러기엔 너무 컨디션도 좋고 행운도 따랐는데.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긴장을 많이 해서 컨디션이 좋았는데 못 느꼈을 것 같기도 같다. (웃음) 대회 치르며 점수는 차이가 났지만 매 세트 치열해서 힘들었다. 특히 8강 (김)경자 언니와 경기가 고비였다. 두 세트 모두 11-10이었다. 그때 한 세트라도 빼앗겼으면 탈락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멘탈을 잡아서 이겨냈다. 운도 정말 좋았다. 경자 언니가 실수해서 나에게 기회가 와서 끝냈다.

▲‘당구여왕’ 김세연 커리어의 시작은 당구장 아르바이트인데.

=당구장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당구를 몰랐다. 친구들 사이에서 당구장 알바가 편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게 됐다. 당구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저 당구장 알바를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 내가 당구를 하고 싶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알고 있지만 그 반대다.

▲어떻게 선수 생활까지 하게 됐나.

=당구장 알바 끝나고 사장님께 당구를 쳐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때부터 치게 됐다. 당구를 배우고 동호인대회 나가면서 입상을 하다보니 잘 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때는 당구가 빨리 늘어 천재인가라는 생각도 했다. 하하. 하지만 정식 선수가 되고 나서는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 또 선수들이 경기하는 게 멋있어 보였고 선수로서 사명감과 당구라는 종목에 대해 진지하게 임해보고 싶은 생각에 선수 등록을 했다. 선수가 된 후에도 알바를 병행했다. (김세연은 2017년 서울당구연맹에 선수로 등록했다)

▲당구하기 전에는 어떤 꿈이 있었나.

=구체적인 꿈을 생각해보진 않았다. 활동적인 걸 좋아해서 체대를 가려했다. 하지만 시험에서 떨어졌고 수시로 지방 전문대에 들어갔다. 근데 막상 캠퍼스 생활해 보니 나랑 안맞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고 당구에 매진했다.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당구를 접한 김세연은 2017년 선수 등록 후 불과 4년 만에 LPBA 초대 왕중왕에 올랐다.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당구를 접한 김세연은 2017년 선수 등록 후 불과 4년 만에 LPBA 초대 왕중왕에 올랐다.
▲당구 선수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 반응은. =이왕 하는거 열심히 해보라고 하셨다. 알바할 때는 제가 여자이기도 하고 당구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부모님께서도 부정적으로 생각하셨다. 하지만 몇 년 지나 선수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하니까 열심히 해보라고 응원해주셨다.

▲당구 선수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은.

=PBA 초대 대회(파나소닉) 결승에서 (김)갑선 언니한테 져 준우승하고 나서 멘붕이 왔다. 아쉬움도 아쉬움이지만 그땐 정말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어서 더 그랬다. 결승전 끝나고 뭐가 문제일까 자신을 돌아봤다. 경기 영상을 다시 돌려봤는데 걸음, 초이스, 자세 등 모든 게 문제였다. 준우승 이후 성적도 좋지 못했다. 예선 탈락을 많이 했다.

▲그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극복했나.

=김병호 프로님의 도움이 컸다. 원래 김보미 선수와 친해 김병호 프로님과도 친하게 지냈다. 이번 시즌 개막전 SK렌터카 챔피언십 때 멘탈적인 부분을 조언을 해주셨다. TS샴푸 대회 때는 4~5시간 붙잡고 레슨을 해주셨는데, 큰 도움이 됐다. (김세연은 TS샴푸배에서 임정숙을 물리치고 우승했다)

▲가장 자신있는 샷과 약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키가 작으니 수구 거리가 멀리 있을 때 치는데 어려움이 있다. 자신 있는 샷은 옆돌리기와 빗껴치기다. 적중률이 높다.

▲LPBA 초대대회 준우승자인데 팀리그에 뛰지 못했다. (팀리그에 여자 선수는 10명이 뛰고 있다)

=스스로 냉정한 편이다. 겨우 준우승 한 번했고 다음 성적이 좋지 못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기대는 했지만 크지 않아서 실망도 크진 않았다. 성적으로만 보면 뽑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상품성도 있어야 하지 않나. 스스로 그런 게 없는 걸 아니까 받아들였다. 그런데 주위에서 왜 팀리그 안 뛰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무렇지 않게 넘기려 했는데 잘 안 되더라. 그런 스트레스가 TS샴푸 대회 우승하고 나서 많이 운 이유 중 하나다.

▲팀리그를 보니 어땠나.

=재미있고 많이 부러웠다. 다음 시즌에는 꼭 들어갔으면 좋겠다. 뽑아주시면 감사히 열심히 하겠다. 올 시즌 상금랭킹 1위니까 이번에는 기대를 해보겠다. 응원도 열심히 할 준비가 됐다. (웃음)

김세연은 지난해 7월부터 당구 큐 업체 TAS(타스)의 후원을 받고 있다. 절친 강지은 선수 역시 TAS의 후원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강지은 김세연 강태경 TAS 대표.
김세연은 지난해 7월부터 당구 큐 업체 TAS(타스)의 후원을 받고 있다. 절친 강지은 선수 역시 TAS의 후원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강지은 김세연 강태경 TAS 대표.
▲후원사인 TAS 강태경 대표가 경기장까지 와서 열성적으로 응원하더라. 어떤 인연으로 후원받게 됐나. =강태경 대표님은 제가 동호인 활동할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친분은 없었다. PBA 출범 후에도 경기장에서 인사하는 정도였다. 후원제의를 받았을 때 너무 신기했다. 너무 편하게 잘 해주신다. 제겐 너무 고마운 분이다.

왕중왕전 우승하고 나서 안 울려고 했는데, 관중석에서 응원해준 강태경 대표님, 김병호 프로님, (임)정숙 언니, (강)지은 언니, (최)은지 언니, (김)보미 선수 얼굴을 보니 눈물이 나더라. 진심으로 나를 축하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게 고마웠다.

▲어떤 당구용품을 사용하고 있나.

=큐는 타스 컬리패덕 7단 버터, 가방도 타스 하이브리드 12호 하드케이스를 쓰고 있다.

▲언제부터 숏커트한 짧은 머리를 했는지.

=고1때부터 숏커트를 했다. 그전에는 단발이었다. 머리를 자르면 기르는 과정까지 버티기 귀찮더라. 제가 귀찮은 거를 좋아하지 않은데다 짧은 머리가 감고 말리기에 편하다.

김세연이 인터뷰 후 강지은과 장난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세연이 인터뷰 후 강지은과 장난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지은 선수와는 ‘바늘과 실’ 관계인데. =강지은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동호인 시절 나이대가 비슷해 친해졌고, 당구에 대한 뜻이 맞아 함께 선수를 꿈꿨다. 2017년 선수 등록을 같이했고 그해부터 같이 살게 됐다. 그 동안 서로 입상하면 암묵적으로 서로에게 용돈을 줬다. 우스갯소리로 돈 벌어온다고 지난 시즌에는 강지은이 ‘바깥양반’, 이번에는 내가 ‘바깥양반’이라고 한다.

하지만 함께 연습은 잘 안한다. 연습을 진지하게 해야되기도 하고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아직 LPBA 토너먼트에서 만난 적은 없다. 둘이 만나면 이상할거 같지만 막상 경기하면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만큼 열심히 할 것이다. (웃음)

▲평소 쉴 때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그냥 집에 있다. 집순이다. 하하.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드라마를 보면서 쉰다. 아니면 정숙언니, 강지은, 김상아 선수와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첫 시즌과 두 번째 시즌을 평가하자면.

=첫 번째 시즌은 준우승 이후 망쳤기 때문에 두 번째 시즌에 잘하는 발판이 되지 않았나 싶다. 준우승 이후 8강 이상 올라갔으면 이번 시즌에 우승을 못했을 것 같다.

▲다음 시즌 시작할 때(6~7월 예상)까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데.

=일단 운전면허를 따는 게 목표다. 그리고 친한 사람들과 가벼운 여행도 가고 힐링도 하고 싶다. 한 달 동안 푹 쉬고 4월부터 시즌 준비를 할 생각이다.

김세연의 다음 시즌 목표는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다. 우승은 물론이고 팀리그도 뛰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김세연의 다음 시즌 목표는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다. 우승은 물론이고 팀리그도 뛰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다음 시즌 목표는. =우승 한 번 더하고 기복 없는 성적을 내고 싶다. 항상 어려운 서바이벌도 무사히 통과했으면 한다. 시즌마다 우승하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특히 팀리그도 뛰고 싶다. 무엇보다 지금까지는 잘해왔는데 앞으로 더 단단하게 잘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imfactor@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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